[취재파일] "차 좀 바꾸게 해주세요"..콜밴 기사들의 절규

장훈경 기자 2015. 6. 2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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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목숨 걸고 운전합니다"

'999999.' 차는 달려도 숫자는 늘지 않았습니다. 차량 계기판이 표시할 수 있는 최대치였지요. 6인승 콜밴 기사들은 전국 3천7백여 대의 차량들의 평균 주행거리가 100만 km를 넘는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콜밴은 자동차로서 제 기능을 할지 의심스러운 수준이었습니다. 한 콜밴 기사는 차량 곳곳이 녹슬어 접착제로 장판을 덧대 영업하고 있었습니다. 엔진부터 문까지 거의 모든 부품을 교체했다는 콜밴도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했지만 배선 연결이 엉망이어서 시동을 꺼도 에어컨이 작동됐습니다. 너무 오래돼 정품 배선을 시중에서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당연히 사고도 잦았습니다. 지난달에는 인천공항에서 타이완 관광객 3명을 태우고 달리던 6인승 콜밴이 엔진 과열로 불이 났습니다. 손님을 태우고 돌아오다 앞바퀴가 주저앉았다는 콜밴 기사도 있었지요. 정비소를 가보니 바퀴 지지대가 모두 녹슬어 손만 대도 차체가 부스러지는 상태였습니다. 기사는 차체를 과자에 비유할 정도였지요. 고치고 교체하고 또 수리하기를 수십 번, 기사들은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른다"며 "매일 목숨 걸고 운전한다"고 호소했습니다.

● 14년째 교체 허용되지 않은 6인승 콜밴

6인승 콜밴은 지난 2001년 9월 사업승인이 났습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2002년 월드컵 등 각종 국제대회 유치로 인한 국내외 여행객의 운송을 위해 운행을 허가했습니다. 하지만 당장 택시 업계의 반발이 시작됐습니다. 화물 영업 위주여야 할 6인승 콜밴이 승차 인원이 많아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 경우가 더 많다는 불만이었지요. 결국 6인승 콜밴은 신규등록이나 차량교체가 허용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14년 가까이 운행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반대 논리의 핵심은 2011년 내려진 헌법재판소의 결정입니다. 6인승 콜밴 기사들은 밴형 화물차의 승차정원을 3인 이하로 제한하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이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2001년 5월 정부에 6인승 콜밴의 영업 등록을 하고 같은해 11월 승차정원 제한이 생겼는데 이 시행규칙 때문에 차를 교체할 수가 없어서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받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택시 업계와 영업권 중복으로 인한 분쟁을 최소화한다는 취지에서 콜밴 기사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6인승 콜밴은 화물보다는 사람을 많이 태울 수 있어 택시 업계의 반발이 크니 밴 영업용 차는 승차인원이 적은 3인 이하로 운행돼야 한다고 결정한 것입니다. 실제 방송이 나간 후 국토교통부에서도 헌재의 결정을 인용하며 6인승 콜밴 기사들이 차량 노후화로 정 차를 바꾸고 싶으면 3인승 콜밴으로 바꾸면 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놨습니다.

● 그래도 운행 중인 6인승 콜밴…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정부

문제는 정부가 6인승 콜밴의 영업권 자체는 여전히 인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택시 업계의 반발로 밴의 승차정원은 3인 이하로 규정했지만, 그 이전에 정부가 6인승 콜밴 영업을 인정해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6인승 영업을 하는 콜밴 기사들은 이미 15년 가까이 영업을 이어오면서 단골 고객들이 많이 생겼는데 3인승 밴으로 업종을 바꾸면 이 고객들이 다 떨어져 나갈 것이라며 영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헌재의 결정이 있은 지도 벌써 4년이 다 돼 갑니다. 폐차 수준의 차를 새 차로 바꿀 수가 없으니 수리하고 또 부품을 바꿔가며 계속 쓰고 있는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가 아예 6인승 콜밴 영업을 막든지 그렇게 못하겠다면 6인승 콜밴에 대해 차량 교체든 뭐든 안전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3인승 밴으로 교체하라"는 정부의 답변이 되풀이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6인승 콜밴의 주행거리는 계속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 폐차 직전 콜밴, 차량 교체 안돼…뒷짐 진 정부

장훈경 기자 roc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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