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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앞 무더위 속 달아오른 '퀴어문화축제'

유제훈 입력 2015. 06. 28. 16:29 수정 2015. 06. 29.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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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발적 기독교 단체 반발 속에서도 성황리 개최..오후 5시 부터 퍼레이드 시작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가까운 서울시청에서 한다고 해서 (퀴어문화축제에) 처음 와 봤어요. 진지하고 부담스러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네요. 저도 아직 연애하지 못하고 있는데 다른 커플들을 보니 부럽기도 해요."(김정호·26·대학생)

국내 최대의 성소수자 축제 퀴어문화축제의 클라이막스인 '퀴어퍼레이드'가 28일 열렸다. 22개 개신교 관련 단체의 반대와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도 참가자들은 '차별없는 세상'을 외치며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문을 열기 시작한 부스행사에서는 다양한 성소수자 관련단체, 대학생 모임, 여성단체 등이 자리했다. 이들은 무더위를 감안한 청량음료 등을 팔며 여러 체험행사 등을 열었다.

특히 이날 서울광장에는 퀴어문화축제 지지의사를 밝힌 주한미국대사관, 주한스웨덴 대사관, 주한캐나다대사관, 주일슬로바키아대사관 등은 물론 구글코리아 등이 자리를 지켰다. 마크 리퍼트(Mark Lipert·42) 주한미국대사는 오후께 직접 서울광장을 찾기도 했다.

◆"美 동성혼 판결 환영…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앞서 지난 26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미국의 모든 주(州)가 동성커플의 결혼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 소식이 알려진 만큼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축제의 분위기도 한층 달아오른 모습이었다.

동성연인과 함께 서울광장에 나선 황호진(34)씨는 "미국이 동성혼을 인정하게 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남의 나라 얘기인 만큼,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퀴어퍼레이드는 그간 시내 외곽에서 진행돼 오던 올해에는 대한민국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이와 관련해 기독교 등 일부 종교단체는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 '동성애를 허용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퍼레이드 복장을 준비 중이던 정휘아(29·여)씨는 "서울광장에서 축제를 열 수 있게 된 것은 단순히 (축제) 참가자가 늘어서라기보다 그만큼 역량이 성숙했기 때문"이라며 "한국을 상징하는 수도 서울에서 성소수자의 권리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올 때 전국적으로도 확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씨는 "박원순 시장이 '인권도시'를 거론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며 "앞으로는 서울시가 한국의 인권에 앞장서는 도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독교단체 곳곳서 반발=하지만 대한문 앞, 서울도서관 좌측, 서울시청 앞에는 22개 기독교 단체 등이 모여 '동성애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한복을 차려입은 채로 북을 울리며 '동성애 반대', '박원순 시장 퇴진' 등을 외쳤다.

인근에서 이를 지켜보던 외국인 관광객들은 '신기하다'는 표정이었다. 미국인 관광객 제니퍼(Jennifer·46·여)씨는 "한국의 전통의상을 입고 재미있게 공연하고 있어서 (퀴어문화축제) 참가자 인 줄 알았다"며 "색다른 모습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관광차 서울을 방문한 영국인 관광객 조나단(Johnathan·33)씨는 "누구에게나 결혼할 권리가 있고, 그것은 성소수자들도 마찬가지다"라며 "전통 옷차림을 한 채 반대한다는 것이 신기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그들의 의견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감신대 무지개감시단 대표 이정환(25)씨는 "기독교인의 편견은 학교 안에도 있다"며 "심지어 신학교내 성소수자와 함께 하는 이성애자들에게도 차별이 심각한 만큼, 당사자들은 더욱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예수님은 장애인, 병든 자, 여성, 귀신들린자 등 죄인이 아니지만 죄인 취급을 받았던 이들과 항상 함께 하셨다"며 "오히려 하나님은 퀴어퍼레이드를 보며 이들이 자발적으로 축제를 연 것에 대해 기뻐하고 좋아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오후 5시부터 서울광장~을지로~서울광장에 이르는 2.6㎞ 구간을 행진할 계획이다. 기독교단체 등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 측은 5000여명의 인원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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