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향신문

마크 리퍼트 미 대사 '퀴어문화축제' 방문..부채춤 추며 쾌유 기원하던 기독교 단체들은?

배문규 기자 입력 2015. 06. 28. 20:27 수정 2015. 06. 30. 09:30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2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성소수자들의 문화행사 ‘제16회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했다.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행사장 주변에서 반대 집회를 열어 묘한 대조를 이뤘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이날 퀴어문화축제에 부스를 차리고 시민들을 맞았다. 미 대사관은 지난 26일에도 트위터에 “2015 퀴어문화축제” @KQCF에 미국대사관 부스가 설치됩니다. 이번주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서울시청광장을 찾아주시면 재밌는 퀴즈와 상품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미국 외에도 프랑스, 독일 등 13개국 대사관들이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해 부스를 만들었다.

리퍼트 대사는 행사장에 설치된 부스들을 둘러보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조직위 측에는 지지와 응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국대사관 부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의 패널이 설치됐으며, 성소수자 운동을 상징하는 여섯빛깔 무지개로 직원들도 단장했다.

2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6회 퀴어문화축제’ 를 찾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미국대사관 부스를 찾아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 노컷뉴스 제공
2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6회 퀴어문화축제’ 주한미국대사관 부스를 시민들이 둘러보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특히 이날은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터라 참가자들은 한층 들뜬 분위기였다. 이번 결정으로 미국 50개주에서 동성 결혼이 허용됐다.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쓴 결정문은 “동성 커플들의 희망은 비난 속에서 외롭게 살거나 문명의 가장 오래된 제도의 하나로부터 배제되는 게 아니라 법 앞에서 평등한 존엄을 요구한 것이며 헌법은 그 권리를 그들에게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케네디 대법관은 “결혼은 한 국가의 사회적 질서의 이정표로, 동성 커플이건 이성 커플이건 이러한 원칙을 존중하는 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전국적으로 동성결혼을 허용한 21번째 국가가 됐다.

미국 연방 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 결정이 나온 뒤 무지개색 조명을 외벽에 쏜 백악관의 모습. ‘미국은 자랑스러워해야만 한다’는 글과 함께 #LoveWins라는 문구를 트위터에 올렸다. |@WhiteHouse

26일 밤 백악관도 외벽에 무지개색 조명을 밝혀 역사적 판결을 축하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미국의 승리’라고 치켜세우면서 “모든 미국인이 평등하게 대우받을 때, 우리는 더욱 자유로울 수 있다”고 밝혔다.

28일 서울 광장에서 열린 ‘퀴어 문화 축제’에 반대하는 기독교 신자들이 행사장 옆에서 북을 치며 동성애 혐오 집회를 열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2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 문화 축제’에 반대하는 기독교 신자들이 한복으로 단장하고 북을 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2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 문화 축제’ 반대하는 기독교 신자들이 행사장 옆에서 춤을 추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28일 보수 기독교 단체는 행사장 주변에서 동성애 혐오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서는 지난 3월 리퍼트 대사 피습 당시 보수 기독교 단체가 쾌유를 기원한 축제 모습이 다시 연출돼 눈길을 끌었다.

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서울광장 주변에서 한복 차림으로 난타 공연과 발레를 선보였다. 지난 3월에도 기독교 단체에서는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빌면서 부채춤, 발레, 난타공연을 선보여 논란이 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한성총회 소속 신도들은 지난 3월7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리퍼트 대사 쾌유 기원 및 국가안위를 위한 경배 찬양행사’를 열고 부채춤과 발레, 난타 공연을 펼쳤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도 기도회가 열리고 공연이 벌어졌다. 보수성향의 시민단체 ‘엄마부대봉사단’은 신촌세브란스병원 앞에서 “리퍼트 대사님 사랑합니다”란 문구를 내걸고 쾌유 기원 집회를 가졌다. 당시 기독교단체·보수단체들의 열성적인 응원은 리퍼트 대사 본인도 부담스러워할 ‘과공(過恭)’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지난 3월7일 오전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비는 발레 공연이 열리고 있다. | 노컷뉴스 제공
지난 3월7일 기독교단체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며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연 기도회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엎드려 절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3월7일 기독교단체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며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연 기도회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부채춤을 추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날 기독교 단체의 집회는 리퍼트 대사가 성소수자 집회에 참석해 지지의 뜻을 밝히면서 묘한 대조를 이뤘다. 트위터리안 the*****는 “아마 영원한 상국으로 모셔 마지 않던 미국이 동성결혼 합법화를 이루고, 미국 대사관이 퀴어 축제를 방문하는 걸 보면서 멘탈이 적잖이 무너졌겠지만 그럴수록 저들의 현실도피와 망상증은 더 심각해질 뿐일 겁니다”라고 썼다. 포털사이트 다음 뉴스페이지에 걸린 “퀴어문화축제 참석한 마크 리퍼트 대사 ‘환한 미소’”라는 기사에도 리퍼트 대사의 퀴어문화축제 지지 방문과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기원했던 기독교 단체의 반대 집회를 대조해 평가하는 다양한 리플이 달렸다. 닉네임 cao는 “리퍼트대사 쾌유를 빌며 한복입고 춤추던 개신교애들 다 어디갔어? 이젠 반대시위해야지”라고 썼다.

올해 16회를 맞은 퀴어문화축제는 지난 9일 개막해 이날 퍼레이드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한국사회의 상징적 집회공간인 서울광장에서 성소수자 단체가 단독으로 처음 여는 행사이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