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동 도토리교회, 한국교회 관행 깬 7無 임직식

글.사진=유영대 기자 2015. 6. 2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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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을 널리 전하고 교회에 대한 거룩한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중앙남로 도토리교회(김의현 목사)에서 28일 임직감사예배를 마치고 신임 장로와 안수집사, 권사 등 8명의 임직자들이 외친 다짐이다. 이날 예배는 신앙고백과 찬송, 특별찬양, 말씀 선포, 임직자 서약, 안수 기도, 공포, 임직증서 증정, 축복과 축도 순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일반적 임직예배와 달리 임직헌금이나 축하선물은 볼 수 없었다. 일곱 가지가 없는 ‘7무(無) 임직예배’를 거행했기 때문이다.

도토리교회 임직예배의 7무는 ‘임직헌금이 없다’ ‘축하화환이 없다’ ‘축하 돈 봉투가 없다’ ‘꽃다발이 없다’ ‘임직패가 없다’ ‘장로가운이 없다’ ‘한복을 입지 않는다’ 등이다. 꽃다발은 교회에서 준비했고, 임직패는 임직증서로 대신했으며 임직자들은 가운이나 한복 대신 정장을 입었다. 성도들이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토요일이나 주일 오후예배 대신, 주일 오전예배 때 임직예배를 드린 점도 다른 교회와 다르다.

임직자들은 외부손님을 초대하지 않기로 원칙을 세웠다. 특별한 식사대접도 하지 않았다. 가족과 가까운 친지들은 평소처럼 점심으로 김밥과 빵을 함께 먹었다. 이날 임직예배는 식사비를 포함해 총 88만원이 들었고 이는 모두 교회 예산으로 부담했다.

김의현 목사는 교회 홈페이지(dotoree.org)와 주보를 통해 “임직(任職)이라는 말은 ‘직무를 맡게 되다’라는 뜻”이라며 “장로교회에서 목사 장로 안수집사 권사를 항존직이라고 부른다. 항존직이란 항상 존재하는 직분이라는 뜻이기에 종신과는 다른 말”이라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임직 절차를 통해 얻게 되는 직분은 결코 기득권이거나 서열이 아니다”라며 “직분은 오히려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위해 사람을 세우는 책임이 따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기득권이나 서열이 아닌 더 많은 섬김의 자리이므로 임직을 하면서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돈을 내는 것은 옳지 못하며 자칫 매관매직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한 것이다.

김 목사는 “임직식은 우리가 드리는 예배 중 가장 은혜로운 시간이 돼야 한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임직식은 어느 순간부터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교회 임직예배에 일곱 가지가 없는 이유는 단순하면서도 명쾌하다”며 “주님께서 주인 되시는 교회, 주님의 임재가 가득한 교회, 임직을 통해 생명을 살리는 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 총회 소속인 도토리교회는 2006년 1월 6명의 성도로 설립됐다. 도토리는 흉년에도 풍작이 될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몸 안의 중금속을 해독하는 작용도 한다. 작은 열매이지만 자라서는 큰 상수리나무가 된다. 교회는 도토리처럼 ‘생명을 살리고, 오염된 세상을 정화시키며, 자라나는 교회’라는 비전을 세웠다. 이름에는 ‘도토리 키 재기’의 의미처럼 하나님 앞에서 모두가 연약한 존재임을 고백한다는 뜻도 담겨 있다.

이 교회 신임 유화선(57·세무사) 장로는 “첫 단추가 중요하다. 도토리교회의 임직식이 한국교회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순종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전도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성도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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