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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일본, 멀쩡한 중년 숫총각 늘어나는 이유는

강주형 입력 2015.07.03. 20:53 수정 2015.07.0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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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현상이 된 '중년 동정', 40대 넘어까지 성 관계 경험 없어

"딱히 필요하지 않은 것" 인식도… 노령화 사회에 또 다른 부담

가족 붕괴… 만남 기회 늘었지만 여성 요구와 남성 상황 엇갈려

일본 도쿄의 한 총각학원 학생들이 누드 클래스에 참여, 여성 모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총각 학원 측은 학원생들이 여성의 몸을 천천히 살핌으로써 여성에 대한 호기심을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CNN 방송 캡처

일본 도쿄에 사는 사카이 다카시(41ㆍ酒井隆志ㆍ가명)씨는 일명 '중년 동정(童貞)'이다. 말 그대로 40대가 될 때까지 성 경험이 없는 남성이다. 그렇다고 사카이씨가 여성들이 싫어할 만한 소위 '찌질이'는 절대 아니다. '괜찮은' 외모에 교사라는 번듯한 직업도 갖고 있다. 주말에는 클라이밍도 즐기는 멋쟁이다.

사카이씨는 그러나 여성과의 성관계는 물론, 키스조차 해 본적이 없다고 한다. 물론 41년 동안 이런 사실을 친구와 가족, 직장 동료 등 주변인들에게는 철저히 비밀로 해 왔다. 사카이씨는 CNN과 인터뷰에서 "보통 남성이 여성을 만나 매력을 느끼면, 처음엔 질문을 던지고 손을 잡으며, 이후 키스를 하는 등 소위 '진도'를 나가게 마련"이라며 "하지만 내 경우는 그런 행위들이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언젠가는 꼭 좋은 여성을 만나고 싶다"라고 했다.

일본 사회에 '중년 동정'이 사회현상화 되고 있다고 텔레그레프와 AFP통신, CNN 등미ㆍ영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일본에서 결혼ㆍ출산율이 감소함과 동시에, 40대가 넘어서도 성관계를 경험하지 않는 동정남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일본 국립 사회보장ㆍ인구문제 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일본의 30세 이상 미혼 남성의 25% 가량은 동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1992년 조사 때 보다 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기혼ㆍ미혼 전체 남성을 대상으로 한 2004년 조사에서도 '성경험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30~34세 6.3%, 35~39세 5.1%, 40~44세 7.9%였다. 25~29세는 17.1%였다. 또 지난달 말 발표한 조사에서도 20~30대 중 40% 가량은 성관계를 '귀찮은 것' 혹은 '딱히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체리 보이(숫총각을 뜻하는 은어) 협회장 와타나베 신(渡部伸)씨는 "무효 응답자도 상당수에 달하는데, 이들의 대부분은 총각일 것"이라며 "또 동정이 아니라고 답변한 응답자 중에도 동정인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정임을 부끄러워한 나머지 거짓 응답을 한 이들도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성적 무관심이 이미 급속도로 노령화 사회에 접어들고 있는 일본에서 더 큰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출산율 저하 및 노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이는 곧 건전한 경제 구조를 유지하는데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와타나베 신(渡部伸)씨가 지난 2007년 발표한 저서 '중년 동정'.

현 출산율 저하 현상이 계속될 경우 2060년에는 일본 인구가 30%가량 줄어들 것이며, 5명중 2명은 65세 이상 노인일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에서는 30대 이상 동정남이 늘면서 일본어로 '하지 않은'과 '삼십 줄'을 뜻하는 단어를 합쳐 '야라미소'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중년 동정이 처음 공론화된 것은 와타나베 신씨가 지난 2007년 책 '중년 동정'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이 책은 중년이 될 때까지 성경험이 없는 남성의 존재와 실상을 소개하고 이들이 향후 살 길을 모색한다.

와타나베씨는 책에서 '연애 자본'(재력 학벌 외모 등)의 독점을 중년 동정의 원인으로 진단했다. 전통적 가족 개념이 붕괴되면서 남녀간 만남의 기회는 증대됐지만, 반면 이성을 매료하는 '연애 자본'을 많이 가진 사람이 이성을 독점하는 상황이 생겼다는 것이다. 여성은 "다음 기회에 더 좋은 남성이 나타날지도…"라고 기대하면서 요구수준을 굽히지 않고 , 연애 자본이 부족한 남성은 점점 선택지에서 밀려난다는 설명이다.

경제 침체로 인해 이전 세대 남성이 누렸던 안정적인 직업관이 흔들리면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제적 지위와 수입은 개개인의 자부심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는데, 1990년대 이후 일본 경제의 거품을 걷히면서 개인의 주머니 사정은 악화되고 이것이 자부심 저하로 이어지면서 '성 무관심' 현상을 낳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각종 축제와 만화, 게임, 스포츠 등 여성과의 성관계를 대체할 만한 요소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도 '중년 동정' 현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총각 학원을 운영하는 신고 사카츠메(眞吾坂爪)씨는 "연애를 하면 남녀 관계에서 각종 고민들이 생기게 마련"이라며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들은 그런 고민에 빠질 필요가 없다 보니 이성과의 관계에 점차 흥미를 잃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연애 실패에 대한 두려움, 완벽한 남녀 관계를 이뤄야 한다는 중압감도 중년 남성들에게 부담이다.

중년 동정이 점점 심각한 사회문제로 커지자 한 비영리단체에서는 강연과 다양한 활동을 통해 중년 동정남이 이성과의 건전한 교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총각 학원' 운영에 나서기도 한다. 이 총각 학원에서는 '중년 동정'들이 여성의 나체를 스케치 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여성의 성적 매력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단순히 누드 클래스에서 여성의 나체를 그리는 것 만으로 중년 동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순 없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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