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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파수꾼' 박래군의 끝나지 않는 시련

입력 2015. 07. 18. 11:10 수정 2015. 07. 20.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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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월호 추모집회 주도 혐의로

대추리·용산 등 이어 4번째 구속

"소환도 응하고 도주도 안했는데…"

'석달 지나 구속 정치적 결정' 비판

박씨 "황교안 총리 된 뒤 탄압 예상"

'박래군 형이 또 구속됐다.'

16일 자정 무렵 페이스북에 박래군(54) '인권중심 사람' 소장의 사전구속영장 발부 소식을 전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인 그는 지난 4월 참사 1주기를 전후해 4차례 추모집회를 주도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로 석달여 수사를 받아왔다.

앞서 서울 종로경찰서는 압수수색과 소환조사까지 마친 상태에서 검찰에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했지만 관련 증거를 거의 찾지 못했는데, 증거 인멸을 한 것으로 보인다. 추가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승규 영장전담 판사는 "범죄가 일부 인정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내줬다.

박 위원의 구속은 20여년 전 인권운동을 시작한 뒤로 네번째다. 그는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반대운동과 용산 철거민 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 활동 과정에서 세차례 구속된 바 있다. 송경동 시인은 페이스북에 "인권운동가를 구속하는 나라…대추리·용산·희망버스, 이번 세월호까지 함께 연행되고 숱하게 피고인석에 나란히 섰었다"며 안타까워 했다.

소설가를 꿈꾸며 1981년 연세대 국문과에 진학한 박 위원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하다, 88년 동생 박래전씨가 노태우 정권에 항의하며 분신해 숨진 뒤 본격적으로 인권운동가의 길로 들어섰다. 양심수 석방, 고문 추방, 의문사 진상 규명 활동부터 주거권, 최저임금, 비정규직 문제까지 인권의 지평을 넓혀온 대표적 인권운동가다.

변호인들은 그가 집회 주최자일 뿐 불법행위를 기획·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경찰이 선제적으로 차벽을 설치해 시민들이 흥분한 상황에서 최루액 물대포를 쏴 충돌을 촉발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도주하지도 않은 집회 주최자를 석달 뒤에 구속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함께 청구됐던 김혜진 4·16연대 운영위원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소환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도주 우려가 없는데도 영장을 발부한 것은 법리적 검토보다는 정치·사회적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 위원을 변호하는 염형국 변호사는 "16일 영장실질심사를 시작할 때 판사가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의 명숙 활동가는 "결과적으로 정치적 결정이 됐다"고 주장했다. 17일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박 위원을 접견한 김남주 변호사는 "박 위원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국무총리가 된 뒤 이런 탄압이 올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4·16연대는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도 구속의 부당성을 알리고 석방을 호소하는 구명운동을 펼치겠다"고 했다.

오승훈 김규남 김미향 기자 vino@hani.co.kr

박래군 "세월호는 시민의 힘으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 [한겨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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