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평화 오디세이 릴레이 기고] (4) 북한이 '대동강의 기적' 이루도록 지원하자

입력 2015.07.24. 00:03 수정 2015.09.2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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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기고 ④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두만강 하구 북·중·러 접경 중국 측 팡촨(防川)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러대교(철교). 왼쪽은 러시아 하산역, 오른쪽에는 북한 두만강역이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나경원</br>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의심할 여지없이 하나의 민족이요, 하나의 땅덩이였다. 두 눈으로 확인하고 가슴으로 느낀 북·중 접경지대는 이전과는 다른 무게감으로 내게 각인됐고, 백두산 천지와 북녘 땅을 마주한다는 설렘으로 시작한 여정이 가슴에 새긴 것은 결국 ‘통일’이라는 두 글자였다.

 우리의 백두산에 가기 위해 이리도 먼 길을 돌아가야 하는가, 다소 씁쓸함을 느끼며 처음 내린 곳은 바로 옌지(延吉) 공항이었다. 우리 민족의 디아스포라가 시작된 곳, 1952년 ‘조선민족 자치구’로 지정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곳의 조선족 비율은 약 36%. 굳이 이런 통계가 아니더라도, 지난 고구려 역사를 덧붙이고 조선의 몇 대 손임을 따져 보지 않더라도 같은 언어와 풍습을 가진 이들은 분명 한민족이었다. 이곳에는 북한과 연결되는 국경통상구가 다수 있을 뿐 아니라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는 다리들이 건설 중이거나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북·중 간 새로운 경제 교류의 가교라 일컬어지는 ‘신두만강대교’ 건설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돼 연내 준공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옌볜(延邊)이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진해 통일 한국의 전초지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다. 국회 비준을 앞두고 있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해 한국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내면 옌볜은 통일을 위한 한·중 협력의 배후지로서뿐만 아니라 통일 한국의 든든한 동반자로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옌볜을 뒤로하고 북파니 서파니 어지러운 팻말들과 오락가락 내리는 비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다다른 곳, 백두산 천지! 아무에게나 쉬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천지가 눈앞에 펼쳐진 것도 감동이었지만 그 깊고 너른 품에 우리의 아픈 역사가 모두 녹아 있는 것만 같아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곳에 담긴 우리 민족의 한이 새로운 통일 한국의 미래를 위한 에너지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 농축된 에너지를 어떻게 뿜어낼 것인가?

 안타깝게도 지금 남북은 통일을 위한 여정에 첫걸음을 내딛기는커녕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것만 같다. 예측 불가능한 지금의 북한 정권이 발걸음을 맞추기에 까다로운 상대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가 먼저 적극적으로 북한의 마음을 열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방한한 장더장(張德江)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북한이 원하는 것을 한국이 해 주길 바란다”는 얘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북한에 주고 싶은 게 아니라 북한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을 해 줘야 하는 것이다. 잘 주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조금의 변화라도 만들어 가는 것. 그런 점진적 변화가 통일로 가는 작지만 큰 행보가 될 것이다. 조그만 구멍이 둑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것처럼 남북 간 분단의 벽도 작은 교류를 시작으로 허물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경제 분야에서 교류 확대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지난날 서독은 동독의 정치적 요구에는 미동도 하지 않았지만 경제적 요구에는 매우 적극적이었다. 우리 역시 ‘한강의 기적’을 일궈 낸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이 ‘대동강의 기적’을 이뤄 낼 수 있도록 경제 인프라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 제2, 제3의 개성공단 설립이나 남북 FTA 등 획기적인 방안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남북이 함께 백두산을 세계적 관광지로 만들고, 금강산과 태백산을 묶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상호 접촉과 이해의 폭을 넓혀 가는 건 어떨까?

 갖가지 상념 끝에 어느덧 도착한 곳은 북한·러시아·중국 국경이 등을 맞대고 있는 용호각이었다. 더 이상 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멈춰서 있는 중국 팡촨(防川)의 모습에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우리 남북의 현실이 떠올랐던 것일까. 천지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마음에 파장이 일었다. 그리고 그간의 어지러운 상념들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통일은 우리 홀로만 할 수도, 남들에게 맡기기만 할 수도 없다는 것. 우리 스스로 통일을 주도해 나가야겠지만 통일을 국제사회의 공통 관심사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무엇보다 주변국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통일 외교가 중요한 이유다. 남과 북을 넘어 중국·러시아와 경제협력은 물론 평화협력을 위한 논의를 하루빨리 시작해야 한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이를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우리의 통일은 차가운 머리만으로도, 뜨거운 가슴만으로도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 민족의 과거와 현재가 담긴 북·중 접경지대가 이제는 통일 한국의 미래를 그리는 전초기지가 되길 바라며, 통일을 위한 새로운 여정을 준비해 본다.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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