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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달콤함 버리고 흥미로움 넣고.. 이게 바로 김중혁式 연애소설"

김낙중기자 입력 2015. 07. 29. 15:51 수정 2015. 07. 2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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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가짜 팔로 하는 포옹' 출간 인터뷰

어설프고 미완성의 사랑 이야기… '작가의 말'엔 출연자 모두 나열카페 옆자리 이야기 유심히 들어… 사람마다 다른 말투가 신기할 뿐大作 쓰는 소설가 될 생각은 없어… 구석에서 나의 세계 만들어 갈 것

소설가 김중혁(44)이 네 번째 소설집 '가짜 팔로 하는 포옹'(문학동네)을 출간했다. '첫 번째 연애소설집'이란 소개가 붙었다. 그동안 그가 낸 소설집은 각각의 테마가 있었다. 첫 소설집 '펭귄 뉴스'는 사물, 두 번째 '악기들의 도서관'은 음악(소리), 세 번째 '일층, 지하 일층'은 도시였다. 28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카페에서 김중혁을 만났다. 그는 "(각각의 테마들은) 당시의 관심사를 반영한 것"이라며 "이번 소설집에 묶인 작품을 쓸 때는 사랑과 연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확실히 밝혀두자면, 김중혁의 이번 소설들은 알콩달콩 설레는 연애 이야기는 아니다. 막 사랑에 빠지기 직전 혹은 사랑의 감정을 통과한 후, 그것도 아니라면 엇갈려버린 미완성의 사랑이다. 그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이미 많은 작가들이 잘 쓰고 있다"며 "이것은 김중혁식 연애 소설"이라고 했다. 약간 뜸을 들인 후에는 "사실 달콤한 연애 이야기가 잘 안 써지더라"고 웃어 보였다.

소설집에는 표제작을 비롯해 '상황과 비율' '뱀들이 있어' '힘과 가속도의 법칙' '요요' 등 단편 8편이 실렸다. 포르노 배우 송미와 상황감독 차양준, 납치된 여가수 기민지와 전략적 스캔들 대상 남자배우 K, 알코올 의존자(중독자) 규호와 옛 여자친구 정윤 등 흥미로운 남녀가 등장한다. 인물보다 물체나 장소에 집중했던 김중혁의 기존 소설과는 확연히 다르다. '작가의 말'에는 이들 단편의 출연자들이 모두 나열돼 있다. 주인공뿐 아니라 '미니스커트 입은 여자', '슈퍼마켓 주인', '술집 남자들' 등 조연까지 마치 연극이 끝난 후 모든 출연자들이 무대 인사를 하는 듯하다.

그는 "캐릭터에 몰두해 쓴 단편들이기 때문에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인물이 없다"며 "아주 잠깐이라도 나왔던 사람들을 포함해 모든 이름을 불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인물들이 사는 소설집의 세계에 침범하지 않기 위해 일반적으로 작가 이력이 쓰일 책 날개에 2000년 등단 이후 썼던 단편 31편, 장편 3편의 제목만 썼다. "모든 소설이 한 마을에서 자체적으로 벌어지는 개별 사건들이란 생각을 했다. 내 소개, 심정, 감상 같은 것들은 뺐다."

소설을 주로 이끌어가는 것은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다. 그는 "최근에 대사나 대화에 관심이 많아져서 카페 같은 곳에서 옆자리의 이야기를 유심히 듣곤 한다"면서 "사람마다 단어, 말투, 표현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 놀라웠다"고 했다. 이어 "연애 등 다양한 관계 맺음의 양상과 대화를 통해 질투, 증오 등 복잡미묘한 감정을 보여주려 했다"며 "감정들 때문에 생겨난 일들을 쓸 뿐 나 스스로도 그 감정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말하지 못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중혁은 소설가지만 '뭐라도 되겠지' '모든 게 노래' '대책 없이 해피엔딩' 등 톡톡 튀는 산문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동진의 빨간 책방'의 '말발 센' 공동진행자이기도 하다. 그의 가욋일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소설을 쓰는 일이 가장 재미있고, 나에게 핵심적인 활동"이라면서 "다른 일들은 '예민하고 신경적인 소설 쓰는 자아'가 다치지 않기 위해 만든 것들"이라고 했다. 말로 떠들고, 글을 써서 '돈 벌어다 주는 자아'를 만들었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유쾌한 설명이었다.

그는 어떤 소설가로 남고 싶을까. '잘 노는 아이'였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대작을 쓰는 소설가는 되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구석에서 실험도 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면서 확실한 자기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까먹고 있다가 가끔 들여다보면 저 구석에서 여전히 혼자 잘 놀고 있는 아이처럼."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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