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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혼 재판' 탄원서 홍수 "10만명".. 법원, 업무마비

김민중 기자 입력 2015. 07. 30. 05:05 수정 2015. 07. 30.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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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계 조직적인 '탄원서' 독려.. 법조계 "판결에 영향 주지 못할 것"

[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기독교계 조직적인 '탄원서' 독려… 법조계 "판결에 영향 주지 못할 것"]

"탄원서가 하루에 등기로만 1000통 넘게 들어와요. 다른 업무를 제대로 못 볼 정도입니다."(서울서부지법 가족관계등록계 직원)

김조광수 영화감독,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커플이 '동성결혼 혼인신고를 반려한 서울 서대문구의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서울서부지법에 소송을 낸 가운데 법원이 빗발치는 탄원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9일 오후 기자가 찾아간 서울서부지법 2층 가족관계등록계 소속 직원들은 '동성혼 인정' 소송 관련 탄원서 처리로 분주했다. 직원 2명은 다른 일은 제쳐 둔 채 사무실 한 쪽에 공간을 마련해 오로지 탄원서 분류 작업에만 매진하고 있었다.

나기웅 사무관은 "지난 22년간 근무하면서 이번처럼 탄원서가 쏟아진 것은 처음"이라며 "하루에 등기로만 1000통이 들어와 직원들이 다른 업무를 보는 데 지장이 생길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눈에 보이는 탄원서의 규모만 봐도 '전담' 직원들의 고충을 짐작할 수 있었다. 탄원서를 한 장씩 쌓은 후 줄자로 높이를 재어 보니 약 6m. 이 뿐만 아니라 다른 사무실에도 2m 높이 분량의 탄원서가 쌓여 있었다. 나 사무관은 "지금까지 법원에 도달한 서명자 수만 최소 10만명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탄원서 관련 업무는 단순히 접수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나 사무관은 "탄원서가 올바르게 접수됐는지를 묻는 민원 전화가 끊임없이 걸려 오고 있으며, 특히 탄원서가 쏟아진다는 소식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퍼지면서 '동성결혼에 대한 찬성·반대 측 탄원서 개수가 각각 얼마냐'를 묻는 질문도 쉬지 않고 들어온다"고 전했다.

이같은 '탄원서 대결'이 벌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동성결혼 찬성·반대 양측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탄원서 제출을 독려한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동성 결혼을 찬성하는 인권단체들이 수천통의 탄원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최근에는 기독교계와 보수성향 시민단체들이 SNS와 오프라인에서 조직적으로 반대 탄원서 제출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선 "동성혼 찬성 탄원서가 6000건 이상 제출됐는데 반대 탄원서가 이보다 훨씬 많아야 한다", "탄원서가 7월 말까지 도착해야 한다" 식의 글이 최근 확산되고 있다. 이르면 다음 달 중으로 예상되는 판결을 앞두고 탄원서가 더 많을수록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광범위하게 퍼진 결과다.

하지만 '탄원서 대결'은 실제 판결에 거의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 전반의 평가다. 김병찬 서울서부지법 공보판사는 "단순히 탄원서의 양이 많다고, 상대 측보다 탄원서를 많이 보냈다고 해서 판결에 유리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 판사는 또 "SNS를 통해 '찬성 탄원서가 몇 통이다, 반대 탄원서가 몇 통이다' 등의 얘기가 퍼지고 있는데, 법원에서는 어림짐작을 할 뿐 구체적으로 찬성·반대 측의 탄원서 개수를 세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서울서부지법 외부의 법조계에서도 이례적인 '탄원서 대결'에 회의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성훈 하민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형사소송의 경우 당사자들이 낸 탄원서가 양형 등에 일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이번 소송은 형사소송이 아니고 탄원서를 낸 주체가 소송의 '제3자'이며 양형이 없는 건이라 탄원서가 법원 판결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며 "지금은 법원의 판단을 믿고 차분히 기다릴 때"라고 말했다.

김민중 기자 minj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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