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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조위는 누명을 썼다

입력 2015. 08. 03. 18:10 수정 2015. 08. 0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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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정부, 특조위 활동가 '세금도둑'이라 주장하지만 정작 8개월간 말 바꾸며 예산 지원은 미뤄와… 일부 언론은 몰아가기로 특조위 흠집내기 동참

'세월호위의 '혈세 나눠먹기' 행태 용납해선 안 된다.'(<문화일보> 7월24일치 사설)

'예산 펑펑 쓰는 세월호 특조위, 이대로 가면 해체 말 나올 것.'(<조선일보> 7월25일치 사설)

'세월호 특조위, 방만 예산 논란을 불식해야.'(<중앙일보> 7월28일치 사설)

예산을 한 푼도 받지 못한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세금도둑'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 1월 특조위 설립준비단의 예산을 두고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청와대 정무특보)이 "(특조위는) 공직자가 아니라 세금도둑이라 확신한다"고 말한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일부 언론이 특조위가 예산을 과다 청구했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은 7월27일 서울 저동 나라키움빌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부 언론에서 운영 예산 중 극히 일부에 대해 사실이 아닌 내용을 부풀려 흠집내기를 하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특조위 탓하며 "예산 준비돼 있다"

일부 언론이 특조위 예산안 흠집내기에 나선 것은 정부가 더 이상 특조위 예산 집행을 미룰 명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특조위 활동 시작 시점을 세월호 특별법 시행일인 지난 1월1일부터라고 주장하면서도 예산을 전혀 배정하지 않아왔다. 처음에는 시행령 제정이 늦어져 예산을 줄 수 없다고 하더니 5월11일 시행령이 공포되자 특조위가 공무원 파견을 받지 않아 예산을 줄 수 없다고 말을 바꾸었다. 지난 7월1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하는 야당 의원들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나눈 대화를 보자.

부좌현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498일이다. 여전히 문제가 많이 있는데도 지금 (특조위에) 예산 배정을 안 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예산 집행을 할 수 있는 핵심 요직인 행정지원실장에 대해 (특조위가) 지금 파견 요청을 하지 않고 있다.

서기호 의원(정의당)

4월에는 '시행령이 확정되지 않아서 예산 편성할 수 없다'고 하더니 이제 시행령이 공포되니까 '특조위 인원이 정상적 활동을 못하고 있어서'라고 지금 핑계를 둘러대고 있다.

최 부총리

책임자가 없는 기관에 어떻게 예산을 편성·지원할 수 있겠는가. 정상적인 조직 운영과 활동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돈을 안 줄 리가 없다.

서 의원

해양수산부는 1월1일에 위원회 구성을 마쳤다며 특조위 활동이 시작됐다는데 기재부는 아직 정상적인 활동을 안 하니까 예산 지급을 안 하겠다 그러면 어떤 게 맞는 것인가. 모순이다.

최 부총리

나는 개시 여부를 유권해석할 위치에 있지 않다.

최 부총리는 "언제든지 (특조위에) 자금을 배정할 준비를 갖춰놓고 있다"고 단언했다. 행정지원실장 등 핵심 공무원 파견만 받으면 특조위는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혔다. 세월호 참사에 책임이 있는 정부 부처 공무원이 특조위 핵심 직위를 맡는 것이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특조위는 지난 2개월간 행정지원실장, 기획행정담당관, 조사1과장의 공무원 파견을 거부해왔다.

결국 특조위가 한발 물러났다. 이석태 위원장은 7월21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승적 차원에서 공무원 파견을 요청한다. 정부는 이제 특조위 정상화를 위한 예산을 지급해달라"고 밝혔다. 진상 규명 활동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절박함에 내린 결단이었다. 이 위원장은 "(7월)27일부터 신규 임용한 민간인 조사관 등 별정직 31명이 출근할 예정이지만 당장 이들에게 지급할 급여와 활동비도 없다. 이런 상황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덧붙였다. "진상 규명의 1차적 책임은 특조위에 있다. 세월호 특별법이 만들어진 지 8개월이 흐른 상황에서 정부 간섭이 우려되더라도 이를 헤쳐나가면서 활동을 해나가겠다."

사무실 임대료? 다른 곳보다 저렴한데

특조위가 전향적 결단을 내리자 이번에는 예산 하나하나를 트집 잡기 시작했다. 총대는 <조선일보>가 멨다. <조선일보>는 7월24일치 1면에 "세월호 특조위, 올해 예산 160억원 낭비 논란, 사무실 조성비로 20억원 쓰고 외부 자문·행사비에 10억 들어"라고 보도했다. 사실관계를 따져보자.

특조위는 지난해 12월 사무실을 구하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정부 청사나 행정자치부가 관리하는 곳에 입주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빈 공간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와 결국 외부 건물을 찾아나섰다. 서울 저동 나라키움저동빌딩 7·9층이 그곳이다. 전용면적은 2251㎡(681평)로 '정부청사 관리 규정 시행규칙'이 제시한 기준(848평)보다 좁았지만 보증금 등을 고려해 최종 결정했다. 이곳의 보증금은 9억8200만원이며 월 임대·관리비는 1억4천만원이다. 다른 정부기관과 비교해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 중구 무교로에 전용면적 8858㎡(1481평)를 쓰는 데 보증금 16억원에 월 임대·관리비 3억2100만원을 부담한다.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 전용면적 980㎡(152평) 사무실을 둔 국민대통합위원회는 보증금 7억원에 월 임대·관리비 1억3900만원을 낸다. 특조위 쪽은 "현재 청사는 공기업인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소유다. 임대·관리비가 결국 국가 이익으로 남고 보증금도 건물을 나갈 때 돌려받아 국고로 귀속된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7월27일치 10면에 '세월호 조사한다면서… 생일케이크값 655만원·체육대회비 252만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특조위가 기재부에 요구한 예산안에는 직원 체육대회 개최 비용 252만원, 동호회 지원 비용 720만원, 전체 직원의 생일케이크 비용 655만원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재부의 '공무원 보수 규정'과 '2015년 예산안 편성 지침'에 따라 특조위에 파견 나온 해수부 공무원들이 작성한 직원 복리후생비를 말한다. '생일 기념 경비 1인당 5만원'이 '전체 직원의 생일케이크 655만원'으로 둔갑했다. 박종운 특조위 상임위원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상식인 항목이다. 기재부와의 협의 과정에서도 사업비가 아닌 복리후생비와 관련해 지적받은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 등은 특조위 예산안이 미국 9·11진상조사위원회와 비교해 과다하다고도 지적했다. 9·11조사위는 21개월의 운영 기간에 1500달러(약 165억원)를 썼는데 특조위는 연말까지 6개월간 160억원을 쓰겠다고 청구했다는 비판이다. 이석태 위원장은 "9·11조사위는 미 의회 내 기구였고 정보기관의 실책 등을 중심으로 조사했다. 반면 특조위는 특별법에 따라 정부 실책 조사 외에도 안전사회 건설과 지원대책 점검이라는 별도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단순 비교는 무리"라고 설명했다.

"예산 삭감한다" 정부 또 말바꾸기

'비판 여론'을 등에 업은 기재부는 특조위 예산안을 전반적으로 손질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어떤 예산안도 요구안을 100% 수용하는 경우는 없다. 불필요한 예산은 삭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조위가 공무원을 파견받으면 언제든지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최경환 부총리의 국회 발언은 헛말이 돼버렸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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