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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이후 개정법도 선박 소유주 처벌 어렵다"

입력 2015. 08. 0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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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해양전문 변호사, 고려대 박사논문서 지적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세월호 참사 이후 해양사고 책임자를 무겁게 처벌하는 방향으로 법을 정비하고 있지만 선박 소유주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여전히 미비해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9일 고려대에 따르면 해양전문 변호사인 이 학교 대학원 법학과 김용준씨는 박사학위 논문 '해양사고의 형사법적 문제점 및 그 개선방안'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6년여간 해양 사건을 맡아온 김 변호사는 논문에서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된 대표적인 불법행위를 '불감항성'(안전하게 항해할 준비를 하지 못한 상태)과 '선박위험시 미조치'로 설명했다.

세월호 소유주인 청해진해운의 간부들이 매출을 늘리려고 세월호를 불법으로 증·개축하고 과적을 조장한 것은 불감항성으로, 이는 대표적인 해운기업 범죄다.

문제는 국내법이 법인의 범죄 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법인과 불법행위자를 동시에 처벌하는 양벌규정은 벌금형만 있다는 점이다.

선박 소유 법인의 경영진을 처벌하는 조항도 딱히 없다.

이 때문에 해운기업은 경비를 줄이려고 불법 증·개축과 과적을 저지르다 범죄가 드러나면 차라리 벌금을 내는 편이 더 이득이라고 판단하게 된다.

미국과 영국 등 영미법계 국가는 이런 폐단을 막으려고 기업에 막대한 배상금을 물리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나 기업에 살인죄를 부과하는 '기업 살인죄' 등을 규정하고 있다. 독일·일본 등 대륙법계 국가도 경영인 등의 책임 소재를 밝혀 처벌한다.

그러나 세월호 이후 개정된 국내법에서는 피고용인에 불과한 선장·선원이 선박 결함을 신고하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한 반면, 소유주인 법인에는 적발 시에도 1천만원 이하의 벌금만 적용해 형평성에 문제가 있고 실효성도 낮다고 김씨는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책임자를 특정해 알맞은 제재를 가하도록 입법 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불법행위자와 법인에 더해 경영진과 같은 감독 책임자도 함께 처벌하는 '삼벌규정'을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제시했다.

이와 함께 세월호가 전복된 이후 선장과 선원들이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대기 안내방송을 해 피해를 키운 것은 선박 위험시 미조치에 해당한다.

김씨는 청해진해운이 연간 안전교육비를 선원 1인당 불과 4천600원으로 책정하는 등 비상훈련을 안전관리 규정에 맞게 실시하지 않아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또 안전관리 책임자가 최고경영자에게 부적합 사항을 보고하도록 한 국제안전관리(ISM) 규약의 핵심 내용도 국내법에서는 빠졌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를 바로잡으려면 ISM 규약의 취지대로 사고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도록 법을 개선하고, 의사결정권자인 안전관리 책임자에 대한 형사 제재도 입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om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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