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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세월호 특조위 손발을 묶다

입력 2015. 08. 10. 17:20 수정 2015. 08. 1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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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정부, 진상 규명 위한 예산 청구액 160억원 중 71억원 깎아 89억원 지급 결정… 특조위 "발목 잡으려는 것 아니냐" 비판하면서도 "진상 규명 최선 다할 것"

결국 반토막이 났다.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정부에 청구한 올해 예산 159억8천만원 가운데 70억7천만원이 깎여 89억1천만원이 지급된다. 당초 청구안에서 44%가 삭감된 것이다. 특조위는 "예산을 볼모로 특조위의 발목을 잡으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면서도 "진상을 밝혀내 다시 우리 사회에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묵묵히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진상 조사비 68~87% 삭감

정부는 8월4일 국무회의를 열어 세월호 특조위 운영비 등의 지급을 위한 '2015년도 일반회계 일반예비비 지출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예비비 승인 내역을 보면, 큰 폭으로 삭감된 예산은 참사 조사 등 사업비다. 특조위는 45억8천만원을 청구했는데 정부가 31억6천만원을 삭감해 14억2천만원만 배정했다. 3분의 1이 날아간 셈이다.

자료기록관 설치·운영비가 5억8천만원에서 6천만원으로 89% 줄었고 안전사회지원건설 종합대책 수립도 해양사고 안전대책으로 축소하면서 예산을 6억8천만원에서 1억2천만원으로 83%나 삭감했다. 특히 사고 현장 조사를 위해 책정된 여비가 87%, 참사 실태 조사·연구비가 84%, 진상 규명 실질 조사비가 68%나 깎여 특조위의 자체 조사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디지털포렌식 작업, 선체 수중 촬영, 세월호 3D 모형 제작 등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권영빈 특조위 상임위원 겸 진상규명 소위원회 위원장은 "참사 현장에는 가지 말고 사무실 책장에 앉아 정부 자료나 검토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3분의 1로 준 예산으로는 실제 할 수 있는 조사가 거의 없다. 그냥 감사원, 해양안전심판원, 검찰의 조사 결과를 되풀이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그동안 특조위의 진상 조사 범위를 어떻게든 축소하려고 애써왔다. 3월27일 입법 예고한 시행령을 보면, 특조위 진상 규명 활동을 '정부 조사 결과의 분석 및 조사'로 제한했다. 특조위의 자체 조사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정부 조사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임무를 맡기려 했던 셈이다. 비판 여론이 거세자 정부는 '정부 조사 결과의 분석 및 조사'를 '정부 조사 결과의 분석'이라는 항목과 '조사'라는 항목으로 나눈 수정안을 4월30일에 내놓았다. 그러면서 해양수산부는 "특조위는 정부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특별법에서 규정하는 범위 내에서 진상 규명과 관련한 모든 사항을 조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 현장 조사, 실질 조사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특조위의 손과 발을 묶어버린 것이다.

선체 인양 과정에도 특조위 배제

정부는 세월호 최종 인양 업체로 중국 국영기업인 상하이샐비지를 선정했지만 선체 인양 과정에 특조위 참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세월호 특조위나 유가족에게 공개하기보다는 언론을 통해 진행 상황을 알리겠다"면서 "특조위 요청이 있으면 (상황별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중국 양쯔강에서 침몰한 유람선을 인양했던 상하이샐비지는 851억원을 받아 2016년 6월 이전에 세월호 인양을 완료할 계획이다. 세월호 인양은 선체에 구멍을 뚫지 않고 부력재(30여 개)와 철제빔(24개)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결정됐다. 창문과 출입구는 안전망으로 폐쇄해 미수습 실종자(9명)의 유실을 막는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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