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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어버이연합 비판글 무죄에 "유교적 관점 용납안돼"

입력 2015. 08. 16. 13:21 수정 2015. 08. 1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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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식 비판 이안 평론가에 항소…재판부 "사회적 품위 안벗어나" 이안 "유교 관점이라니…"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지난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벌이던 시민들의 단식투쟁을 조롱하고자 폭식투쟁을 벌였던 어버이연합을 '망나니', '탐욕' 등으로 비판했다가 모욕죄로 기소된 이안 영화평론가에 대해 무죄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검찰은 "유교적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모욕"이라고 주장하며 항소이유서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이영선 판사는 지난달 17일 모욕죄로 기소된 영화평론가 이안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자유대학생연합과 함께 폭식투쟁에 참여한 어버이연합에 대해 이안 평론가는 지난해 9월 9일 미디어오늘 '이안의 컬쳐필터'에서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라는 나이값 못하는 망나니들의 본을 따른 것"이라며 "늙어가면서 나이만 먹은 게 아니라 이기심과 탐욕만 먹어 배만 채우고 영혼은 텅 비어버린 아귀들을…"이라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이 글을 쓴 이씨에 대해 "가톨릭에서 말하는 7대 죄악(탐식, 탐욕, 나태, 정욕, 교만, 시기, 분노)을 범한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연쇄살인을 다룬 미국 영화 '세븐'에 나온 첫 살인사건의 대상이 탐식하는 자인 점에 주목 칼럼을 작성했다"며 "어버이연합 회원들의 행위가 단순히 정치적인 다름을 넘어 인간과 생명에 대한 존경심이 결여된 것이라는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나잇값 못하는 망나니'나 '늙어가면서 이기심과 탐욕만 먹어 배만 채우고 영혼은 텅 비어버린 아귀'라는 표현한 것에 대해 "그 자체로 상당히 모욕적인 언사이기는 하나 14단락으로 이뤄진 칼럼 중 1단락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폭식 투쟁을 비판하는 위 칼럼의 전체적인 주제와 내용에서 벗어나 있는 표현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망나니'란 언동이 몹시 막된 사람을 비난조로 이르는 말이고, '아귀'란 살아있을 때의 식탐 때문에 죽어서 배고픔과 목마름의 고통을 당하는 중생을 뜻하는 불교 용어이기 때문이라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표현의 성격에 대해 "정치적 사안에 대해 다수의 집회를 개최함으로써 공적인 존재를 자임하고 있는 어버이연합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이 표현이 비록 주관적으로는 모멸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사회적 품위에 반할 정도로 극단적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어버이연합의 일부 회원들의 행위를 전제로 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사용된 것이어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며 무죄 판결했다.

지난 9월6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단식농성장 근처에서 '폭식 집회'를 벌인 일베 회원들. 사진=금준경 기자

그러나 이 같은 판단에 불복해 항소한 검찰은 이 평론가의 이 같은 표현을 두고 동양유교적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검찰의 항소이유서를 보면, 검찰은 항소이유서에서 "대다수의 회원이 고령의 노인인 피해자 연합을 상대로 망나니 아귀들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동양 유교적 관점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사회적 품위를 잃은 행위"라며 "객관적으로 명백한 모욕적 표현이 기재돼 있다면 양의 다과를 불문하고 사회상규에 반하는 모욕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망나니 아귀들이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한 것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모욕적 언사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된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이안 평론가는 1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어떻게 동양유교적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고, 사회적 품위를 잃었다고 죄를 묻겠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이 평론가는 재판부의 무죄 판결에 대해 "언론의 자유과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에서 볼 때 이 같은 표현으로 형사소송을 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재판부가 판단한 것"이라며 "이런 표현으로 항소까지 하겠다는 것은 앞으로 이런 비판을 한 사람은 국가가 얼마나 성가시게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기소에 대해 이 평론가는 "국가가 세월호 참사를 비판한 모든 사람들과 싸우겠다는 것인만큼 절대 질 수 없는 싸움이었다"며 "재판부가 이런 판단을 한 것은 그만큼 이 정도의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는 것이 상식적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검찰의 항소에 대해 이 평론가는 "법인 격 없는 '임의단체'인 어버이연합을 대행해 국민 세금을 받은 검찰 조직이 이렇게까지 움직이는 것은 세월호 비판자들에 맞서 국가가 대신 싸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이런 번거로운 절차를 겪게 해가면서까지 사람들이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토대로 세월호 유가족에 대해 지지하려는 것에 대한 족쇄를 채우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 '세븐'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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