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우리가 남 좋은 일을 시킬 이유는 없지!'
요즘 정보기술(IT) 업계를 바라보는 자동차 업계의 심경이 이렇다. 구글과 애플이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 주행차(무인차)'를 개발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차량에 장착하는 정보시스템인 '안드로이드 오토'(구글), '카플레이'(애플) 등을 통해 차량 운행 내역, 도로 정보, 운전 습관 등이 고스란히 IT업체로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갖고 있다.
로이터는 최근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IT업체에 제공하는 것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일부 자동차 회사는 '주행거리나 연비 정보는 물론, 브레이크 작동과 같이 차량 자체 시스템에서 발생한 데이터는 애플과 구글에 제공하지 않는다'는 가이드라인까지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독일 폴크스바겐은 "애플과 구글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요구했지만, 우리는 앱(응용프로그램) 실행에 꼭 필요한 데이터만 제공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포드는 아예 구글이나 애플 제품을 대체할 별도의 정보단말기 '싱크3'를 개발 중이다. 아우디 역시 차량 정보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데이터가 모이면 '돈'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차량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활용해 많은 사람이 선택한 여행 코스를 짜준다거나, 차량 수리 정보 등을 제공할 수 있다. 개별 운전자들의 차량 운행 습관을 모아 보험료 할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미국 GM은 올해 초 투자자들에게 "향후 3년간 차량 데이터를 이용해 3억5000만달러(약 4087억원)의 추가 매출을 낼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는 차량이 스마트폰처럼 연결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IT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2020년쯤이면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 사업에서 나오는 매출이 1600억달러(186조84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IT 업계는 커넥티드 카와 차량용 정보 시스템 등에서 나온 정보를 무인차 개발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제프 윌리엄스 수석 부사장은 올 5월 '애플이 막대한 자금력을 활용해 무엇을 할 계획이냐'는 질문을 받자 "자동차야말로 궁극적으로는 '모바일 기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이었다.
자동차 업계는 자동차 관련 IT 시스템이나 무인차 시장을 애플과 구글이 '독식(獨食)'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핀란드의 통신장비 업체 노키아가 매물로 내놓은 지도 서비스 '히어(Here)'를 독일계 자동차 3사(社)인 벤츠·BMW·아우디가 공동 인수한 것도 향후 무인차 개발 과정에서 이미 막강한 지도 콘텐츠를 갖춘 IT업계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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