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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아직 문 열고 주무세요? 자칫 숙면에 '독'됩니다

이정훈 입력 2015. 08. 2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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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가 며칠 전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여느 날처럼 집안 창문 다 열어 놓고 시원하게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목이 칼칼하게 느껴지더군요. 전날 잠들 때만 해도 바깥 공기가 평소보다 상쾌하게 느껴졌을 뿐 다른 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 따라 새벽녘이 되자 잠결에 닿는 공기가 서늘하게 바뀌었습니다. 몸이 안 좋아서 공기가 차갑게 느껴졌을까요? 아니면 바람이 차가워져서 감기에 걸린 걸까요?

■ 밤 기온은 그대로, 새벽 기온은 ‘뚝’

밤 기온을 조사해 보니 계절이 벌써 가을로 옮겨가진 않은 것 같습니다. 어젯밤만 하더라도 기온도 꽤 높고, 공기가 습해서 다시 한여름으로 돌아간 것처럼 더웠었죠. 하지만 이달 중순 들어서면서 새벽 공기가 서늘해진 날이 잦아졌습니다. 실제 한창 열대야가 기승을 부린 이달 초와 지난 17~18일 기온을 비교해볼까요?

밤 11시 기준으로 보면 최근이나 이달 초나 기온이 비슷한 수준입니다. 편하게 잠 들려고 창문도 열고 속옷 차림으로 자는 게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침 기온을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이달 초에는 25도를 웃돌았지만, 지난 18일 아침엔 24.1도까지 뚝 떨어졌습니다. 고작 1.6도 차이인데 그렇게 춥게 느껴질까 하시겠지만, 밤새 기온 하락 폭으로 따져보면 2.7배나 커진 겁니다.

■ 숙면 방해하는 서늘한 새벽 공기

그렇다면 이렇게 수면 중에 기온이 떨어질 때 우리 몸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직접 수면 전문 의원을 찾아갔습니다. 요즘의 기온과 비슷하게 수면 중에 기온이 3도 가량 떨어지게 설정을 하고, 온몸에 측정 장치를 붙인 뒤 수면 다원 검사라는 걸 받아봤습니다.

주변 환경은 모두 동일하게 하되 하루는 잠옷을 입고 얇은 이불까지 덮은 채로 잤고, 다음 날은 속옷 차림에 가깝게 서늘하게 잠 들었습니다. 한여름처럼 시원한 차림으로 잠들면 수면에 어떤 영향을 받나 보기 위해서죠. 잠들 때만 해도 속옷 차림이 한결 편안했습니다. 그러나 잠든 이후에 확인된 제 몸의 변화는 반대였습니다.

속옷 차림으로 잤을 때가 잠옷에 이불까지 덮고 잤을 때보다 뇌파와 동공의 변화가 훨씬 컸습니다. 깊게 잠에 들지 못하고 선잠을 잘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 결과 비교적 깊은 수면인 2단계 이상의 수면 비율이 9% 포인트 가량 적게 나타났습니다. 반면 잠에서 깬 횟수를 의미하는 각성 지수는 30% 이상이나 높게 나타났죠. 수면의 효율이 그만큼 떨어진 겁니다.

물론 열대야에 시달리다가 이제야 잠 좀 잘만 한데 무슨 소리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실제로 잠들기 전에는 피부를 통해 열을 발산 시켜 심부의 온도가 낮아져야 쉽게 잠들 수 있습니다. 밤 기온이 떨어지면 아무래도 열 발산이 원활해 잠들기엔 좋겠죠. 그런데 최근의 상황은 잠들 무렵의 기온은 여전히 높지만 한창 깊은 잠이 들었을 새벽 시간대엔 기온이 뚝 떨어집니다. 수면 중의 체온 변화를 고려해 보면 오히려 숙면에 방해가 될 수 있는 환경이란 겁니다. 이번 실험을 진행한 한진규 서울스페셜수면의원 원장은 "열대야에서 갑자기 체온이 떨어지는 것이 뇌에 스트레스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몸이 적응을 못하면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 환절기에 잘못 자면 잠이 ‘독약’

'잠이 보약'이란 말이 있지만, 요즘 같은 때 잘못 자면 잠이 병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한 원장은 "숙면을 취하면 면역력을 강화하는 호르몬 등 여러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시원한 차림으로 잤다가 새벽녘 잠을 설치게 되면 면역력이 저하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여기에 일본 학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체온이 1도 낮아지면 면역력이 30% 가량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면 만의 영향은 아니겠지만 환절기인 8월에서 9월로 넘어가는 이맘때 감기 환자가 연중 가장 많이 늘어났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간 편도염 진료 인원을 조사한 결과 8월에는 평균 91만 명이었지만 9월에는 37% 이상 증가한 125만 여 명으로 급증했습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나 환자는 특히 수면 시 보온에 신경 써야 하고, 건강한 사람도 적어도 어깨가 노출되지 않는 정도의 잠옷을 입어서 밤새 기온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번 주말부터는 다시 새벽 기온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일교차도 크게 벌어질 전망입니다. 적절한 보온으로 수면의 질과 건강 모두 챙기시기 바랍니다.

이정훈기자 (skyclea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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