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워진 韓中, 멀어진 거리 확인한 北中

안준호 기자 2015. 8. 26.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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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과 포격 도발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황이 고조된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은 더욱 가까워지고, 전통적 우방(友邦)인 북한과 중국은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숙청 이후 멀어진 거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남북 간 군사적 대치 상황이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치닫자, 중국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중국은 조선반도(한반도)의 이웃으로서 반도의 상황과 동향을 고도로 주시하고 있다”며 “중국은 그 어떤 긴장 조성 행위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북에) 자제를 촉구한다”고 했다.

표면적으로는 남북 어느 한 쪽을 편들지 않고 양비론(兩非論)을 펼쳤지만,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항일(抗日)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행사를 앞두고 북한이 한반도에 긴장상황을 조성한 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런 해석은 당일 북한의 반응에서도 확인됐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성명에서 “우리는 수십년간 자제할 대로 자제하여 왔다”며 “그 누구의 그 어떤 자제 타령도 더는 정세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중국의 자제 요청을 거부한 것이다.

또 홍콩 빈과일보는 23일 중국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인용해 “중국이 북한과 국경 지역에 장갑차와 탱크 등 군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빈과일보는 또 “남북 간 갈등 중재에 나서려는 중국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무력 충돌에도 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했다.

중국이 북한과의 접경지역에 병력을 집결시킴으로써 북한을 압박해 더 이상의 도발 행위를 중지하란 무언의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한중 관계는 더욱 가까워지고, 북중 관계는 더욱 멀어졌다는 사실은 이번 전승절 행사 참석 여부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는 9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는 반면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대신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참석할 예정이다.

중국 외교부는 25일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는 30개국의 지도자급 인사를 소개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박 대통령 다음 두 번째로 소개됐다. 이는 중국이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에 상당한 의미를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2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중국 입장에서는 전승절 행사에 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이 가장 큰 성과 중 하나일 것”이라며 “미국의 동맹국이자 아시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은 우리나라의 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 자체가 화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또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 등 최근 한·중 관계는 밀월 관계인 반면 북·중 관계는 그렇지 않다”면서 “이번 긴장 사태를 통해서 이 같은 한·중, 북·중 간 관계가 좀더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 전승절 행사에 명목상 국가원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대신 최룡해를 보낸 것은 북·중 관계가 여전히 껄끄러운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지난 5월 러시아 열병식 때는 김영남이 참석했었다.

윤 원장은 그러나 “북·중 관계가 여전히 냉각기란 건 사실이지만, 장성택 숙청 이후 그나마 중국과 라인을 갖고 있는 인물이 최룡해란 점을 고려할 때 북한으로서는 김정은 대신 최룡해가 참석하는 것이 최선의 카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룡해는 지난 2013년 5월 김정은 특사로 베이징을 찾아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 최룡해는 김정은의 친서를 시 주석에게 전달했으나, 시 주석은 굳은 표정으로 친서를 받은 뒤 곧바로 수행원에게 넘겼다고 한다. 그해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윤 원장은 “최룡해는 시진핑 주석과 만난 적이 있고, 그의 아버지가 빨치산으로 활동했던 최현이란 점에서 중국 공산당과 군부와도 연계가 있다”면서 “최룡해가 제일 적임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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