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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내 동생, 미안해" 세월호 500일 언니의 편지.. 페북지기 초이스

김상기 기자 입력 2015. 08. 2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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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피해자들도 있고 진상 규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남은 자들의 고통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데요. 피해자인 안산 단원고 2학년 2반 남지현양의 언니가 동생을 기억하며 쓴 편지가 네티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아직 잊지 않으셨죠? 29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전날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로 여동생 남지현양을 잃은 남서현씨는 이날 밤 경기도 안산시 안산문화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00일 추모 문화제’에서 동생을 향한 편지를 읽었습니다.

추모제에는 4·16 가족협의회와 416연대 등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 2000여명의 학생 등이 참석했습니다. 방송인 김미화·김제동, 크라잉넛, 배우 권해효·김여진 등은 영상 편지 등으로 힘을 보탰다는군요.

남서현씨는 스무 살도 채 살지 못하고 떠난 동생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편지에 가득 담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이 곳에 남아 살아야하는 고통을 적었습니다.

프레시안은 편지를 읽는 내내 울먹이는 남서현씨를 보면서 추모제에 참석한 시민들도 눈물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프레시안이 남서현씨가 썼다는 편지를 보도하자 많은 네티즌들도 함께 슬퍼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남서현씨의 편지 내용입니다.

“사랑하는 내 동생, 네가 내 앞에 있다면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얘기하느라, 며칠 밤을 새울 정도인데 벌써 500일이 지났어. 이렇게 지나가는 시간이 분하기만 해. 더 이상 네가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떠난 날, 너 없는 집으로 들어가는 게 무서웠는데… 언니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어. 그래서 미안해.

나는 아직도 네가 어제 여행을 떠난 것 같아. 떠나기 전날 밤늦도록 짐을 싸던 모습이 생생해. 그게 마지막인 줄 알았다면, 더 봐줬어야 하는데… 더 꽉 안아 주지 못해 미안해. 다치지 말라고, 아프지 말라고 말하지 못해 미안해.

네가 스무 살도 못 살고 떠날 줄 알았으면, 네가 먹고 싶다던 거 다 사주고 갖고 싶다는 거 다 주고, 매일매일 바라보고 안아줄걸. 예뻐만 해주고 사랑만 해줄걸. 정말 보고 싶어. 너의 친구들도 보고 싶어. 한 번 모이면 시끄럽게 웃던 너희들. 꿈 이야기를 한참 하던 너와 너의 친구들이 보고 싶어. 얼마나 떠나기가 싫었을까.

네가 내 몸에 낸 흉터만 봐도 네가 생각나. 매일 잠들기 전, '언니, 언니' 하고 부르던 거 생각나. 매일 눈, 코. 입 하나하나 생각하다 잠이 들어. 세수를 하다가도 거울에 비친 너를 봐. 너도 나처럼 숨 쉬었으면 좋겠어. 너도 나처럼 나이가 들었으면 좋겠어. 이제야 알겠더라. 나랑 가장 닮은 얼굴이 너였어.

스무 살이 된 너를 볼 수 없고, 예쁜 신부가 된 너를 볼 수 없고, 너의 아이에게 이모가 될 수 없어. 누가 너를 앗아갔을까. 너무 화가 나.

나는 네가 떠난 날부터 수없이 죽고 싶었지만, 살고도 싶어. 온종일 울고 싶지만, 아빠와 엄마를 보면 웃고 싶어.

누구보다 밝게 커 줬는데, 영어 학원 보내달라고 할 때, 철모른다고 해서 너를 울게 했던 거 정말 미안해. 자꾸 생각나. 내가 너를 울게 했어. 철없고 바보 같았어. 미안해.

너는 아무것도 안 해도 우리에게 너무 소중한 아이야. 열일곱의 너는 아주 예뻐. 그러니 거기서 친구들과 잘 놀고 있어. 언니는 너 없는 이곳에서 행복할 순 없지만 살아갈게. 너무 아팠지? 너무 고생했어.

지현아, 언니 동생이어서 고마워. 이제 앞으로 언니가 다 할게. 절대 포기하지 않을게. 빨리 가진 못해도 포기하지는 않을게. 언니 동생이어서 고마워. 우리 다시 만나는 날 그땐 절대 헤어지지 말자. 500일 추모 문화제에서.”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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