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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이후 '집회 자유'도 가라앉았다

구교형 기자 입력 2015. 09. 03. 07:06 수정 2015. 09. 0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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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시위 차단' 경찰, 단속 수위 높여

지난해 경찰이 집계한 폭력집회 건수는 전년보다 줄어든 반면 집회·시위 구속자 수는 3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무분별한 채증 활동을 제한하겠다”는 경찰의 발표가 무색하게 올해 상반기 집회·시위 현장에서 실시된 채증 건수도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현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시위가 잇따르자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처럼 대규모 시위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고 경찰이 단속 수위를 높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불법 집회 줄었는데 구속자 급증

2일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집회·시위 등 집단 불법행위 처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집회·시위 현장에서 검거된 4254명 가운데 구속자는 37명으로 2013년(13명)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경찰이 집계한 불법 폭력집회 건수는 2012년 51건, 2013년 45건, 2014년 35건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집회·시위 채증 건수도 증가

지난 1~6월 경찰의 채증 건수는 543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배 증가했다. ‘연도별 채증 건수’는 2011년 3417건, 2012년 4003건, 2013년 5324건, 2014년 4170건으로 올해 상반기에 이미 예년치를 넘어섰다.

경찰은 “세월호 집회 등에서 불법 폭력행위가 많이 발생했기 때문에 채증 건수도 늘어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의원은 “상반기 불법 폭력집회 건수는 10건에 불과하다”면서 “무분별한 채증 관행이 개선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1월 경찰은 채증활동규칙을 개정해 채증 개시 시점을 종전의 ‘불법 또는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불법행위 또는 이와 밀접한 행위’로 변경했다.

■무리한 구속영장 신청

올해 상반기에 경찰이 세월호 집회·시위 참가자들을 상대로 신청한 구속영장은 절반이나 기각됐다. 경찰은 지난 1~6월 세월호 집회·시위 참가자 179명을 검거해 5명을 구속했다. 나머지 168명은 불구속하고, 6명은 훈방 조치했다. 당초 경찰은 10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5명은 기각됐다. 이는 올해 1~6월 경찰이 수사 중인 전체 사건의 구속영장 기각률(28.6%)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세월호 유가족 불법 감시 의혹도

경찰은 세월호 참사 후 유가족들이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55일간 체류한 청와대 앞 농성장을 불법 감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세월호가족대책위가 농성을 시작한 지난해 8월22일부터 10월15일까지 12차례에 걸쳐 ‘세월호가족대책위 상황 채증계획’을 만들어 일선 경찰서에 하달했다. 채증계획은 일주일에 2~3차례 수립됐고, 현장에는 주로 정보파트 경찰관들이 하루 평균 15명씩 배치돼 3개조로 나뉘어 24시간씩 유가족의 동태를 감시했다. 중점 채증 대상으로 ‘불법 도로점거·경력 폭행 등 불법행위’ ‘불법 시위용품 반입’ ‘경찰차량 등 장비 파손·피탈’ ‘불법행위자 현장 검거·연행 시 불법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장면’ 등이 열거됐다.

박 의원은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표출된 국민의 분노를 억누르는 데만 급급해 공권력을 남용했다”면서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인해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이 크게 침해받았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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