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5 역사교과서 오류투성이..국정화 추진 중단해야"

이후민 기자 입력 2015. 9. 7.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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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첫 국정교과서 '초등 5학년 2학기 사회' 분석 "교과서 곳곳서 역사인식상의 문제·역사이해의 오류 발견"
배경식 역사문제연구소 부소장이 7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흥사단 강당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첫 국정 역사교과서 초등 5-2 사회(역사) 교과서 분석결과 중간 발표' 기자회견에서 문제의 교과서를 들어보이며 발언을 하고 있다. 2015.9.7/뉴스1 / (서울=뉴스1) 고성준 인턴기자 © News1

(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 = 이번 2학기부터 초등학교 5학년들이 실제로 사용하기 시작한 국정교과서가 오류 투성이여서 정식 교과서로 사용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역사 관련 교수·전문가들로 구성된 단체인 역사교육연대회의는 7일 오전 10시쯤 서울 종로구 흥사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발행된 국정교과서인 '초등 5학년 2학기 사회'를 분석한 결과에 대해 중간발표했다.

역사교육연대회의는 "정부와 여당이 국정제를 말하면서 실제로는 교과서의 꼴을 제대로 갖출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감과 시스템이 결여됐다"며 "'질 죻고 오류가 없는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주장은 허구이며, 이를 구실로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역사인식을 교과서를 통해 주입하려는 것 뿐이라는 의구심을 더욱 굳히게 됐다"고 밝혔다.

역사교육연대회의 측은 교과서에서 드러난 문제점으로 ▲부정확한 역사이해에서 비롯된 오류 ▲역사인식상의 문제 혹은 역사이해의 오류 ▲편수 용어나 집필 기준을 벗어난 서술·지나치게 어려운 용어 ▲역사상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비문 등을 꼽았다.

이와 함께 "2009 교육과정에 따라 개발된 교과서인 이번 교과서가 2007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와 비교해 38곳에서 동일하거나 비슷한 문장이 발견됐다"며 다른 개발진이 만든 교과서를 고스란히 따 붙인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내용을 단순화시켜 스토리라인을 만들고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고조선에 많은 분량을 할애한 데 비해 멸망은 언급하지 않았다"며 "멸망한 사실이 언급되지 않은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바로 삼국시대로 넘어가면서 부여나 삼한에 관한 내용은 거의 증발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교과서 18쪽에 "고조선이라는 이름은 고려시대에 일연이 쓴 역사책 '삼국유사'에 처음으로 나온다. 고조선의 본래 이름은 조선이다. 단군왕검이 세운 조선을 위만 조선과 구별하기 위하여 '고'자를 붙인 것이다"라고 쓰여있지만, 정작 '위만 조선'에 대한 설명은 없는 등 교과서가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혼동을 줄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교과서에 쓰인 삽화나 각종 사료가 조작됐거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과서 152쪽에 '노비문서'라며 쓰인 사진은 노비와 관련된 문서이기는 하나 노비 신분을 면해주는 내용의 문서여서 '노비문서'로 쓰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과서 85쪽에 태조 왕건의 어진이라며 쓰인 그림 역시 출처도 불분명하고 등장인물이 갖춘 복장 등을 토대로 미루어 볼때 절대 왕의 모습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교과서 130~131쪽에 걸쳐 들어간 '도성도'는 지난 2007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에 쓰인 지도와 똑같은 이미지이지만 그래픽 작업을 통해 경희궁이 삭제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배경식 역사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조선 초기의 모습을 설명하면서 지도에 경희궁이 들어가면 뭔가 어색하다고 판단했는지 몰라도 지도에서 경희궁이 지워졌다"며 "경희궁은 모두 지웠으면서도 정문인 흥화문의 이름은 한자로 남겨두고 있어 몹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는 국정교과서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역사는 한가지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지만 만일 그 '한가지'가 엉터리인 경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무책임 교과서'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방지원 신라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이 역사교과서는 잘못된 추론을 토대로 잘못된 역사인식을 갖도록 만드는 요소가 도처에 있어 이 교과서로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지 갑갑하고 부끄러워졌다"며 "이번 경험을 통해 역사 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발행하겠다는 생각을 접어야 한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강조했다.

hm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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