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역사교과서 어색한 표현 수두룩

성시윤 입력 2015. 9. 7. 16:53 수정 2015. 9. 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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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를 잡아먹기도' '풀 위에 풀을 올려' 초등 역사 교과서 어색한 표현 수두룩
초등 사회 5-2 교과서 표지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이 이번 학기에 쓰고 있는 '초등 사회과 5-2' 교과서에 비문(非文)과 오탈자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교과서는 선사시대부터 17세기 초까지의 역사를 다룬 '역사' 교과서로 이번 초등 5학년부터 새로 쓰게 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도종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사회과 5-2 교과서를 교열전문단체에 맡겨 분석한 결과 맞춤법에 맞지 않는 사례가 수십여 개 발견됐다"고 7일 밝혔다.

대표적 비문으론 '지붕에는 풀이나 짚을 덮고, 그 위에 풀을 올리거나 동물 가죽을 덮었다'(17쪽)가 지목됐다. 분석을 담당한 교열단체는 "'풀 위에 풀을 올린다'는 표현이 어색하다. '지붕에는 풀이나 짚을 올리고, 그 위에 동물 가죽을 덮었다'가 맞다"고 지적했다. 13쪽의 '하천에서 물고기나 조개를 잡아먹기도 하였다'라는 문장에 대해선 "우리나라에서 민물에 사는 조개는 별로 없다. 이 문장에선 하천보다 갯가(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의 물가)가 더 어울린다. '조개를 잡아먹는다'는 표현도 어색하다.'갯가에서 물고기를 잡거나 조개를 캐어 먹기도 하였다'가 무난하다"고 분석했다.

53쪽의 '을지문덕이 떠올린 살수 대첩' 이란 표현에 대해선 "'살수 대첩'은 훗날 사학자들이 붙인 전투 이름이다. 그것을 을지문덕 장군이 떠올렸을 리는 없다.'을지문덕이 거둔 살수 대첩'이나 '을지문덕을 떠올리게 하는 살수 대첩'으로 표현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어색한 표현도 일부 지적됐다. '중국의 영향을 받으면서 독창성을 발휘하여'(47쪽)가 대표적이다. 이 단체는 이에 대해 "비상식적 표현이다. '영향을 받았지만, 나름대로 독창성을 발휘하여'가 무난하다"고 밝혔다.

그밖에 '고구려는 한반도를 지키는 방파제 역할을 하였으나'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방파제는 '파도를 막기 위해 항만에 쌓은 둑'이다. 대륙에서의 침입을 막는 뜻으로 쓰는 것은 어색하다. 그보단 '방어벽'(방어하기 위해 쌓은 벽)으로 쓰는 게 훨씬 낫다"고 제안했다.

이날 전국역사교사모임 등 역사 관련 단체 일곱 곳이 속해 있는 역사교육연대회의도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교과서에서 "사실이 아닌 오류가 다수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역사교육연대회는 '송은 당 말기의 혼란기를 이겨내고 중국을 통일하였다'(91쪽)는 문장과 관련해 "당은 907년에 멸망했고, 송은 960년에 건국했으며, 당과 송 사이에는 5대10국(907~960)이 존재했다. '송은 당 멸망 후의 혼란기를 이겨내고 중국을 통일하였다'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세종은 농민의 오랜 경험을 모아 정리한 『농사직설』을 만들어서 백성에게 나누어 주어 농사법을 익히도록 하였다'는 문장(144쪽)에 대해 "『농사직설』이라는 한문 서적을 편찬해 수령에게 나누어주고 백성의 농사짓기를 지도하도록 한 것이다. 마치 한글로 쓴 책을 백성에게 직접 배포한 것으로 이해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교과서에선 뒷부분에 '국립국어원 어문 규범 감수'라 명시돼 있다. 하지만 교열전문단체로부터 "맞춤범에 맞지 않거나 어색한 표현이 상당수 있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도종환 의원은 "이번에 분석한 교과서는 실험본이 아니라 학생들이 지금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교과서란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이 교과서는 박근혜 정부의 첫 국정교과서인데 내용적 측면이나 올바른 국어 사용 측면에서 부실투성이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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