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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탑승자' 거짓전화 1통에 "이상없다"..기본 망각한 해경

조재현 기자 입력 2015. 09. 07. 19:08 수정 2015. 09. 0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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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어선위치발신장치 신호 끊어진 것 확인하고도 거짓전화 믿어 박인용 안전처 장관, 수습 전부터 '유언비어 엄단'..명예 지키기 논란
돌고래호 전복 사고 실종자 수색 사흘째인 7일 오후 제주도 추자면 경찰들이 후포리 연안에서 돌고래호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2015.9.7/ 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해양경비안전본부가 7일 낚시어선 '돌고래호'(9.77t) 구조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난에 대해 "미 승선자의 거짓말로 신고가 지연됐다"고 해명했으나 이는 해경이 기본적인 업무를 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적당주의''무사안일' 등 우리 사회 적폐(積弊)로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인해 정부는 해경을 해체하는 대신 위상을 장관급으로 격상시켜 '국민안전처'라는 조직을 만들고 안전을 외쳤지만, 이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 절차는 여전히 외면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해경 추자안전센터는 지난 5일 오후 8시30분쯤 돌고래호와 함께 출발한 돌고래 1호 선장 정모(41)씨의 '연락두절' 신고를 받고 돌고래호 승선자 명부를 뒤졌다.

이날 오후 8시10분쯤 정씨의 첫 번째 연락두절 보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가 오후 8시25분 정씨가 재차 신고하자 그제야 돌고래호의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 움직임이 끊긴 것을 확인하고 나서 이뤄진 첫 조치였다.

해경은 승객명단을 보고 일일이 전화를 했지만 대부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오후 8시39분쯤 유일하게 연락이 닿은 A씨는 "지금 잘 가고 있다. 곧 도착한다"고 답했다.

돌고래호의 신호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지만 해경은 승선원 명부에 적힌 사람과 통화를 했다는 이유로 '이상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6분여 뒤 센터는 A씨로부터 "승선하지 않았다"는 황당한 연락을 받았다. A씨는 명단에는 이름을 올렸지만 실제로는 승선하지 않은 사람이었던 것.

상황은 급변했다. 출입항 신고 및 기상악화 때 통제업무를 담당하는 해경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흘렀고, 제주 해경본부 상황실에는 밤 9시3분이 돼서야 공식 접수가 됐다.

아무런 초동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통신두절이나 실종이 맞는지 확인을 하느라 구조를 위한 소중한 1분 1초는 흘러갔다.

돌고래호 전복 사고 실종자 수색 사흘째인 7일 해양경찰이 추자도 연안에서 돌고래호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2015.9.7/ 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낚시 관리 및 육성법에 따라 낚시어선 업자는 출·입항신고서, 승선원 명부를 출·입항 신고기관(안전센터·민간대행신고소)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해경은 관리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소규모 어항에서는 이를 어촌계장 등 민간인에게 위탁하고 있다.

돌고래호가 출항한 전남 해남군 북평면 남성항도 민간인이 이를 대행하고 있다.

해경은 이에 대해 '낚시 레저 활동의 민간 자율적 관리체계 정착'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양사고를 예방해야 할 해경은 가장 기본적인 신고업무를 민간에 맡겨만 두고, 이를 관리·감독하는 절차는 생략한 것이다.

해경이 신고업무 자체는 민간에 대행시키더라도 승선원 명부 거짓 작성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 및 처벌 등을 해왔더라면 이같은 '적당주의'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 재난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해경은 승선명부 거짓작성에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하고 있을 뿐이다.

해경의 '인력부족' 핑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V-PASS를 통해 해경은 모든 선박의 이동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돌고래호의 위치신호는 5일 오후 7시39분 이후 소멸됐지만 해경이 이를 인지한 시점은 돌고래 1호 선장의 신고를 받고 나서다.

생존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돌고래호가 전복된 후 선장 김모씨는 승객들에게 배가 항해를 하면 무선통신이 해경과 연결돼 있어 해경이 반드시 구조하러 온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선장 김씨가 사고 직후 배에 설치된 V-PASS의 조난신고 버튼을 눌렀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소멸된 신호를 보고 해경이 즉시 구조에 나설 것이라 믿었다고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돌고래호가 출발했을 때 추자도 인근 해상은 강풍과 함께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출항을 막지도 않았으면서 "모든 선박을 다 모니터링 할 수는 없다"는 해경의 해명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또한 해경은 돌고래호 V-PASS의 항적도를 토대로 이동예상항로인 해남방향(추자도 북동쪽 방향)에 대해 수색을 벌였으나 실제 돌고래호는 이와 반대인 추자도 남쪽 해상에서 민간 어선에 의해 전복된 채 발견됐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이같은 부실·늑장 대응에도 수습 책임자인 박인용 안전처 장관의 '유언비어 엄단' 발언은 논란을 더욱 키웠다.

이날 오전 박 장관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지금 일부 언론 기사와, 댓글들에서 해경이 고의로 구조를 안했다는 유언비어가 떠돌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구해달라는 사람의 목소리를 그냥 지나쳤다는 생존자의 인터뷰와 함께 각종 유언비어가 나돌고 있습니다"라는 글이 적혔다.

박 장관은 이에 대해 "유언비어에 대해선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사고 접수 후 11시간 동안 단 1명의 생존자도 구조하지 못했음에도 안전처나 해경의 명예만 챙기려는 모습에 비난은 이어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도 구두논평을 통해 "국민안전처가 사고 수습도 못 하면서 유언비어 운운한 것은 적반하장이자 무책임한 태도"라며 "세월호 참사 때도 구조는 어선이 더 많이 했는데 이번에도 구조한 것은 어선이었다. 세월호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엄포만 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cho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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