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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비율 40% 넘었는데.. 구호에만 그친 '예산 구조조정'

김태근 기자 입력 2015. 09. 10.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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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 387兆] '재정준칙' 스스로 깬 정부 - 안이한 경제 전망 4%에 못미치는 '經常성장'.. 매년 6~7% 잡아 역풍 초래 - 지지부진한 재정개혁 새로운 수입원 찾기에 소홀, 임시방편식 경기처방 늘려 - 전문가들 주문 美·英 등 선진국처럼 재정준칙에 강제성 부여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사상 처음 40%를 넘어선 가운데, 현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지키겠다며 내세웠던 약속을 3년 내리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들어오는 돈에 비해 씀씀이(총지출)를 천천히 늘리겠다'고 했지만 2013년만 지출 증가율이 수입 증가율보다 낮았고, 2014년부터 2016년 예산까지는 전부 지출 증가율이 수입 증가율을 웃돌았다.〈그래픽 참조〉

이에 대해 재정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기 전망을 안이하게 해왔고, 하기 힘든 개혁은 미뤄둔 채 씀씀이만 늘렸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이제라도 구호에 그쳤던 '예산 구조 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선심성 입법 탓하더니…

정부는 그동안 정치권을 겨냥해 "재원을 어떻게 만들지 대책도 없이 선심성 법안을 쏟아낸다면 나라 살림은 금방 망가진다"며 "재원 대책이 뒷받침되는 경우에 한 해 법안을 내달라"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새로운 재정 사업을 할 때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 계획을 내놓도록 하는 원칙을 '페이고(Pay-go)'라고 한다. 정부는 올해도 국회에 페이고 원칙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해당 법안(국가재정법, 국회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올라가 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에게 원칙을 지키라고 목청을 높여놓고 정작 정부 스스로 지키겠다고 한 약속은 3년째 어기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정부 씀씀이는 연평균 4.4% 늘어나, 연평균 수입 증가율 3.4%보다 1%포인트나 높다. 수입에 비해 지출을 조금만 늘린다는 원칙과는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식언을 한 첫째 원인은 안이한 경제 전망이다. 정부는 최근 3년간 실제 4%에도 못 미치는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에 물가 상승 폭을 합한 것)을 매년 6~7%대로 잡아 세금이 부족하게 걷히는 역풍을 자초했다. 이에 따라 구멍 난 세금 규모는 2012년 2조8000억원, 2013년 8조5000억원, 2014년 10조9000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뒤늦게 경상성장률 전망치를 4.2%로 현실화했지만, 이미 재정 운용에 대한 신뢰는 금이 간 상황이다. 전직 재정 당국 고위관계자는 "예산안을 짤 때 거시 지표는 관성적으로 성장률 4%, 물가 상승률 3% 정도로 놔두는 경향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둘째로 지적되는 것은 재정 개혁은 부진한데 씀씀이는 그때그때 경기 부양용으로 늘려잡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3년 공약 가계부에서 지하 경제 양성화, 비과세 감면, 재정 구조 개혁 등을 통해 5년간 대선 공약 이행용 재원 140조원을 만들어 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집권 중반이 넘은 지금 정부는 이렇다 할 성과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아 세수(稅收)가 어려운 상황은 둘째 치더라도 씀씀이를 줄이거나 새로운 수입원을 찾는 성과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반면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재정에 기대는 정도는 심해지고 있다. 2015년 예산 375조4000억원은 작년에 비해 20조원(5%) 가까이 늘린 것인데, 여기에 메르스 충격으로 경기가 악화되자 정부는 9조3000억원을 추경예산으로 편성해 더 퍼부었다. 이런 식의 경기 부양은 박근혜 정부 집권 첫해인 2013년에도 있었다. 당시 정부는 17조원이 넘는 수퍼 추경을 편성해 세수 부족을 메우고, 경기 방어에 나섰었다. 이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스스로 재원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씀씀이를 늘린 결과가 악화된 재정 수치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 준칙에 강제성 줘야"

전문가들이 말하는 대안은 정부도, 국회도 임시방편식 경기 부양과 선심성 입법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재정 원칙에 강제성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라 살림이 악화된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선 이미 4~5년 전부터 이런 방안들을 실천하고 있다.

우선 미국은 채무 감축 계획이 의회에서 합의에 이르지 않으면 예산을 일정 부분 자동 삭감하는 제도를 2011년부터 운영 중이다. 미국은 또 페이고 원칙을 이미 2010년부터 입법화해 실행하고 있다. 미국은 계획적인 재정 운용을 위해 향후 10년간 지출 절감 목표도 매년 새로 세운다. 영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순채무 비율을 전년보다 낮춘다는 재정 운용 원칙을 2010년부터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또 독일은 재정 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 대비 0.35% 이하로 유지하도록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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