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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중동 가라 해서 갔더니 하루 12시간 단순 노동만"

박홍두 기자 입력 2015. 09. 11. 06:01 수정 2015. 09. 1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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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청년 해외취업 활성화 사업' 부실 지적

사범대를 졸업한 ㄱ씨는 2013년 정부가 미국에서 교사로 취직할 수 있게 해준다는 말에 교육부의 ‘교·사대 졸업자 해외진출 사업’에 지원했다. 원대한 꿈을 품고 발을 디딘 미국 땅에서 ㄱ씨는 5개월간 어학교육을 받은 뒤 뉴저지주에서 교사 자격시험까지 통과했다.

이후 그는 기간제 교사로 활동했지만, 1년 뒤 눈물을 머금은 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미국의 국가당 전문직 비자 할당 몫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ㄱ씨 등 20여명의 교사지망생 중 3명만 ‘제비뽑기’로 비자를 받았고 나머지는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야 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교육부는 “내년부터는 폐지를 검토 중”이라고 했지만 현재도 19명이 이 사업으로 미국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해 대학생 ㄴ씨는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해외 인턴 사업’에 지원했다. 싱가포르와 미국 내 명품의류 매장에서 판매·마케팅 업무를 하는 인턴직이고 수습기간을 거치면 100% 정규직 채용까지 된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싱가포르 옷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했을 뿐이다. 정규직 전환도 없었다. 그는 “집 나가면 고생이란 것만 배웠다”고 말했다.

노동부 ‘플랜트 해외인턴사업’의 경우 사실상 노예노동에 가까웠다. ㄷ씨는 “중동에서 6개월간 오전 6시부터 꼬박 12시간 근무에 철야근무까지 했다”며 “단순업무라 배울 것도 없었다”고 했다.

모두 박근혜 정부가 2013년부터 역점적으로 추진한 청년 해외취업 활성화 정책인 ‘K-무브(Move)’ 사업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의원이 10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5월 말 작성한 K-무브 현장점검 보고서를 입수한 결과, 38개 사업에서 부실운영 등 각종 문제가 발견됐다. 정부는 지난해에만 해외취업 사업에 270억여원, 해외인턴사업에 220억여원을 들였다.

우 의원은 “박 대통령이 청년들에게 ‘중동으로 가라’며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결국 청년들 꿈만 짓밟고 경제적 효과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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