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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세금 내겠다는 기독교 장로회 선언 환영한다

입력 2015. 09. 17. 21:34 수정 2015. 09. 1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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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가 그제 교단 총회에서 개신교 장로교단 가운데 처음으로 목회자 납세를 결의했다. 기장은 “신학적·실정법적 검토와 사회의 인식 등을 종합할 때 납세의무를 다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 교단의 결의는 목회자 개개인을 구속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하지만, 단순히 상징적 선언에 불과하다고 저평가할 일은 아니다.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절대다수인 75%가 찬성하고, 기독교계 내부에서도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교단 차원의 결의는 일정한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망설이고 있는 다른 교단의 동참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종교인 납세는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고 있다. 천주교는 “종교인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납세의 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김수환 추기경의 언급에 따라 1994년부터 사제들의 소득세를 자발적으로 납부하고 있다. 불교계와 개신교의 승려와 목회자들도 속속 동참하고 있다.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한 개신교 일부에서만 목회는 근로 행위가 아니라는 논리로 반대하고 있다. 이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납세의 원칙을 부정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예수의 사랑을 실천하고 폭넓게 존경을 받아야 할 종교인이 헌법적 가치와 사회적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준다면 한국 기독교계의 장래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과세안을 검토해보면 사실 종교인에게 돌아가는 세금의 실질부담은 미미한 수준이다. 과세대상은 종교인 23만명 가운데 4만~5만명에 불과하다. 연봉 4000만원 이하의 종교인은 면세점 이하이므로 한 푼도 내지 않게 된다. 정부의 과세안은 종교인들을 납세의 의무라는 틀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최소한의 장치일 뿐이다. 기독교인이 이것조차 수용하지 못한다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여야는 이번 기장 교단의 납세 결의를 계기로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1968년 처음 제기된 종교인 과세문제가 번번이 좌절된 것은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이었다. 지난달 정부의 과세안이 발표됐을 때도 내년 총선을 의식한 여당은 수용하지 않았다. 수십년간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계속되고 있는 종교인 비과세라는 ‘비정상’ 상황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절대다수의 지지를 받는 종교인 과세를 입법화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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