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쿡-기장 제100회 총회 폐막]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한 성찬식 보며 희망 보았다
강원도 원주 영강교회에서 나흘간 열린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제100회 총회가 17일 막을 내렸습니다. 사실 평신도인 기자에게 어느 교단이 됐건, 총회 현장을 취재하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교단 내부의 돈 법 권력을 다루는 총회에선 성직자가 아니라 현실에 발 딛고 사는 목회자의 민낯을 볼 때가 적잖기 때문입니다.
기장은 ‘정의 평화 생명’ 가치 수호에 앞장서며 현대사에서 제 역할을 해온 교단이니 다르겠거니 했지만 때때로 실망스러웠습니다. 먼저 제7문서 ‘교회를 교회답게’의 채택이 무산되던 순간입니다. 특별위원회는 연구와 공청회를 거쳐 제1명제 ‘자기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교회는 교회가 아니다’를 시작으로 18개 명제로 구성된 안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이 “왜 긍정이 아니라 부정어법을 쓰느냐”며 ‘…는 교회가 아니다’라는 형식을 문제 삼아 채택을 거부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교회다움’을 기대하기는커녕, 교회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려 합니다. 그들이 손가락질하는 교회는 교회가 아니라고 고백하고, 하루빨리 진짜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될 시급한 상황입니다. 기장의 제7문서 채택이 한국교회에 자정과 쇄신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 사람이 많았던 이유입니다. 그런데도 채택을 미룬 건 총대들의 위기의식이 절박하지 않다는 방증인 듯했습니다.
일부 총대의 아집에 찬 태도도 아쉬웠습니다. 다른 의견을 경청하기보다 내 의견을 내세우는 데만 급급하다면 소통이 될 리 없습니다. 양성평등위원회나 여성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일부 남성 총대들이 보여준 무성의한 태도는 한숨이 나오게 만들었습니다.
이를 달래준 건, 셋째 날 저녁 열린 ‘오병이어 성찬식’이었습니다. 군산 새만금 송전철탑 반대 주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등 한반도 곳곳에서 고통받고 신음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목회자들이 배병위원 배잔위원으로 나섰습니다. 삶의 바닥, 고통의 현장을 묵묵히 지켜주는 목회자가 많음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520일 넘게 딸 조은화양을 기다리는 조남성 이금희씨 부부도 참석해 예수님의 피와 살을 나눴습니다. “얼마나 더 고통스러울지 모르겠어요. 세월호를 인양해 아직 돌아오지 못한 9명을 찾아야 부모들이 앞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겠어요”라며 울먹이는 이들을 끌어안고 함께 기도했습니다. 참석자들은 “이 아픔이 주님의 고통을 대신하는 아픔임을 믿는다”며 “모두 손잡고 흡족한 기쁨으로 영광의 예배를 드릴 때까지 아픔을 세상에 드러내고 함께 나누자”는 결단의 기도로 성찬식을 마쳤습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최부옥 기장 총회장이 취임연설에서 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바닷물에 꼭 필요한 염분은 3%입니다. 기장은 바로 그 3%의 소금입니다.” 교세는 작지만 한국사회와 한국교회에 꼭 필요한 일을 해온 교단이 기장입니다. 교회를 교회답게, 기장을 기장답게 하는 길. 100회 총회를 마친 기장이 앞으로 나아갈 길 아닐까요.
원주=글·사진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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