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웃나라] 보릿고개 버팀목 日 '우메보시'

김태현 2015. 9. 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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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농가는 벌써 배추 수확 준비에 바쁘다. 1년 먹을 김치에 필요한 배추를 공급하려면 서두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두고두고 먹을 김치를 만들기 위해서 김장에 들어가는 정성도 깊다. 김치에 들어갈 배추, 소금, 젓갈, 마늘, 생강, 무, 굴 등을 직접 고르는 가정도 아직 여럿 남아 있다.

1년에 한 번 김장하는데도 이렇게 정성을 들이는 이유는 그만큼 김치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6·25 전쟁 직후인 50~60년대 김치는 주린 배를 채워줬던 고마운 음식이다.

일본의 히노마루벤또 (사진=닛케이)
한국에 김치가 있다면 일본에는 ‘우메보시’(梅干し·매실장아찌)가 있다. 우메보시는 매실을 소금에 절여 만든다. 우메보시는 매실의 껍질을 벗긴 다음 짚불 연기에 그을려 말린 것에서 유래했다. 7세기 중국으로부터 전래한 이후 1600~1800년대 에도시대부터 대중화됐다.

우메보시 담그는 일은 만만치 않다. 우메보시는 매실이 제칠인 6월부터 준비를 한다. 본격적으로 매실을 절이기 전에 매실을 소금에 절인다. 한 달 정도 절인 매실에 붉은 들깻잎을 넣고 본격적으로 절임을 시작한다. 또다시 한 달 정도 절이고 가을 햇볕에 18일 동안 말리면 완성이다. 다 말린 우메보시는 2년 넘게 보관하고 먹을 수 있다.

일본인들이 우메보시하면 떠올리는 흰쌀밥 위에 우메보시 하나를 올린 ‘히노마루벤또’(日の丸べんとう)다. 히노마루벤또라는 이름을 얻게 된 건 그 모양 때문이다. 흰쌀밥 위에 올린 매실 하나가 ‘일장기’(日の丸)를 닮았기 때문이다.

히노마루벤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주린 일본인들의 배를 채워줬다. 별다른 반찬 없이도 흰쌀밥 한 그릇에 짠 매실장아찌 하나로 한 끼를 때웠다. 당시 폐허가 된 도시에서 배가 고팠을 사람들에게는 이마저도 고마운 음식이었다.

이렇게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우메보시지만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우메보시를 먹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짜고 시기만 한 우메보시가 젊은이들에게 맛있을리 없다. 비곤했던 시절의 음식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꺼리는 사람들도 많다.

김태현 (thkim12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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