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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용돈'으로 청년 희망주겠다는 성남시의 포퓰리즘

입력 2015. 10. 02.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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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성남시장(새정치민주연합)은 그제 페이스북에 ‘연 100만원 청년배당, 성남시가 처음 시도하는 기본소득’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기본소득은 자산 소유나 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지급되는 소득이다. 앞서 성남시는 지난달 29일 ‘청년배당 지급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조례안에 따르면 성남에 3년 이상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하는 만 19~24세의 청년에게 단계적으로 1인당 분기별 최대 25만원을 지원한다. 무상공공산후조리, 무상교복에 이어 성남시의 세번째 무상복지 시리즈다.

성남시는 제도 도입 취지로 청년 복지와 취업 역량 강화를 내세웠다. 지역 내에서만 쓸 수 있는 상품권이나 적립카드로 지급하기 때문에 지역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재원이다. 지급 대상은 6만여명으로 연간 6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 시장은 “빚 내지 않고 기존 예산을 아끼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도 없이 ‘연 100만원 배당’ 약속부터 한 것이다. 성남시가 전국에서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역이긴 하나 2010년 모라토리엄 선언 후 부채는 늘어나는 추세다. 경기 침체로 세수는 줄어드는데 복지예산만 늘리겠다니 선심성 포퓰리즘이란 지적을 받는 것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려면 시 의회 심의, 보건복지부와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역시 성남시가 전국 최초로 추진한 무상공공산후조리원 설치는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복지부의 ‘불수용’ 입장에 따라 시행이 보류된 상태다. 청년배당에 관한 협의 절차가 시작되기도 전에 페이스북을 통해 여론몰이에 나선 이 시장 행태는 다분히 정치적이다.

젊은이들 사이에 ‘헬(hell·지옥)조선’ ‘3포(연애·결혼·출산 포기)5포(내집마련·인간관계 포기)세대’ 같은 말이 나돌 정도로 청년층이 겪는 좌절감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그렇다고 돈으로 청년들의 환심을 사는 건 책임있는 지자체장이 할 일이 아니다. 분기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나눠주는 것으로 청년들의 희망을 살 수는 없다. ‘용돈’ 수준의 지원으로 어떤 구직 활동이 가능하겠는가. 차라리 청년들의 창업·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거나 구직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서울시도 유사한 사업을 구상 중이나 미취업 청년의 사회 참여활동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시장은 더 이상 독불장군식 무상복지로 지역 주민들을 현혹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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