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간접흡연, 더 이상 참을 사람 없다

한국일보 입력 2015. 10. 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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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들이 볼 멘 소리로 말한다. 이제 마음대로 담배 피울 데가 없다고. 언뜻 맞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요즘 흡연자들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일 때 주변을 돌아보면서 불을 붙이지 않는 사람이 없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2015년 1월 1일부터 모든 음식점, 제과점, 호프집, 커피숍, PC방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었다. 과거에 음식점마다 식사 후에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고 비흡연자들은 그 연기를 맡으면서 불편한 내색을 하지 않기 위해 고통을 참아야 했던 일은 겪지 않아도 된다. 실외 금연구역도 계속 넓어지고 있어서 서울시의 경우 버스정류소, 공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주변, 초중고 출입문으로부터 50m 이내, 혼잡한 길거리를 모두 포함하면 서울시에만 실외 금연구역이 무려 만 군데나 된다. 서울시는 내년 4월부터 1,600여 곳에 달하는 서울시내 모든 지하철역 출입구 주변 10m 이내도 금연구역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럼 비흡연자들은 이런 상황에 만족하고 있을까? 과거 간접흡연의 피해를 봤으면서도 말 못하던 비흡연자들은 이제 길거리 간접흡연도 불쾌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길거리 흡연의 가장 큰 문제는 길을 걸을 때 앞 사람이 담배를 피우면 뒷사람은 피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 뿐 아니다. 아파트에서 간접 흡연은 이웃 간 다툼으로 문제가 커진다. 화장실이나 베란다를 타고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오는 담배연기 때문에 짜증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아기라도 키우는 집의 경우 왜 우리 아이가 당신들의 흡연 피해를 봐야 하느냐며 분노를 표시한다.

흡연자들은 이런 비판에 대해 ‘내 집에서도 못 피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어떤 흡연자들은 흡연자를 죄인 취급하지 말라고 한다. 맞는 말씀이다. 흡연자는 죄인이 아니고, 흡연행위는 죄가 아니다. 흡연자는 불행하게도 인생의 어떤 시기에 흡연을 시작했고, 니코틴에 중독되어 끊지 못하는 피해자일 뿐이다.

그런데 딱 한 가지, 흡연자가 죄인이 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 그게 바로 주변 사람들에게 간접흡연으로 피해를 주는 경우다.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간접흡연은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 의해 1급 발암요인 즉, 인간에서 암 발생이 확인된 발암물질로 공표된 지 오래다. 간접흡연으로 인해 폐암이 발생하고, 심장혈관과 뇌혈관을 막아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일으킨다. 어린이에게는 중이염, 천식 발작을 일으키고, 아무 질병이 없던 영아가 갑자기 사망하는 영아돌연사증후군도 유발한다. 부모 모두가 흡연자인 가정에서 자라는 소아는 그렇지 않은 집보다 호흡기질환이 72% 더 많다.

이런 심각한 질병이 아니더라도 간접흡연에 노출되었을 때 비흡연자의 69%가 눈의 자극 증상을 호소하였으며, 32%가 두통을, 29%는 코 자극증상을, 그리고 25%가 기침을 호소한다. 대략 5,000만명인 우리 국민 가운데 흡연자는 약 1,0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제 모든 실내의 완전금연과 혼잡한 길거리를 비롯한 실외 금연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다.

간접흡연의 가장 큰 피해자는 가족, 친구, 직장동료, 이웃이다. 어떤 흡연자가 자기의 잘못된 습관을 위해,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발암물질과 독성물질을 강요할 수 있을까? 어린이와 함께 탄 차 내 금연에 국내 흡연자의 94%가 찬성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이 질문에 답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들과 차 안에 함께 있는 상황을 떠올렸을 것이다. 자기는 흡연을 하지만 자신의 아이를 간접흡연에서 보호하려는 애정이 느껴진다. 흡연자들은 바로 그런 마음씨로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마땅하다. 배려할 이웃에는 가족만이 아니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 같은 길을 걷는 사람도 포함되어야 한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ㆍ국립암센터 금연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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