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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공천제 도입 논란, 정작 국민은 소외

입력 2015. 10. 02. 12:12 수정 2015. 10. 02.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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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삶과 분리된 정치… 정치개혁 실종되고 싸움만 남아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최근 정치권의 화두인 안심번호제 국민공천제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한 지인에게 물었다. 국민공천제를 발화로 해서 청와대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피터지는 권력 싸움을 벌이는 것에 대한 피로감때문일까. 지인은 뜬금없이 한 정치인과 축구에 대한 얘기로 답을 대신했다.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요즘 프로축구 팬들이 정치에 관심이 많아. 왜 그런 줄 알어. 이재명 성남시장 때문이지. 이 시장은 프로축구 팬들에게 이미 대통령감이야"

사연은 이렇다. 지난 2014년 1월 일화가 성남FC 운영을 관두면서 성남시가 인수해 시민구단을 출범시켰다. 지난 5월 성남FC는 아시아챔피언스리스 16강 1차전에서 중국 광저우 팀을 이기는 파란을 일으켰다. 선수 몸값이 150억 정도인 성남FC가 중국 부동산 갑부 헝다그룹이 1000억 이상 투자해 인수해 중국 갑부팀으로 불리는 광저우를 이기면서 화제가 됐다.

성남FC의 선봉장은 시민구단으로 출범하면서 구단주가 된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프로축구팬들은 시민구단을 출범시키고 구단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이재명 시장의 '정치인'으로서의 능력을 높이 사고 있다.

그럴만도 한 것이 이 시장의 트위터를 보면 구단주로서 편파적인(?) 응원을 하고 매번 경기에 대한 평을 남기면서 프로축구 팬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지난 8월 전북과 경기 중 반칙을 하지 않았는데도 패널티킥이 선언됐다며 K리그의 심판기피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남기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시장은 심판 판정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구단 입장에선 생사가 달렸기 때문에 우리 구단에 불리한 것들은 구단에서 나서서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은폐하거나 자제해서 숨길 게 아니라 드러내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우리 축구 환경과 대한민국 체육계 환경을 개선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청년 배당 정책(분기별 25만원), 공공 산후조리원 도입, 무상교복 사업 등을 내놓으면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과 동시에 시민의 수요에 기반한 체감 높은 정책을 생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의 정치와 시민의 삶이 동떨어진 현실에 비춰보면 분명 이재명 '구단주'의 행보는 파격에 가깝다.

안심번호제 국민공천제도 파격이긴 마찬가지다. 여야 대표가 합의한 제도를 두고 청와대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내놓는 한마디 한마디에 세상이 흔들리는 듯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사람들은 정작 안심번호제 국민공천제의 장단점은 잘 모른채 참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정치 무관심→권력 싸움으로 인한 정치 혐오→정치 무관심이라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가 왜 정당의 공천제도 문제에 개입하느냐고 비판하지만 한켠으론 추석 연휴 때 밀실에서 여야 대표가 만나 합의한 것을 두고 비판하는 목소리는 잘 보이지 않은 것도 문제다.

녹색당은 "두 대표가 합의했다는 내용을 보면, 모두 공개된 공론장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이지, 두 대표가 호텔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선거제도를 이런 식으로 호텔의 밀실에서 결정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라고 반문했다.

공천룰을 정하는 문제가 현재권력 대 미래권력의 프레임으로 짜여지면서 정작 제도 개선을 통한 정치개혁의 방향도 실종됐다.

안심번호제 국민공천제는 정당의 선택에 따라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제도를 법제화시키는 문제가 있다. 소수 정당에게는 안심번호제든 오픈프라이머리(국민공천)든 추진할 돈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민간기업인 이동통신사에서 인증번호를 받는 것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형식이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무엇보다 모든 정당에 법으로 적용시키는 제도 개선인데도 국민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없다. 국민 입장에선 '안심번호제 국민공천제를 여야가 합의했다. 그렇게 알고 있으라'는 명령으로 들린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도입을 놓고 으례껏 하는 공청회를 열었다는 얘기도 듣지 못했다. 여야가 명분이 있는 제도라고 한다면 국민의 뜻을 살피고 끊임없이 설득시켜야 하는 정치의 기본 원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비겁하다. 문 대표는 정치개혁의 방안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고정시켜놓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도 줄이는 것도 아닌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했는데 정작 이에 대한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헌법재판소가 표의 등가성 문제로 놓고 한 지역구 당 3대1로 편차가 나는 문제를 2대1로 조정하고 비례의원 증원, 완전국민경선제 등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내놨지만 모든 것이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의 싸움에 묻혀버렸다.

황종섭 2015정치개혁 시민연대 간사는 "정치개혁 및 선거제도 개선은 지난 2월 헌재의 표의 등가성 조정이 첫 출발점이다. 선거제도 변화로 지역 대표성 문제나 비례대표제 확대 문제 등 이런 원칙을 먼저 정하고 그 원칙을 살리기 위한 제도를 살펴야 하는데 큰 그림도 없이 안심번호제 국민공천제를 먼저 내지르고 나머지를 갖다 붙이는 식이 돼버렸다"면서 "두 대표가 만나서 이렇게 할 거면 뭐하려고 몇 달동안 정개특위를 운영하고 많은 국력과 역량을 투입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황 간사는 "안심번호제가 지난 2월 중선관위의 의견으로 나왔던 안이긴 하지만 아이디어 정도였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지역구 및 비례대표 정수 문제가 핵심이었는데 두 대표가 만나 오픈프라이머리를 법제화시킨 것은 한식 중식 일식 중 뭘 먹을지 고르지는 않고 짜장면을 좋아하냐 싫어하냐를 따지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지인은 "프로축구 팬에게 이재명 구단주는 든든한 사람으로 통한다. 일단 자신의 편을 만들고 지지하게 만드는 탁월한 재주가 있다. 정치개혁을 한다면서 제도를 도입하다는데 왜 시민들은 관심이 적을까. 손도 내밀지도 않고 자기 편도 만들지 못하기 때문 아닐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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