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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끊이지 않는 여성비하 광고 논란..왜?

김필규 입력 2015. 10. 06.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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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이게 최근 며칠 동안 화제가 됐던 한 치킨 업체 광고인데요, "자기야 나 기분전환 겸 빽 하나만 사줘"라고 하니까 타들어 가는 숯불 위로 '음 그럼 내 기분은?'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이 광고를 두고 논란이 커지자 결국 업체가 사과하고 광고를 내렸는데, 최근 들어 이런 식으로 논란이 되는 광고가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왜 그런 건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오늘(6일) 팩트체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이 광고를 두고서 구체적으로 어떤 논란이 있었던 겁니까?

[기자]

이 광고에 이어지는 내용이 '오빠 포인트 적립은 내 걸로 해줘'라고 여성이 말하니 "그럼 계산도 네가 해라"하는 거고, 기분이 상한 여성이 "오빠가 뭘 잘못했는지 알아?"라고 묻자 "너를 만난 거?"라고 받아치는 식입니다.

이렇게 화가 날 때는 숯불에 구운 화끈한 버거를 먹으라는 취지인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여성을 가방이나 사달라고 조르고 남성을 이용하려는 존재로 그렸다는 비판이 나온 겁니다.

[앵커]

다분히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이런 광고를 만든 것 같기는 한데, 요즘 이런 식의 광고들이 많이 늘어난다면서요?

[기자]

예, 하나하나 보여드릴 텐데요. 이건 또 다른 치킨 업체 광고인데 여자친구가 명품 쇼핑백을 들어달라고 하자 고민하다가 치킨을 먹은 뒤 밀쳐버린다는 내용이고요.

이 소주 업체는 '술과 여자친구의 공통점, 오랜 시간 함께할수록 지갑이 빈다'는 광고문구를 넣었습니다.

이 음료 브랜드는 '영화 보는 남자, 밥 사주는 남자, 쇼핑할 때 같이 갈 남자가 따로 있는 것처럼 음료도 다양하게 즐겨라'라는 내용의 광고를 만들었고, 밑에 있는 음료 제품 역시 '날은 더워 죽겠는데 남친은 차가 없네'라는 문구로 논란이 됐습니다.

정부 광고도 마찬가지여서, 피임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복지부 홍보 포스터에 이렇게 남자친구에게 자기 짐을 다 떠넘긴 여성의 모습이 당연한 것처럼 묘사돼 문제가 됐습니다.

[앵커]

전반적으로 보면 마치 여성이 남성에 기대 소비나 일삼는 캐릭터, 부정적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잖아요. 광고를 한 업체들은 이런 논란이 있을 걸 몰랐을까요?

[기자]

그래서 논란이 됐던 업체 관계자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들어보시죠.

[A 외식브랜드 관계자 : 저희가 여성혐오라든지 그런 것들을 의도했던 건 당연히 아니고, 저희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그렇게 느끼시는 분들이 있다고 하면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저희가, 어느 정도 일부 책임이 있는 건 맞긴 맞는데. 제품의 컨셉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좀 더 강화하고 잘, 재미있게 설명하고자 하는 의도가 훨씬 컸던 건데.]

그러니까 논란을 일부러 의도한 건 아니고 재미를 염두에 둔 것이란 설명이었는데요.

여성혐오, 여성비하와 관련된 내용이 유독 최근 인터넷과 SNS를 통해서 많이 퍼졌습니다.

한 포털사이트 트렌드 분석으로 보면 '여혐', '여성혐오'라는 단어의 언급이 지난해부터 특히 올해 급격하게 많아진 것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케터나 광고업체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마음속에 있는 것, 사회상이 반영됐다고 판단해 그런 광고를 만들었을 거라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한편으로 보면, 저희가 팩트체크를 진행하면서도 본의 아니게 몇몇 업체들의 이름을 직접적으론 얘기 안 했어도 다 알려준 셈이 됐잖아요. 궁극적으로는 이른바 노이즈마케팅을 노렸다고 볼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광고학에 '수면자 효과'라고 있습니다.

일단 소비자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나쁜 내용으로라도 화제를 만들어 놓으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결국 나쁜 이미지는 잊혀지면서 결국 그 브랜드만 기억하게 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광고들의 경우 이런 수면자 효과를 누리기 힘들 거란 전문가 이야기 많았는데요.

대구대 심리학과의 박은아 교수는, 상품의 주요 고객이 여성인데 과연 이런 광고를 좋아하겠느냐, 게다가 조금 전 보셨던 광고들은 이미 잘 알려진 브랜드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노이즈마케팅 효과가 없고, 상당수 남성들도 겉으로는 부정적이기 때문에 실제 구매 효과가 약할 거라는 분석이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수면자 효과라는 것은 나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가도 한번 자다 깨면 잊어버릴 것이다, 이런 거죠? (맞습니다)

그런데 조금 전 업체 이야기 대로 재미만 생각해 별생각 없이 이런 광고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광고를 보는 사람 중에도 처음엔 재미로 보게 되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런 캐릭터에 동화되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잖아요? 잘못된 이미지를 계속 갖게 된다는 거죠.

[기자]

그런 부분 중요한 지적입니다.

실제로 이게 논란이 됐을 때 관련 기사에 '뭐만 하면 여성혐오냐' '너무 지나친 해석 아니냐' 이런 반응도 있었는데요.

최근 한 일간지에서 10대~30대 남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55.1%)이 여성 비하, 혐오하는 단어를 사용해본 적이 있고 그 중 36.6%는 실제 여성이 한심하다고 생각해 그 말을 썼다고 합니다.

그저 재미있다는 이유로 '특정 현상에 대한 평가가 광고 등 매체를 통해 퍼지다 보면 마치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증폭될 수 있다'는 지적, 게다가 광고 효과도 없다는 전문가들 이야기, 업체들이 좀 더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대목입니다.

[앵커]

매우 심각한 사회의식의 왜곡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이렇게 해석될 것 같군요.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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