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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통과시킨 검정 교과서..편향됐다 비난하는 건 모순"

입력 2015. 10. 11. 19:51 수정 2015. 10. 1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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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집필자협 53명 전원 공동성명

한국사 검정 교과서 집필자들이 좌편향 시비를 제기하며 국정화 필요성을 주장하는 정부·여당을 향해 “정부(교육부)가 통과시킨 교과서를 왜곡하고 집필자를 매도하는 자가당착”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정해 놓은 엄격한 검정기준과 절차에 맞춰 발간된 교과서를 두고, 뒤늦게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에 따라 이를 폄훼하는 자기분열적 언행을 일삼고 있는 데 대한 강한 항의다.

“반대한민국 사관” 새누리 비난은
현행 검정제도 모르는 소치
‘국가정통성 부정하는 내용 있는가’
검정기준 첫째조항 지켰기에 합격

국정화는 역사교육에 심각한 위기
이런 식이면 3년마다 폐기하게 돼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 협의회(한필협)는 11일 성명을 내어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와 역사교육자들에 대한 사실 왜곡과 편파적인 폄하 행위를 중단하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한필협은 고교 한국사 검정 교과서 8종 가운데 7종 교과서 집필자 전체 53명이 가입한 기구다.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일으켰던 뉴라이트 쪽 교학사 교과서 집필자들은 빠졌다. 7종 교과서 집필자들은 무엇보다 ‘교육부가 검정을 통과시켜 학교에서 쓰도록 했는데, 편향됐다고 비난하는 건 자기모순이고 자가당착’이라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등 여권에선 “북한 교과서의 일부를 보는 것 같다”, “우리의 역사를 부정하는 반(反)대한민국 사관으로 쓰여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집필자들은 “교과서는 일반 서적처럼 저자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책이 아니다.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이라는 틀 안에서 검정에 통과해야 하는 책”이라고 강조했다. 교과서 검정 ‘합격’의 결정적인 기준은 교육부의 ‘초·중등학교 교과용도서 편찬상의 유의점 및 검정기준’(2011년 8월 고시)을 충족하느냐인데, 공통 검정기준 첫째 조항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왜곡·비방하는 내용이 있는가?”이다. 정부·여당 쪽 주장처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내용은 원천봉쇄돼 있다는 것이다.

두산동아(현 동아출판사) 교과서 필자인 왕현종 연세대 교수(한국사)는 “헌법 정신과 일치하는가, 교육의 중립성을 지키는가, 지적재산권을 존중하는가라는 공통 검정기준을 통과한 교과서이다. 그런데도 자의적으로 편향됐다고 주장하며 집필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고교 한국사 검정 교과서는 2011년 8월 교육과학기술부가 고시한 ‘사회과 교육과정’에 바탕해 집필했고, 2013년 8월30일 교육부 검정 절차에서 최종 합격 판정을 받고 2014년 3월부터 전국 고등학교에서 쓰이고 있다.

한필협 소속 교과서 집필자들은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가 역사교육에 심각한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학교 현장에 국정 역사교과서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다양한 역사적 사고와 건전한 시민의식을 마비시키고, 합리적 역사교육에 심각한 장애를 불러일으키며,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유엔 특별조사관 보고서가 “역사교육이 비판적 사고, 분석적 학습과 토론을 길러주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과도 배치된다고 했다.

교과서를 3년마다 폐기하게 되는 ‘비효율’도 문제 삼았다. 2007·2009년 개정된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는 2011~13년 3년 동안 현장에서 사용했다. 2013년 검정 심사한 교과서들은 2014년부터 쓰이고 있다. 그런데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해 2017년부터 사용한다면, 또 3년 만에 현 교과서를 폐기해야 된다. 그만큼 졸속 정책임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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