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국일보

"친일·독재 미화 국정화 철회하라" 시민단체들 밤샘 시위

김현수 입력 2015. 10. 12. 00:12 수정 2015. 10. 12. 00:24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진보 보수 찬반 갈등 격화

대다수 역사학자들 반대...교총은 찬성

연구ㆍ집필진 구성부터 난항 예고

편향성ㆍ함량 미달 논란도 불 보듯

교육부의 중ㆍ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발표를 하루 앞둔 11일 저녁 한국청년연대 회원 등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정부가 우여곡절 끝에 12일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방침을 최종 발표할 예정이지만, 발행체제 전환이 그동안 학계를 넘어 보수와 진보 진영까지 첨예하게 맞선 문제로 확대된 만큼 향후 진행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여당 부추기고 교육부 장단 맞춰 국정화 결정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2013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교육현장에서 진실이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며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한 이후 당정이 이를 주도하고 교육부가 뒷받침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지난해 8월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역사는 국가가 책임지고 한가지로 가르쳐야 한다”며 국정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부터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본격적으로 공론화했다.

이후 교육부는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와 관련된 두 차례 토론회와 여론조사 등을 통해 동향을 살폈다. 여당의 지원사격에도 불구하고 거센 반대 여론 때문에 국정화 추진 여부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취하던 교육부가 결국 국정화 추진으로 결론 내린 것은 당청의 강력한 드라이브 때문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8월 방미 일정 중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좌파 세력의 준동으로 학생들에게 부정적 역사관을 심어주고 있다”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당초 교육부는 지난달 말까지 발행체제 개선 방안을 확정하기로 했지만 학계와 교육계, 시민단체의 반발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이달 8일 국정감사 이후로 결정을 미뤘고, 결국 11일 당정협의를 끝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교육부가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무리하게 국정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면서 불신과 혼란을 자초했던 모습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청와대나 여론의 눈치를 봤다기보다는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가장 적당한 시기를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집필의 편향성ㆍ함량미달 예고 국정화 전환에 따라 2017학년도 신입생부터는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한가지 종류로 배우게 된다. 교과서 개발 및 심의 등 전 편찬과정은 국사편찬위원회(국편)가 맡게 된다. 정부는 대학교수, 교사, 역사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다양하게 집필진을 공모해 최소 1년의 집필기간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교과서 편찬의 첫 단계인 연구ㆍ집필진 구성부터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이미 전국의 교사, 학생, 연구진 등 총 2,344명이 국정화를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는데, 이 가운데 1,167명이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의 역사학자들이다. ‘어용학자’라는 낙인을 우려해 실제로는 학계의 우파 비주류 연구자들만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많은 학자들이 ‘집필거부’ 운동에 나설 경우 결국 편향성과 함량 미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교과서 제작기간이 2~3년인 점을 감안하면 오는 2017년부터 현장에 보급하기 위해선 심의ㆍ수정 과정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어 졸속제작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현행 검정교과서보다 근현대사 서술이 줄어들 가능성도 높다. 교육부는 이미 지난달 발표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한국사 교과서 성취기준에서 전근대사와 근현대사 비중을 현재 5대 5에서 6대 4로 축소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여기에 최근 국정화를 두고 갈등이 격화되자 진보, 보수 간 이견이 큰 근현대사 관련 부분을 삭제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찬반 갈등도 확산될 듯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찬반 갈등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흥사단전국청년위원회, 한국청년연대, 청년독립군 등 7개 청년ㆍ대학생 단체는 11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밤샘 촛불집회를 열고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시도를 조속히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1974년 유신 독재시절 처음 도입된 국정교과서는 정권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했다”며 “이번 국정화 시도 역시 박근혜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역사 교육을 강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거부하는 청소년 모임(가칭) 회원 10여명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년들은 민주주의를 해치고 역사를 왜곡할 국정 교과서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교과서 국정화에 공개적인 찬성 입장을 밝혔다. 교총은 이날 전국 시ㆍ도 교총 회장 회의를 개최한 뒤 “미래 세대와 현 세대의 올바른 역사관을 함양하고 역사교과서 내용을 정립하기 위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채택했다. 국정교과서를 지지하는 보수 단체들이 모인 ‘역사교과서대책범국민운동본부’의 이희범 사무총장은 “교육부의 교과서 국정화 방침이 발표되면 1인 지지시위와 토론회 등을 열어 교과서 국정화를 이뤄 내겠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한국일보 www.hankookilbo.com (무단복제 및 전재,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