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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국정교과서 전환..국민통합 위한 불가피한 선택"

임아영 기자 입력 2015. 10. 12. 14:23 수정 2015. 10. 1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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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발행체제 변경 방안을 12일 발표했다.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를 검정에서 국정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역사·교육계 등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큰 파장이 예상된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를 현행 검정에서 국정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담긴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행정예고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국정 교과서를 ‘올바른 역사교과서’로 명명했다. 황우여 장관은 “역사교과서 발행제체 개선방안은 역사적 사실 오류를 바로잡고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통합을 이룩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공식 발표하고 있다. | 정지윤기자

교육부는 다음 달 2일까지 구분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확정·고시할 예정이다. 11월에는 교과서 집필진 및 교과용 도서 편찬 심의회를 구성한 뒤 1년 동안 집필 작업을 할 예정이다. 집필이 완료된 교과서는 감수 및 현장 적합성 검토 등을 거쳐 2017년 3월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2011년 검정 교과서로 완전히 바뀌고 난 뒤 6년 만에 국정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황우여 장관은 역사 교과서 발행을 국정으로 변경하는 취지에 대해 “역사교과서가 검정제 도입 이후 국민을 통합하고, 헌법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건전한 국가관과 균형 있는 역사인식을 기르는데 기여하지 못한 채 지속적인 이념논쟁과 편향성 논란을 일으켜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과서 집필진이 다양한 관점을 가진 인사로 구성되어 있지 못하며, 그 결과 검정제의 가장 큰 취지인 ‘다양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라며 “그동안 각종 사실 오류와 편향성을 바로잡아 올바른 역사관을 확립하기 위한 교과서를 학교에 보급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했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교과서 내용 구성의 균형성, 전문성 다양성 확보하고 교과서 개발을 위한 질 관리 체계를 구축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역사학계, 교육계에서는 국정 교과서가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466개 단체가 모인 ‘한국사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이날 오전 10시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정부가 공론(公論)을 무시하고 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유신시대로의 회귀를 강행할 경우 전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명심하라”고 밝혔다.

12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사무소앞에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소속 시민단체 회원들이 정부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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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하 교회협)도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민주주의와 헌법을 부정하는 일이며, 역사왜곡과 획일화 교육을 강요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교학사를 제외한 7종 고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들도 “역사교육을 40년 전으로 되돌리려는 저의가 무엇인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을 촉구했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 협의회’(한필협)는 지난 11일 ‘더 이상 한국사 교과서와 집필진을 왜곡하고 매도하지 말라’는 성명을 내고 “정부·여당에서 ‘북한교과서의 일부를 보는 것 같다’, ‘우리의 역사를 부정하는 반(反)대한민국 사관으로 쓰여 있다’고 하는 비난은 검정제도를 전혀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이들은 “(검정에서) 불합격을 각오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쓸 수 없기 때문”이라며 “그러한 내용 서술은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에 어긋나는 것이어서 집필자들 간의 내부 검토 과정에서부터 걸러지게 마련”이라고 했다. 집필자들은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문장 하나를 놓고 격론을 벌이고, 수많은 사진집을 뒤지기도 했다”며 “같은 정부 하에서 엄격한 검정 절차를 거쳐 합격한 교과서를 폐기하고 국정화하려는 반교육적·근시안적 역사교육 정책을 폐기하라”고 전했다.

역사교육연구회·역사교육학회·웅진사학회·한국역사교육학회 등 4개 역사교육 관련 학회도 공동성명을 내고 “만일 역사에서 고정된 하나의 해석만 가르친다면, 우리의 미래 세대는 사실 암기에만 치중하여 획일적인 사고의 틀에 빠지게 되며, 다원적 가치와 창조성, 상상력을 포함하는 비판적 사고력과는 거리가 먼 성인으로 자라게 될 것”이라며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어떠한 교육적 유익도 없으며, 스스로 정치적·문화적·교육적 후진국임을 자처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경상대 교수 67명도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반대하는 선언문을 냈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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