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다리 폭파, 이승만 책임 쏙 빠져

임정훈 입력 2015. 10. 1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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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교재용으로 펴낸 <6·25전쟁 현장 읽기>.. 집필 교사 "일부러 뺀 것 아냐"

[오마이뉴스 임정훈 기자]

▲ 독립기념관 인터넷 누리집 갈무리 .
ⓒ 임정훈
교육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공식화함으로써 역사 왜곡 논란이 거센 가운데 독립기념관이 편찬한 청소년 나라사랑 교육용 책자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6·25전쟁 당시 시민 800여 명(정부 발표 기준)이 몰살당한 한강 인도교 폭파 사건을 다루면서 이승만 대통령의 책임을 전혀 언급하지 않아 이승만 국부 추대론과 역사 왜곡에 독립기념관도 힘을 보태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그것. 독립기념관은 이에 대해 지나친 해석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한강 인도교 폭파 관련, 이승만 '책임' 언급 안 해

독립기념관은 지난해 12월 <6·25전쟁 현장 읽기 (아래 '6·25전쟁')>라는 책을 펴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제1장의 4번째 장소인 '한강 인도교 폭파지' 단원이다. 6·25전쟁이 일어난 직후인 1950년 6월 28일 새벽에 북한군의 한강 도하를 저지하기 위해 국군 공병대가 폭파한 한강 인도교(현 한강대교)에 대해 모두 10쪽에 걸쳐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6·25전쟁>에서는 한강 인도교 폭파와 관련해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전혀 언급을 하지 않고 있어 논란의 발단이 되었다. 한강 인도교 폭파와 사후 처리 과정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부적절한 처신과 책임이 있는데 이를 전혀 기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 책은

"당시 6월 26일부터 이승만 대통령이 라디오 방송을 통하여 서울 시민들의 이동 금지 명령을 하달하였으나 그 명령은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한강 북단에는 폭주하는 인파와 차량으로 대혼란이 야기되었고, 군용 차량과 장비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46쪽)"

라고 기술하여 이승만 대통령의 이동 금지 명령을 어긴 시민들의 피란 인파와 차량 때문에 군용 차량과 장비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한강 인도교 폭파를 중지하려 노력하였으나 결국 28일 새벽 2시 30분 한강 인도교를 폭파하고 말았다는 것이 <6·25전쟁>의 설명 내용이다.

"이 폭파는 북한군의 진격로를 차단하기 위하여 실시된 것이었으나 폭파가 일찍 실시되어 당시 서울과 서울 북쪽에 있던 각 부대의 퇴로가 차단되었다. 뿐만 아니라, 정부 기관과 서울 시민들의 피난길이 막혀 손실이 극심하였다"(42쪽)라는 간단한 설명도 이어진다.

한홍구 교수 "실수가 아니다, 사관이다"

▲ 625전쟁 현장 읽기 독립기념관은 지난해 12월 <6·25전쟁 현장 읽기 (아래 ‘6·25전쟁’)>라는 책을 펴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제1장의 4번째 장소인 ‘한강 인도교 폭파지’ 단원이다.
ⓒ 임정훈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 서울을 버리고 이미 6월 27일 새벽 특별 열차를 타고 대구까지 피란을 떠났다가 대전으로 올라온 상태였다는 점 ▲ 미리 녹음한 라디오 방송 담화를 계속 들려주며 "서울 시민 여러분, 안심하고 서울을 지키시오. 적은 패주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여러분과 함께 서울에 머물 것입니다"라고 국민들을 안심시켰다는 점 ▲ 서울 수복 이후 한강 인도교 폭파의 잘못을 고백하는 대국민 사과문 발표를 국회의장단이 권유하자 거부하고 대신 인도교 폭파로 피난하지 못했던 국민들을 '부역자'로 몰아 처형한 점 ▲ 한강 인도교 폭파의 모든 책임을 당시 현장 책임자였던 공병감 최창식 대령에게 떠넘겨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집행함으로써 군 통수권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한 점 등에 대한 내용이 한 줄도 언급되지 않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해당 단원을 집필한 김아무개 교사는 9월 말 기자와의 통화에서 "의도적으로 이승만 대통령 관련 내용을 뺀 건 아니다. 6·25전쟁 관련해서는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집필하는 데 곤혹스러운 부분이 있다. 어쨌든 지적하는 부분이 빠진 건 잘못됐고 내 실수다"라고 밝혔다.

<6·25전쟁>을 편찬한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서아무개 연구원은 10월 초 "집필 과정에서 국가보훈처에서 예산을 받고 보훈처의 공식 입장을 많이 반영한다. 논란이 되는 부분의 미진한 내용에 대한 비판은 인정하고 받아들이지만 이념적 잣대로 해석하는 건 곡해하는 것이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서 연구원은 "6·25전쟁은 끝나지 않은 역사이므로 받아들이기에 따라 입장 차이가 있다. 이를 정교히 다듬어 출간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촉박했다"고 덧붙였다.

집필자와 독립기념관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해당 자료를 살펴 본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실수가 아니다. '사관(史觀)'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한 교수는 "정말 중요한, 이승만이 한강 다리를 끊고 도망갔다는 이야기, 국민들에게 피란 가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한 이야기는 모두 빠졌다"며 "폭파 중지 명령이 있고 없고가 무슨 소용 있나. 돌아와서 피란 못 간 시민들 어떻게 대우했나? 부역자로 다루지 않았나?"라며 이승만 대통령의 행적을 다루지 않은 것이 실수며 의도적 행위가 아니라는 주장을 비판했다.

▲ 625전쟁 현장 읽기-한강 인도교 폭파지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폭파 중지 명령이 있고 없고가 무슨 소용 있나. 돌아와서 피란 못간 시민들 어떻게 대우했나? 부역자로 다루지 않았나?”라며 이승만 대통령의 행적을 다루지 않은 것이 실수며 의도적 행위가 아니라는 주장을 비판했다.
ⓒ 임정훈
한국전쟁 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안호상 회장은 "한강 인도교 폭파로 4천여 명 이상의 시민과 일부 경찰·군인이 죽었다. 이 사건의 최고 책임자는 당연히 이승만이다. 그가 아무런 책임을 안 진 것도 부당한데 학생들이 배우는 책에 제대로 서술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재조명해서 불행한 일의 재발을 막아야 하는데 아직도 진상규명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편, 독립기념관 측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고교생들의 교재 형식으로 펴낸 이 책은 전국의 모든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무료로 배포됐으며, 제작과 배포 작업 등에 들어간 예산 6000~7000만 여원은 전액 국가보훈처에서 지원했다.

국가보훈처의 지원을 받아 2007년부터 2010년까지 6·25전쟁 사적지에 대한 조사 사업을 진행했고 이 가운데 대표적인 장소를 선정하여 청소년들이 6·25전쟁의 실상을 올바로 이해하고, 나라사랑 정신을 기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발간했다는 것이 독립기념관 측이 발간사와 머리말에서 밝힌 내용이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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