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右편향 교과서 '日帝지배 미화' 논란.. 새 교과서엔 되풀이 말아야

이선민 선임기자 입력 2015. 10. 16.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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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검정 교과서, 이것이 문제다] [3·끝] 교학사 교과서 교훈 -교학사, 잘못된 사실 226건 만주 일대에 있던 부여 '한반도에서는 가장 넓다' 집필실력 의심케 하는 부분도 -집필진 역사관 그대로 드러나 親日 최남선 功過평가 요구.. 30년대 명동거리 보여주면서 "오늘날과 큰 차이 없다" 서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단초가 된 것은 2013년 '교학사 교과서 파동'이었다. 좌편향 교과서들이 분점하고 있던 한국사 교과서 시장에 우파 교과서인 교학사 교과서가 진입하자 거센 저항이 벌어져 국사 교육의 심각한 실상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교학사 교과서 역시 편향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13년 10월 21일 교육부는 검정을 통과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대해 829건의 수정·보완을 요구했다. 이 중 251건(30.3%)이 교학사 교과서였다. 다른 7종의 교과서보다 훨씬 많았다.

교학사 교과서의 오류는 사실(史實)의 잘못이 226건, 사관(史觀)에 의한 의도적 기술이 25건으로 분석됐다. 사실의 잘못은 차례에서 단원명을 누락한 것, 연도 표기의 오류 등 제작 과정의 실수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만주 일대에 있던 부여를 '한반도 지역에서는 가장 넓다'고 하는 등 집필진의 실력과 관련된 부분도 있었다. 역사 교과서의 기본인 정확한 역사 용어를 사용하지 않은 사례들도 있었다.

더 큰 논란이 된 것은 집필진의 역사관이 드러난 부분이었다. 특히 '친일(親日)'로 해석될 수 있는 서술이 문제가 됐다. '일제 시기 고등 교육기관을 세워 운영하기 위해서는 일제와의 협력도 필요하였다'는 서술에 대해 교육부는 "친일 교육에 앞장섰던 사람들에 대한 옹호로 보일 소지가 있다"고 수정을 요구했다. '이병도와 손진태는 실증사학의 입장에서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려고 했다'는 서술에 대해서는 "이병도는 일제 식민사학에 동조한 친일 행적이 있다고 평가되기 때문에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많은 사람들이 일제의 침략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협력하고 참여하였다'는 부분도 수정 요구를 받았다. "친일의 불가피성을 합리화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최남선의 공과 과를 평가하도록 한 것도 "친일 행위로 처벌받은 인물이라 교육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식민지근대화론(論)과 관련된 부분도 수정 요구를 받았다. 1930년대 경성 명동 거리 사진을 보여주고 '오늘날 우리나라의 도시 모습과 큰 차이가 없다. 이러한 명동 거리의 생활 모습은 당시 우리나라 사람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라고 서술한 것은 "일본인들에 의해 조성된 명동과 달리 청계천을 중심으로 한 북촌의 조선인들은 매우 어려운 삶을 살고 있었음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대사 부분도 상당수 수정 요구를 받았다. 이승만의 일제 말 독립운동과 관련, '이승만은 당시에 한국인들이 가장 존경하고 신뢰받는 지도자였다. 그는 광복 후 국민적 영웅이 될 수 있었다'는 서술에 대해 "이승만의 활동에 대한 과도한 해석으로 교과서에 적합한 용어 및 문장 구성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또 이승만 관련 자료가 다른 독립운동가와 비교하여 많은 분량을 차지하여 균형 잡힌 구성이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출범을 '건국의 출발'로 표현한 부분도 집필 기준에 따라 '정부 수립'으로 수정하도록 요구됐다.

11월 29일 교육부는 출판사들이 수정 요구에 응하지 않았거나 미흡한 41건에 대해 수정 명령을 내렸다. 그 중 교학사는 8건이었다. 4·3사건과 관련해서 '경찰은 습격으로 오인하여 발포하였다'고 서술한 부분을 "제주4·3특별법의 취지를 반영하여 최대한 가치중립적으로 서술하라"며 '경찰이 발포하여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하도록 예시했다. 반민특위 해산 부분은 당초 '이승만 대통령은 공산세력의 소탕에 경찰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경찰의 행동을 묵인했다'고 돼 있었다. 이를 출판사가 '이승만 대통령은 헌법에 의해 행정부만이 경찰권을 가질 수 있기에 특별경찰대 해산을 명령했다고 기자회견하였다'고 수정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승만 정부의 반민특위 해산 조치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서술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며 해당 부분을 삭제하도록 했다. 또 12월에는 일본군 위안부 사진 설명에 '일본군 부대가 이동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 부분이 "위안부 동원이 자발적인 것처럼 오독(誤讀)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전선에 동원돼 강제로 끌려다녔다"고 수정했다.

교학사 교과서에 이처럼 많은 오류가 발생한 것은 대표필자가 중간에 갑자기 바뀌는 바람에 다른 출판사 교과서들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교과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 우편향 논란에 대해서 한국정치사를 전공하는 한 교수는 "친일·독재 미화까지는 아니지만 우리 국민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국정 국사 교과서가 교학사 교과서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한다. 국정교과서와 검정 교과서는 제작 시스템이 다르지만 짧은 집필 기간과 예상되는 필자난 등을 감안하면 아주 터무니없는 걱정은 아니다. 교학사 교과서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비슷한 우(愚)를 저지르지 않도록 만반의 대책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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