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육부, 뒤늦게 사학계 '설득작업'..비선 접촉했다 거절당해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국정 한국사' 집필 거부한 주류 사학계-교육부 간담회 무산될 듯]
국사편찬위원회가 '한국사 국정교과서' 집필진 모집에 난항을 겪자 교육당국이 뒤늦게 사학계 설득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정배 국편 위원장은 한국사 국정 전환 발표 이후 "집필진 구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내 공언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비선 접촉을 추진한 것이다.
정부는 한국사 국정 전환을 강행하면서 역사학계의 의견을 단 한 번도 수렴하지 않다가 악화된 여론 때문에 이제야 형식상 나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8일 교육당국과 사학계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한국사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한 주류 사학회와 간담회 일정을 세우고 참여 여부 등을 묻는 확인 절차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정부의 한국사 국정 전환에 반발해 보이콧을 선언한 학회는 근현대사학회 등으로, 소속된 학자만 줄잡아 500여 명이 넘는다. 여기다 연세대와 고려대, 경희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의 사학과 교수 전원이 가세하면서 당장 다음 달부터 집필에 착수해야 하는 국편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이렇다보니 교육부는 학회장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간담회 참여 의사 등을 타진하고 있으나, 대부분 일언지하에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학계 관계자는 "교육부는 한국사 국정 전환에 앞서 지금까지 역사학회를 상대로 제대로 된 토론회나 공청회를 가진 적이 없다"며 "기존 교과서를 마치 북한교과서 같다고 색깔론으로 몰아세운 중앙부처와 과연 논리적인 대화가 통할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교육당국의 이 같은 '뒷북 간담회'는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3년 친일·독재 미화 논란에 휩싸인 '교학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파동' 당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비공개 일정으로 주요 역사학회와 간담회를 추진했다가 참석자가 아무도 없는 바람에 행사 당일 돌연 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관련기사☞'교육부 장관 역사학회 간담회' 돌연 취소..이유는?)
교육부는 이번 사학계 간담회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김재춘 교육부 차관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국정교과서)집필기간은 충분하다"고 언급한 것에 비춰보면 이미 참여 의사를 밝힌 보수학자를 중심으로 한국사가 집필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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