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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자 90%가 좌파라구요?"..이념논쟁에 휩쓸린 史학계

입력 2015. 10. 19. 12:56 수정 2015. 10. 2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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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반발해 한국역사연구회와 한국근대사학회 등 국내를 대표하는 대규모 역사 학회들이 잇따라 불참 성명을 발표하면서 우리 사학계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역사 학회 소속 사학자들은 ‘역사학계 90%가 좌파’라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발언을 ‘색깔론’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한국 사학계를 ‘좌파’라는 프레임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오히려 90년대 이후 좌파다 우파다 하는 사관의 개입이 최소화된 연구들이 학계를 지배해 오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진단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사학계 내부에서 일고 있는 국정화 논란은 지난 2013년 교학사 교과서 파동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국역사연구회(회원 650명)ㆍ한국근현대사학회(회원 500여명) 등 국정화를 반대하는 다수 사학계와 국정화에 찬성하는 한국현대사학회(회원 150여명) 등 뉴라이트 성향 학자들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국면이다.

한국 근대화를 보는 학파 간 사관 차이에서 현재의 대립이 비롯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정화 반대 움직임에는 국내 최대 단체인 한국역사연구회를 비롯한 대다수 사학계가 동참하고 있다.

지난 15일 국정 한국사 집필진 불참을 선언한 한국역사연구회는 1988년 망원한국사연구실과 한국근대사연구회 등을 합쳐 창립됐다.

이들은 현재까지 가장 활발한 연구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한국 사학계 대표적 학회다.

수도권 대부분의 사학과 교수들은 물론 대학원생까지 연구회원만 총 65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이 발행하는 학회지를 구독하는 일반회원은 120 명 가량이다.

한국역사연구회는 창립 당시 군부 독재라는 시대현실을 극복하고자 ‘실천적 역사학’, 즉 민중사관을 표방했다. 

‘사회의 민주적 변혁과 분단의 자주적 극복’에 이바지하는 역사학 연구라는 것이 이들이 지향하는 목표였다.

이들은 대체로 ‘조선이 정체적ㆍ타율적으로 근대화했다’는 일제의 식민사관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의 강압적인 근대화 정책 없이도 자발적으로 근대화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던 이기백 전 서강대 교수, 김용섭 전 연세대 교수 등의 계보를 이었다.

한국역사연구회 이외에도 역사 연구자들의 시대 전공별로 한국고대사학회, 한국중세사학회, 조선시대사학회, 한국근현대사학회 등 1980~1990년대에 형성된 학회가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통상 최대 단체인 한국역사연구회의 회원은 시대별 학회에 함께 참여한다.

이 가운데 500여 명 규모의 한국근현대사학회는 이미 교과서 불참 선언을 발표했으며, 한국고대사학회도 임원회의를 통해 불참 의견 발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각 학회들이 형성되던 당시 ‘절대다수’ 사학계 가운데서도 다른 결의 움직임이 일었다.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이영훈 서울대 교수 등은 조선이 근대화하는 데 일본이 영향을 주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다시 꺼내든 것. 이들은 일제 강점기 조선 쌀이 일본으로 흘러들어 간 것을 두고 쌀의 ‘강탈’이 아니라 ‘수출’이라고 분석했다. 이영훈 교수를 중심으로 낙성대경제연구소를 열고 활동 중이다.

뉴라이트는 이들의 견해를 차용해 2000년대 새롭게 등장했다.

한국현대사학회는 2011년 뉴라이트 성향 학자들이 조직한 단체다. 현재 국정교과서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역사 학회는 이곳이 유일하다.

회원 수는 사학자, 경제학자, 정치학자, 사회학자 등을 망라해 150여 명이다. 실제 활동 중인 학자는 30~40명 규모로 추산된다.

그러나 익명의 사학과 교수는 “사실상 학회라고 볼 수 없다”며 “학회라면 주기적으로 세미나를 열고 학회지를 발간하는 등의 활동을 해야 하는데 이곳은 2011년 토론회 내용을 담은 책자 하나를 내어 놓았을 뿐 이후 학회다운 활동이 이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19일 현재 한국현대사학회 홈페이지는 폐쇄 상태다.

이에 대해 이명희 한국현대사학회 회장(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은 “한국 현대사 연구에 정치학ㆍ경제학ㆍ사회학 등을 접목시켜 학제적 연구를 하겠다는 문제의식으로 출범한 학회”라며 “지난 주말에도 50여 명의 사학자와 국제 심포지엄을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지난 16일 국정 교과서 지지를 선언한 대학교수 102명은 한국현대사학회 등 특정 학회 신분이 아닌,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 소속으로 성명에 참여했다.

이들은 최근 역사 관련 전공 교수들이 잇달아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한 것에 대해 “진정한 역사 교육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폐쇄적인 집단행동으로서의 대응이 아닌 각계각층과의 논의와 협력을 통해 역사 교육의 발전 방향을 공론화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성명에 참여하신 분들은 만약 요청이 오면 집필에도 참여할 의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성명 참여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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