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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일해서 퇴직 뒤 25년을 살 수 있나"

입력 2015. 10. 19. 20:21 수정 2015. 10. 20.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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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저출산·고령사회 정부계획’ 공청회

“25년(30~55살)만 일해서는 25년의 퇴직기간(55~80살) 생계를 충당하기 어렵다.”(건국대 김원식 교수)

“임금피크가 아니라 노동시간피크를 도입해 고령층·청년층이 함께 일할 수 있어야 한다.”(한국노총 정문주 정책본부장)

1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주최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시안) 공청회’에선 고령사회에 따른 실질적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노동계와 학계의 주문이 쏟아졌다. 평균 수명이 80살 안팎으로 늘어남에 따라, 53~55살에 사실상 정년을 맞는 현재의 고용관행을 개선하지 않으면 소득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반면에 경영계는 정년 연장을 위해서는 성과주의 임금체계 개편과 노동시장 유연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사실상 53살 퇴직-기대수명은 80살
‘노후 소득공백 불가피’ 목소리 커
‘60살 정년의무화’도 표어그칠 우려
“노동시간 피크 도입을” 주장 나와
경영계 “노동 유연화 선행이 먼저”

정부는 전날 3차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청년고용률, 인력수급의 불균형, 임금체계 개편상황 등을 고려해, 정년과 연금수급연령의 단계적 일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이후로는 추가적인 정년 연장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민연금 수급연령은 현재 61살이지만 2033년(1969년생 기준)이 되면 65살로 늦춰질 예정이어서 현재 법제화된 정년과는 5살이나 차이가 벌어진다. 정부의 ‘단계적 일치’ 추진은 이 둘 사이 소득공백을 막는다는 취지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현재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사실상 정년이 너무 빨라 준비 없이 시작하는 자영업 창업과 곧 이은 폐업, 중고령층의 빈곤화 등의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젊은 층에게도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장년층이 노동시장에서 충분히 일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경제학)도 “평균 수명 연장에 따라 기존 25년 수준의 근로기간으로는 퇴직기간 중의 생계를 충당하려면 소득의 약 50%를 저축해야 한다. (이는 실현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노후에 고용기간을 대폭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동계와 경영계는 우선 당장 내년부터 시행될 ‘정년 법제화’를 두고서도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 추가적인 정년연장 논의가 이루어지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동안은 기업의 정년을 법률로 강제하지 않아왔지만 내년부터는 60살로 의무화(고령자고용촉진법)된다. 내년에 공공부문과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먼저 시행한 이후, 2017년부터 300인이하 사업장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지금까지 회사별로 정년이 있었지만 정년까지 도달해서 퇴직하는 비중은 10% 수준에 불과했다. 정년 의무화가 시행되더라도 ‘무늬만 정년 60살’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임금피크가 아니라 노동시간피크를 도입해서 고령자의 실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고령층과 청년층이 상생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에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은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정년 법제화가 시행될 예정이어서 각 사업장에서는 엄청난 혼선이 예상된다”며 “임금체계를 성과주의로 바꾸고 노동시장을 좀더 유연화하는 것이 먼저 선행됐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당위성만 앞세우며 조급하게 시행하는 것 같다”고 맞섰다. 또 류 본부장은 “(추가적인 정년연장 논의는) 노동시장의 현실을 볼 때 섣부른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정부가 노인 연령기준을 현재 65살에서 70살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을 두고서도 논란이 벌어졌다. 김용환 대한노인회 사무총장은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전에 확정적으로 70살로 올리는 것처럼 알려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임인택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관은 이날 공청회에서 “노인 연령기준 조정은 재정부담을 줄이려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 보다 큰 틀에서 인구 구조의 변화에 따라 국가운영의 틀을 어떻게 바꿀지의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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