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부터 비아냥까지.. 국정교과서, 日서도 망신

박석원 입력 2015. 10. 19. 21:10 수정 2015. 10. 1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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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대통령, 역사인식 강조하더니…" 아사히신문 사설 통해 실망감 표출

"역사를 정직하게 말할 수 없는 나라" 우익 산케이신문은 칼럼서 비꼬아

"日 총리에 역사왜곡 빌미 줄 수도" 한국 시민단체들 정부 방침에 비난

일본에서도 한국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19일 ‘시대를 되돌리는 것인가’란 사설을 통해 현행 검정 교과서를 없애겠다는 한국정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신문은 “민주화된 지 30년 된 한국은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는 선진국”이라며 “지금 왜 역사교과서만 국정화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논평했다. 아사히는 한국정부 내에도 반대의견이 있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전해진다며 “대립의 가장 큰 원인은 다름아닌 국정화의 일방적 통고”라고 진단했다.

특히 현행교과서에 군사독재에 대한 비판적 기술이 적지 않다며 “반대론자들은 ‘국정화의 최대 목적을 (박 대통령) 아버지의 명예회복’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어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든다지만 누가 무엇을 어떻게 올바르다고 판단할 것이냐”며 박 대통령이 일본에 거듭 ‘올바른 역사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을 빗댔다. 이어 “어떤 나라든 과거 부정적인 사실을 외면하거나 정치적 의도로 사실을 바꾸거나 하면 안 된다”며 “마치 박 대통령의 주장만 옳다는 자세는 일본 측에 실망감을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 교과서관련 시민단체들도 성명을 냈다. ‘아이들에게 건네지마! 위험한 교과서 오사카 모임’ 등 26개 단체는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앞으로 성명을 보내 “국정화는 한국 시민의 교과서 민주화와 동아시아 역사화해 노력을 짓밟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일본은 러일전쟁부터 패전까지 42년간 국정교과서를 사용해 많은 일본인이 침략전쟁을 ‘성전’이라 믿고 아시아를 살육했다”고 주의를 환기했다.

반면 우익계열 산케이(産經)신문은 정반대 시각으로 한국 내 논쟁을 비아냥댔다. 이 신문은 ‘역사를 정직하게 말할 수 없는 나라’란 서울발 칼럼에서 “한국은 왜 한일협력의 성과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냐”고 지적하는가 하면, 올 여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진행된 광복 70주년 기념전시에서 “한강의 기적으로 불린 고도경제성장에 대해 달동네나 말단 근로자의 생활, 분신자살 활동가 등이 크게 전시됐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어 “(한국에서는)역사교과서는 물론 국립박물관조차 반대세력을 중시하는 좌익편향”이라며 “다양한 역사관을 주장하는 좌파가 우파의 역사교과서에 집요하게 반대하는 모순은 일본의 현실과 유사하다”고 평했다.

일본 우익까지 나서 한국을 비판하는 등 국제적 망신이 잇따르는데 대해 우리 시민단체들은 이런 상황을 자초한 정부를 겨냥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연합 사회정책팀장은 “역사교과서에 대한 유엔의 권고를 비롯해 국제적으로도 교과서는 자율화 추세”라며 “과거사를 왜곡하는 일본 우익 세력까지 나서 한국을 망신 주어도 마땅히 대응할 논리가 없다”고 허탈해 했다. 방은희 역사정의실천연대 사무국장은 “일본에서조차 교과서 국정화는 좌우 이념의 문제나 자국이익 문제가 아니라 상식ㆍ비상식의 문제로 보고 있다”며 “우리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오히려 아베 신조 총리에게 역사왜곡을 하는 빌미를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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