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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 한번 없더니.." 냉담한 역사학회에 국편 '발 동동'(종합)

입력 2015. 10. 20. 14:54 수정 2015. 10. 2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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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 직접 나섰지만 큰 성과 없어..집필진 구성시한 한달 연장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집필진 구성은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2017학년도부터 적용되는 단일 역사 교과서 개발 업무를 맡은 국사편찬위원회(국편) 김정배 위원장은 국정화 발표 당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편은 또 이달 내 집필진 구성을 마무리 짓고 다음 달부터 제작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김정배 위원장의 발언과 국편의 구상이 무색하게 국내 주요 역사학회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교과서 제작 일정도 차질을 빚게 됐다.

20일 학계에 따르면 수백명의 회원이 속한 국내 주요 사학회들이 잇달아 집필진 불참을 선언했고, 일부 다른 학회도 회원들의 의견을 묻는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불참을 선언한 곳은 한국역사연구회와 한국근현대사학회다.

두 학회에 소속된 회원은 한국역사연구회가 700여명, 한국근현대사학회가 500여명이다. 중복 회원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최소 700명이 넘는 연구자가 이들 학회에 소속돼 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 최대 역사학회인 한국역사연구회는 지난 16일 성명에서 "교과서 제작과 관련된 모든 과정에 불참할 것을 선언한 것은 물론 단일 교과서에 대항할 대안 교과서 제작을 지원하겠다"며 구체적인 행동계획까지 내놓았다.

한국중세사학회도 20일 회원 54명이 서명한 '한국사 국정 교과서 반대 및 집필 거부 선언서'를 발표하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집필·제작 등 일련의 모든 과정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엄숙히 천명한다"고 밝혔다.

이외에 다른 학회들은 상황을 지켜보며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수십년의 전통을 지닌 한 사학회 관계자는 "여러 형태로 이야기를 듣고 있다"면서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사학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동에 나설지는 논의하지 않았지만, 상당수 회원이 직·간접적으로 집필진 참여에 부정적인 의견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이미 대학을 중심으로 개별 역사학자들의 불참 선언이 나온 상황에서 학계를 대표하는 기구인 학회마저 등을 돌리면 교과서 제작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국편은 이달 내 집필진을 꾸리고 다음 달 초 역사 교과서 국정 전환에 대한 행정예고가 끝나는 대로 집필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상당수 학자가 불참 선언을 하거나 지나친 관심에 부담을 느끼면서 참여를 고사하는 바람에 결국 집필진 구성 시한을 다음 달 말로 연장하기로 했다.

단일 교과서는 2017년 3월 일선 학교에 보급돼야 하기 때문에 늦어도 내년 11월까지는 완성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집필 기간이 1년도 채 안 되는 셈이다.

다급해진 국편은 김정배 위원장이 직접 발벗고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역사학자는 "그동안 공식적으로 국정화에 대한 역사학계의 의견을 구한 적이 없는데 이제 와서 학자들에게 집필에 참여하라고 권하는 것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국편 관계자는 "꼭 필요한 사람은 집요하게 설득을 해서라도 마음을 돌릴 것"이라며 "검정 교과서 집필 기간도 1년이 안 되기 때문에 이번 국정 교과서 제작도 시간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사학회들은 지난해 8월 28일 국정화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성명에 참여한 곳은 한국역사연구회, 한국사연구회, 한국고대사학회, 한국중세사학회, 조선시대사학회,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민족운동사학회 등 7곳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공동성명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 사학회 관계자는 "국정화에 반대했더라도 바른 교과서 제작을 위해 집필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며 "조금 더 논의를 해봐야 할 사안"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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