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실 인턴들도 '더이상은 못 참아'

입력 2015. 10. 20. 20:31 수정 2015. 10. 20.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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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회청년유니온’ 노조 결성

주말근무·야근이 일상적인데도
시간외 수당 13만7760원 고정
노동시간 따지면 최저임금 못미쳐
여성엔 경리 맡기는 등 성차별도
“열정페이 지적전 국회부터 바뀌어야”

국회의원 의원실에 근무하는 인턴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이들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며 ‘국회판 열정페이’ 주장을 제기했다.

20일 의원실 인턴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한 ‘국회청년유니온’은 “21일 서울 영등포구청에 노조설립 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조합원 수는 10여명이며, 이들이 일하는 국회의원 소속 정당은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 등 여야 모두에 걸쳐있다.

이들이 노조까지 결성해가며 처우 개선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저임금이다. 국회 인턴들은 기본급 120만원에 시간외 근로수당 13만7760원을 합해 월 133만7760원을 받는다. 기본급만 놓고 보면 올해치 최저임금 116만6220원 보다 조금 많지만, 시간외 근로수당을 뭉뚱그려 포괄임금으로 받는 탓에, 실제 노동시간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위반일 가능성이 크다.

새정치민주연합 한 초선 의원실에서 일하는 20대 후반 인턴 이아무개씨는 “보통 오전 8시30분까지 출근하는데 퇴근시간은 일러야 오후 7시이고 밤늦게까지 남아 있는 날이 많다”며 “상임위나 본회의가 있는 날은 더 늦고, 주말에도 일하는 날이 많지만 별도 수당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끝난 국정감사 기간 3주 동안 집에 2~3일밖에 못들어가고 의원실 간이침대나 국회 휴게실에서 잠을 잤다”고 덧붙였다.

‘국회청년유니온’이 노조 결성을 준비하면서 정의당 청년학생위원회 등과 함께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인턴 90명과 무급으로 일하는 입법보조원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인턴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주당 58.8시간이었다. 70시간 이상 일한다는 이도 13%에 달했다. 국회청년유니온은 “주휴일(8시간) 포함 주당 66.8시간을 감안하면 인턴 시급은 4608원으로 올해 최저임금 5580원에 훨씬 못 미친다”고 밝혔다.

업무 강도나 내용은 보좌관이나 비서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씨는 의원이 속한 상임위의 정부부처 산하기관 쪽에 정책질의서를 보내 답변을 받고, 의원의 국회 질의서와 관련 보도자료도 작성한다. 의원이 국회 밖에 나갈 때는 운전과 수행을 맡기도 한다.

여성 인턴에게는 특정한 성역할을 요구하는 의원실도 있다. 얼마 전 인턴을 그만 둔 여성 김아무개(27)씨는 “1년 전 한 의원실에서 일할 때 보좌관이 남자 인턴에게만 정책 관련 일을 시키고 나에게는 일정관리나 경리업무, 의원의 기분을 살피는 ‘심기보좌’ 업무만 맡겼다”고 말했다.

국회청년유니온 초대 위원장을 맡은 김제남 정의당 의원실의 이영철 인턴은 “국회가 정부부처와 산하기관에 잘못된 것을 고치라고 요구하기 전에, 우선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 노조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실에서 일하는 인턴은 현재 560여명이다. 이영철 위원장은 “이번주 노조설립 절차가 마무리되면 20여명이 추가로 가입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국회청년유니온 설립을 도운 조성주 정의당 부설 미래정치센터 소장은 “국회와 정당들이 스스로 청년노동 문제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짚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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