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연합뉴스

10대라고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니 경찰서 난동 불렀나

입력 2015. 10. 21. 11:45 수정 2015. 10. 21. 12:40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자퇴 청소년끼리 어울리며 동질감 형성
18일 오전 2시, 부산 북부경찰서에 주모 군등 10대 3명이 침입해 절도 미수 혐의로 체포된 친구들을 구하겠다며 난동을 부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당시 폐쇄회로TV 모습.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경찰에 체포된 친구를 구하겠다며 지구대에 들어가 난동을 부린 10대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 범죄로 형사처분을 받았지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벌을 받지 않으면서 공권력이 자신들을 처벌할 수 없다는 잘못된 인식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오전 2시께 부산 북구 만덕지구대에 A(16)군 등 10대 3명이 침입해 차량 털이 미수 혐의로 체포돼온 친구 3명을 구하겠다며 20여 분간 난동을 부리다가 경찰에 제압됐다.

경찰의 멱살을 잡아 밀치고 거침없이 욕설과 반말을 하는 A군 등에게 공권력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 듯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B(16)군을 제외하고는 모두 1∼2년 전부터 학교를 자퇴하고 지내며 알게 돼 친분을 나눴다.

사는 지역이 각기 다르고 14살부터 17살까지 나이 차가 있지만 다른 또래가 학교에 다닐 시간에 매일같이 어울리면서 동질감을 형성했다.

경찰은 또 이들 부모 중 일부가 자식이 조사를 받는데도 경찰서에 찾아오지 않았을 정도로 가정에서 '내놓은 자식' 취급을 한 점등이 또래끼리 더 끈끈하게 뭉치게 하고 맹목적으로 신뢰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A군 등은 친구들이 절도 현장에서 바로 붙잡혀 범행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억울하다"는 친구의 말만 믿고 지구대에 난입해 무죄를 주장할 정도로 맹목적으로 친구를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은 조사 과정 내내 이들에게서 공권력과 형사 처벌에 대한 두려움은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름을 묻는 경찰관에게 "내 이름은 알아서 뭐하게, 뭘 잘못 했는데"라며 반말과 욕설을 섞어 말하고, 경찰이 혼을 내려 하자 "경찰이 함부로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며 피의자의 권리를 주장하기도 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평범했었을 10대들이 경찰에게 이런 태도를 보이게 보이는 게 된 데에는 단순히 "철이 없다"고 치부하기보다는 분명한 계기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효민 영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기성세대의 경찰에 대한 경시 풍조를 보고 배운 점도 있겠지만, 청소년 범죄에 대한 실효성 없는 처벌이 원인 중 하나로 생각된다"며 "여러 차례 범행을 하고도 기소유예라는 보호처분으로 빠져나간 경험이 축적됐다면 법이 자신을 처벌할 수 없다는 그릇된 인식을 가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들은 각자가 적게는 1번 많게는 3차례까지 절도, 무면허 오토바이 운전 등으로 형사처분을 받은 적이 있지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모두 기소유예되는데 그쳤으며 벌금조차 내지 않았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10대들이 사건 당일 아침에 모두 귀가조처 됐는데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지 않았겠느냐"며 "경찰에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제대로 수사를 하려고 해도 판사들이 영장을 기각하는 경우가 많아 영장을 신청하는데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이들 6명에 대한 불구속 수사 방침을 밝혔다가 다시 일부에 대해서는 구속 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ready@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