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물 治水가 길이다] 대가뭄 난리인데 국민은 불감증.. 싼 물값에 '물쓰듯'

세종=윤성민 기자 2015. 10. 22.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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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원가에도 못 미치는 물값 구조.. 해법은

국토가 메말라 가고 있다. 42년 만에 가장 적은 비가 내리면서 사상 최악의 가뭄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농업용수가 부족해 농민들은 애가 탄다. 최근에는 충남 서북부 지역에서 식수마저 부족해져 급수조정(제한급수)도 시행됐다. 중부 지역은 한국이 물 부족 국가임을 실감하고 있다.

그러나 가뭄의 피해를 겪고 있지 않은 곳을 보면 한국은 ‘물 과잉 국가’에 가깝다. 욕조에 물을 가득 담아 몸을 씻고, 설거지를 하면서도 물을 잠그는 일이 없다. 거의 공짜에 가까울 정도로 싸 물을 물 쓰듯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수도요금을 인상해 수자원은 희소 자원이라는 신호를 국민들에게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늘고 있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물값=한국은 대표적인 물 부족 국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2년에 내놓은 ‘OECD 환경전망 2050’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물 스트레스 지수가 40% 이상으로 ‘심각한 수준’으로 분석됐다. 물 스트레스 지수는 가용 수자원 대비 취수량(수원지 따위에서 끌어 쓰는 물의 양) 비중으로 계산된다. OECD 국가 중 수자원 여건이 가장 열악한 나라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한국인들의 물 사용량은 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은 프랑스 영국 독일 덴마크 등에 비해 물 사용량이 배에 달했다. 한국보다 수도요금이 비싼 데도 물 사용량이 많은 나라는 미국과 일본 정도였다.

물을 펑펑 써도 되는 배경에는 싼 물값이 있다. 한국에서 수도요금은 말 그대로 ‘물값’이다. 생활용수는 식용수로 사용될 정도로 질이 좋은데도 한국의 물값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세계물산업정보(Global Water Intelligence)가 지난해 9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의 수도요금은 ㎥당 660.4원이다. ㎥당 849.3원인 생산원가에도 훨씬 못 미친다. 이웃 나라 일본은 ㎥당 1277원으로 한국보다 1.9배 비쌌다. 미국은 1540원으로 2.3배, 독일은 3355원으로 5.1배였다. 덴마크는 4157원으로 6.3배였다. OECD 회원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수도요금은 최저 수준이다. OECD의 2012년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상하수도 요금은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22개국 중 멕시코에 이어 가장 쌌다.

이처럼 한국에서 물값이 저렴하게 유지되는 이유는 다른 공공요금은 오르는데도 수도요금은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5년 이후 주요 공공요금은 많게는 13회 인상됐지만 광역상수도 요금은 2013년에 4.9% 오른 게 전부다. 그 사이 가스요금은 73.5% 올랐고, 전기요금은 40.5% 인상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기준으로 가구당 물값으로 한 달간 지출하는 금액은 1만4000원으로 가계지출 총액(251만원)의 0.6%에 불과했다. 전기요금, 대중교통비 등 주요 공공요금 중 가장 저렴했다.

수도요금 인상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기가 안 좋은데 수도요금까지 인상할 경우 서민 물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반대론에 막혀 번번이 좌절됐다. 또 최근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쌓인 부채를 수도요금 인상으로 해결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았다. 수도요금을 원가와 수요공급 원칙이 아닌 정치적으로 결정하는 한국은 반대에 부딪힐 경우 수도요금 인상이 쉽지 않다.

국제물학회(IWA·International Water Association)가 2010년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의 요금규제체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수도요금에 대해 정치적 규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IWA는 한국의 수도요금에는 실제 운영비용과 물가상승분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OECD는 상하수도 서비스를 위한 재원 중 요금의 비중이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고 발표했다.

다만 올해 행정자치부가 상수도요금을 생산원가의 91.6%까지 끌어올리도록 지난해 말 각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하면서 각 지자체가 올해부터 수도요금 인상을 추진할 방침이다.

◇수도요금 올려 물의 희소성 신호 줘야=선진국들은 수도요금 인상을 통해 수자원이 희소한 자원이라는 신호를 주고 국민들이 물을 아끼게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물 기본지침(Water Framework Directive)’에서 회원국들은 경제적 분석과 특히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환경비용과 자원비용을 포함한 물 서비스 비용 회수원칙을 고려하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는 2008년부터 수도 서비스 제공으로 인한 외부 효과와 환경비용을 반영시키기 위해 7개의 세금을 새로 도입했다. 수질오염세, 하수배수 시스템 현대화세, 농업용 비점 오염세, 수자원 취수세 등이 그것이다. 국민들이 물을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비용과 외부 경제 효과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부담하게 한 것이다. 덴마크 역시 경제적·환경적 비용을 수도요금 인상을 통해 상당부분 회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덴마크는 1992년부터 총비용 회수 원칙에 근거해 수도요금을 결정했다. 도시에 살면 모든 사용자의 물 사용량이 집계되며 물 가격은 소비되는 양에 따라 누진제 없이 균일하게 부과된다. 물값은 상수도 22%, 하수도 48%, 세금 30%으로 구성된다. 덴마크의 물 가격은 1993년부터 2004년까지 실질 가치 기준으로 54% 상승했으며 현재 OECD 국가 중 가격이 가장 높다. 도시 물 수요가 획기적으로 감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독일은 취수 감소와 환경보호정책에 활용할 재원 확보의 두 가지 목적으로 취수부담금을 도입했으며, 포르투갈은 상하수도 서비스 제공자가 취수부담금을 수도요금에 포함시켰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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