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회 동원 국정교과서 홍보.."유신으로 회귀"
교육부가 25일 열리는 ‘10월 반상회’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홍보해달라고 행정자치부에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역사학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고 여론도 나날이 악화돼 사면초가에 몰린 정부가 정책 홍보에 반상회까지 동원하는 것이다. 국정교과서 홍보도 정부의 일방적 주장이나 장밋빛 표현만 담고 있어 유신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4일 행정자치부에 오는 10월 정례 반상회보에 국정교과서 홍보 광고를 실어달라는 협조요청 공문(사진)을 보낸 것으로 23일 밝혀졌다. 교육부는 공문에서 “2015년 10월 정례 반상회 홍보자료를 추가 제출하니 동회보에 게재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며 ‘올바른 역사교과서 이렇게 만들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국정교과서 홍보 광고를 첨부했다. 광고에는 ‘균형 잡힌 교과서’ ‘최고 품질의 교과서’ ‘자긍심을 높이는 교과서’로 만들겠다며, “헌법적 가치에 기반해 사회적 합의와 통설을 중심으로” “우수한 집필진들이 서술하며” “외침과 국난을 극복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담겠다고 밝히고 있다. 역사학계 전반의 집필 거부로 중립적이고 실력 있는 집필진 구성부터 벽에 부딪힌 정부가 일방적 미사여구로 국정교과서를 포장한 셈이다. 교육부가 행정자치부 장관(자치행정과장) 앞으로 공문을 보낸 지난 14일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행정예고한 이틀 뒤로, 국정화 발표 직후 정부가 반상회까지 동원해 여론 잡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일제강점기 ‘반회’ ‘애국반’에 모태를 두고 있는 반상회는 1961년 5·16 군사정변 후 ‘지방자치단체법’과 ‘시·군·통·반 설치조례’를 제정해 법적 근거를 갖춘 뒤 유신시대인 1976년 5월부터는 관 주도로 통상 매달 25일에 운영되기 시작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민들이 알아야 하는 정책과 홍보자료를 취합해 (행자부에) 보내면 이를 각 지역 반상회가 취사선택해 반상회보에 싣게 된다”며 “현재 (국정화) 반대 의견들도 있지만 일단 정부에선 국정화 정책 방향이 정해져 있고 행정예고 기간이 끝나면 바로 집필에 들어가야 하므로 국민들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 이준식 연구원은 “일제시대 군국주의 홍보를 위해 만들어진 반회 조직을 유신 치하에서 되살린 것이 반상회 조직”이라며 “국정교과서 홍보를 위해 반상회마저 이용하는 것은 유신시대로 회귀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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