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년 후 지구 종말 보여준 천문현상 첫 관측

조철환 입력 2015. 10. 25. 14:28 수정 2015. 10. 25.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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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성의 마지막 단계인 백색 왜성의 주변 궤도를 돌던 왜행성이 분해되는 모습을 묘사한 상상도 출처 :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

약 50억년 후 닥칠 지구 최후 순간을 보여주는 천문 현상이 사상 최초로 관측됐다. 핵 융합 반응의 원료인 수소가 바닥을 드러내는 바람에 일생을 마감하게 된 항성이 ‘적색 거성’으로 부풀어 올라 자신의 궤도를 도는 행성을 삼키거나, ‘백색 왜성’으로 수축되어 강력한 중력으로 자신의 주변을 도는 행성을 갈갈이 찢어 내는 장면이 실제 포착된 것.

24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우리 태양계로부터 570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성좌에서 종말기에 다다른 태양과 이 태양이 내뿜는 강력한 열기와 중력으로 분해되는 행성 모습이 미국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 연구진에 의해 관측됐다. 연구진의 발견은 ‘네이처’최근 호에도 게재됐다.

연구를 이끈 앤드류 반데버그 박사는 “초당 1,000만㎏ 물질이 행성에서 분해돼 나가는 것으로 관측됐다”며 “이 행성은 그야말로 죽음의 고통에 빠져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외계 지구형’ 행성 탐사를 위해 우주에 띄운 케플러 망원경과 다수의 지상 망원경을 이용해 놀라운 현상을 찾아냈다. 지구가 50억년 뒤 수명을 다한 태양과 함께 파괴된다는 천문학자들의 예측이 실제 관측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천문학자들에 따르면 우리 태양 크기의 항성은 핵융합 반응 원료인 수소가 고갈되면 원래 크기의 100~200배인 ‘적색 거성’이 되고, 이후 다시 수축해 크기는 작아도 밀도는 매우 높아 강력한 중력을 지닌 ‘백색 왜성’으로 변해 소멸한다. 지구는 태양과 가깝기 때문에 50억년 후에는 적색 거성이 된 태양에 삼켜질 가능성이 크며, 이 위기를 넘겨도 관측된 처녀 자리 행성과 마찬가지로 백색 왜성 단계의 태양 중력으로 갈갈이 찢어질 운명이다.

반데버그 박사 연구팀은 케플러 망원경이 관측한 2만개 항성 자료를 분석하던 도중 백색 왜성으로의 물질 이탈 현상을 찾아냈다. 연구팀은 관측된 행성에 대해 백색 왜성에서 52만 마일 가량 떨어졌으며 4시간30분에 한 번씩 공전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반데버그 박사는 “행성 주변에서 거대한 먼지 구름도 발견됐다”며 “이를 통해 죽어가는 행성의 구성 물질도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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