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좌진 장군의 손자·손녀, 역사교과서 놓고 좌우로 갈려

손덕호 기자 입력 2015. 10. 26. 11:51 수정 2015. 10. 26. 15: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좌진 장군이 1920년 10월 26일 청산리 대첩에서 승리한지 95년 후, 손자와 손녀가 역사 교과서를 놓고 좌우로 갈렸다. 김두한의 딸·아들인 새누리당 김을동 최고위원과 김경민씨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항일운동사 장례식’을 치렀다. 이 행사는 독립운동가 후손모임이 주최했는데, 이 원내대표는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 자격으로 ‘조사(弔詞)’를 했다. 이 원내대표는 “항일무장투쟁이 친일파와 나란히 역사에 기록될지도 모른다니 수치심이 든다”며 “땅 밑으로 꺼지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 행사에는 김좌진 장군의 손자 김경민씨가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김씨는 “지금 시대가 나라를 빼앗겼을 때와 같다”며 “일본이 역사왜곡을 하는 것만으로도 통탄한 일인데, 우리나라가 스스로 우리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정부를 비판했다.

이렇게 김경민씨가 역사교과서가 국정화되면 친일을 미화할 것이라는 야당의 주자에 동조하고 있지만, 김좌진 장군의 손녀 새누리당 김을동 최고위원은 당내 ‘역사교과서 개선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국정화에 앞장서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아직 형체도 없는 교과서를 친일 교과서라고 낙인 찍는 것은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두고 기형아가 될 것이라는 저주를 퍼붓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역사교과서 문제를 놓고 남매가 반대편으로 갈린 셈이다. 김경민씨는 김을동 최고위원의 이복동생이다.

김경민씨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 친일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낸 적이 있다.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가 식민지배를 미화했다는 논란이 제기됐을 때, 김씨는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의 기자회견에서 “식민지배가 하나님의 뜻이라면 만주군 장교 박정희는 하나님의 뜻에 따른 것이고 청산리 대첩의 제 조부는 하나님의 뜻을 안 따른 것인가”라며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과 김경민씨는 과거에도 아버지 김두한을 그린 영화를 제작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이 있었다. 김경민씨는 2008년에 영화사인 파인트리엔터테인먼트 대표로 있으면서 1990년대 초 제작된 영화 ‘장군의 아들’ 시리즈 4편을 만들려고 했다. 이 때 김을동 최고위원은 “흥행을 목적으로 자식이 아버지를 주관적인 입장에서 조명하는 것은 매우 적절치 못하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또 당시 일부 언론에서 김 최고위원의 아들인 배우 송일국을 거론하자, “영화제작과 본인은 전혀 무관하고, 아들 송일국과 본인의 이름이 거명되는 것 자체가 유감스럽다”고도 했다. 김경민씨는 “누님과는 사이가 좋다”고 했으나, 영화는 제작되지 못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