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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교과서 전면해부② 일제 '쌀 수탈'을 '쌀 수출' 강변

입력 2015. 10. 3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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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시정연설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비정상의 정상화’로 규정하면서 “미래의 주역인 우리 아이들이 우리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높이 평가한 뉴라이트 진영의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이하 뉴라이트 대안교과서)의 역사관을 살펴보면, 평화와 인권 및 상생과 공존이 강조되는 ‘미래 지향적인 올바른 역사관’과는 거리가 멀다. 경제성장을 내세워 식민지배와 군부 독재를 정당화하고, 우리나라의 발전상을 기술할 때는 소수 엘리트의 역할을 강조한다. 역사 발전의 근본 동력은 인간의 이기심이라는 입장도 뚜렷하다.

■ 일제 덕에 근대화

뉴라이트 대안교과서의 핵심 집필자인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민족사 대신 문명사를 제기한다. 박귀미 수원외고 역사 교사는 이에 대해 “1876년 개항부터 1945년 해방까지 한국 근·현대사를 서양 문명에 기원을 둔 근대 문명이 이식되고 정착되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뉴라이트 대안교과서는 이런 관점에서 일제 식민지 시기를 일본에서 사유재산제도가 도입되고 시장경제가 발전했던 시기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이다.

일제 시기 ‘쌀 수탈’을 ‘쌀 수출’이라고 강변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98쪽을 보면 “쌀은 일본에 수탈된 것이 아니라 경제논리에 따라 일본으로 수출되었으며, 그에 따라 일본인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의 소득은 증가하였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일제 때 조선 농민들은 산미증식계획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수리조합 반대 투쟁을 벌였고, 조선의 1인당 쌀소비량이 급감해 보리와 조 등 잡곡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뉴라이트 대안교과서는 “식민지 한국은 서양 제국주의가 지배한 다른 식민지와 달리 농업 식민지로 고착되지 않고 1920년대 이후 공업이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하는 특징을 보였다. (…) 일본의 과잉자본이 한국으로 건너와 공업에 투자되었기 때문이다”(97쪽)라며 식민지 시기 근대화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제국주의와 식민지배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적 서술은 보이지 않는다.

“일제 지배 근대화 기여”
쌀 증산·수출로 한반도 소득 증대
수리조합·토지조사 등 큰 의미 부여

“이기심은 발전 원동력”
남북한 대조적 현실 비교해보라며
자유와 이기심 중요성 강조

“엘리트가 역사 주역”
건국은 개화파 계승한 이승만 주도
동학혁명은 농민봉기로 격하

북한역사는 대한민국사 ‘보론’에
북한정권엔 노골적인 적대감

■ 이기심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뉴라이트 대안교과서는 이기심이 인간의 본성이자 역사 발전의 동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인이라면 남한과 북한의 역사를 구체적으로 비교하면서 어떻게 해서 이 같은 차별적이고 대조적인 현실이 생겼는지 캐물을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인간의 본성인 자유와 이기심이 인간 역사의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17쪽), “모두가 골고루 잘산다는 공산주의 이상은 자유와 합리적 이기심이라는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았다”(148쪽) 등에서 잘 보여진다.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은 본성이기 때문에 친일 역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많은 한국인은 (…) 일제의 침략전쟁에 협력하면 이제까지의 차별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리하여 과거 민족주의 활동으로 이름 높던 많은 지도적 인사가 일제의 침략전쟁을 지지하는 협력자가 되었다”(132쪽)며 사회지도층의 친일 행위를 차별에 대응한 한국인들의 보편적인 행동 정도로 축소한다.

박귀미 교사는 “근·현대사 연구에서 민족이라는 관점을 배제하면 친일파는 반민족 행위자가 아니다. 단지 식민지 시대에 두 문명의 융합 과정에서 차별과 원심력보다 동화와 구심력의 논리를 조금 더 많이 적용한 사람들일 뿐”이라며 이런 역사관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 역사 발전의 주역은 엘리트

뉴라이트 대안교과서는 “우리는 이 책에서 민족 중심의 역사관을 누그러뜨리려고 애썼다. 우리는 이 책에서 ‘우리 민족’ 대신에 ‘한국인’을 역사적 행위의 주체로 설정하였다”(5쪽)고 밝혔다. 하지만 이 책에서 역사적 행위의 주체로 설정된 ‘한국인’은 주로 지도자와 소수 엘리트 계층이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 개화파를 계승하였다. (…) 대한민국의 건국은 역사적으로 발전해 온 개화파에 의해 주도되었다”(149쪽)거나 “집권 세력의 무능과 부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여러 부처에서는 제반 근대화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엘리트 집단이 성장하고 있었다. (…) 1950년대 한국 경제의 발전은 상당 부분 이들 관료 집단의 능력과 헌신적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168쪽) 등의 서술이 대표적이다.

반면 민중들의 저항운동은 의도적으로 무시된다. 가령 역사학계가 동학농민혁명 또는 동학농민전쟁이라 평가하고, 이에 부정적인 교육부 교육과정마저 동학농민운동으로 규정한 변혁운동을 ‘동학농민봉기’(43~45쪽)로 격하해 표현하는 것이 한 예다. “동학농민봉기는 기존 체제를 부정한 급진적인 혁명이었다기보다 유교적인 근왕주의에 입각하여 서민의 경제생활을 안정시키고자 했던 복고적인 개혁의 성격이 강하였다”(43~45쪽)는 서술도 있다.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는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와 다른 일방적인 주장으로 농민전쟁의 의미를 훼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극단적 반북주의

이 책은 북한의 역사를 아예 대한민국사의 ‘보론’으로 따로 떼어 서술하고 있다.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필진은) 20세기 후반의 세계사에서 사회주의 국가들의 역사는 미국 체제 중심의 자본주의 발달사의 보론에 불과하며, 북한사는 대한민국사의 보론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보론의 내용도 북한에 대한 극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일성에 대해서는 “김일성의 그런 태도는 (…) 개인의 권력 강화를 위한 것에 불과하였다. 이는 김일성이 공산당과 공산주의 이념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고 헌신해야 하는 공산주의자로서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284쪽)고 서술한다. 또 오늘날 북한의 현실을 “이 같은 대규모 기근과 아사는 오로지 북한 정치·경제체제의 모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296쪽)고 단정적으로 서술한다.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거친 비판도 많다. “1997년 주체사상을 정립한 황장엽이 한국으로 망명하자 주체사상은 북한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이후 북한은 어떠한 통합적 정치이념도 존재하지 않는 가운데 오로지 군에만 의존하는 폭력국가로 변질하였다”(298쪽)거나 “현재 북한체제를 떠받치는 유일한 힘은 선군정치의 폭력이다”(301쪽) 등이 그 예다. 이신철 교수는 이에 대해 “평화통일 방안이 부재하고, 인도주의와 평화주의적 시각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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