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의 플랫폼]동성애를 '사회절대악'으로 만드는 진짜 이유

김성진 성공회대학교 문화대학원 겸임교수.문화기획자 2015. 10. 3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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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15 퀴어문화축제에서 '커밍아웃'한 동성애 혐오세력..공포조장, 혐오를 위한 대상화 필요

[머니투데이 김성진 성공회대학교 문화대학원 겸임교수.문화기획자] [편집자주] ‘비평의 플랫폼’은 공연, 전시, 출판, 미디어에 대한 리뷰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이슈를 문화비평의 시각으로 의미를 분석하고 실천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코너입니다. 각 분야 비평가들의 깊이 있는 시각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비평의 플랫폼’은 인천문화재단이 발행하는 격월간 문화비평웹진 '플랫폼'(platform.ifac.or.kr)에 게재된 글을 신문기사의 형식에 맞도록 분량을 줄인 글입니다. '플랫폼' 홈페이지에 오시면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12>2015 퀴어문화축제에서 ‘커밍아웃’한 동성애 혐오세력…공포조장, 혐오를 위한 대상화 필요 ]

2015년 6월 28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는 올해로 16회째를 맞이한 퀴어문화축제, 퀴어퍼레이드가 열렸다. 퀴어문화축제는 한국 유일의 성소수자들의, 성소수자들에 의한, 성소수자들을 위한 축제로, 이번 행사에서는 13개국의 대사관 및 100여 개의 단체와 기업, 시민 약 3만 명(주최측 추산)이 참가하여 역대 최대급 규모로 진행되었다. 특히 올해의 퀴어퍼레이드는 대한민국의 상징적 중심부라 할 수 있는 서울광장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사전부터 성소수자들의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날의 축제가 그 어느 때보다도 주목받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퀴어퍼레이드를 반대하기 위해 시청광장 주위로 모인, 수많은 한국의 동성애 혐오세력들의 덕(?)이었다.

이번 퀴어문화축제에는 동성애 혐오세력들 수천 명이 반대집회를 개최하고, 태극기를 흔들고 북춤을 추며 행사의 진행을 방해했다. 이러한 혐오세력의 퀴어문화축제 반대 시위는 비단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일부 보수 교회와 극우단체들이 중심이 된 동성애 혐오세력들은 굵직한 성소수자 행사 때마다 행사 개최 방해, 행사장 난입, 반대 집회 개최, 오물 투척 등의 적극적인 행동으로 행사를 방해하고 있고, 이는 작년 퀴어문화축제를 기점으로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화되고 있다. 특히 2015 퀴어문화축제에서는 수천 명의 혐오세력들이 집결함으로써,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 혐오를 퍼뜨리고 있는 세력들이 스스로를 사회적으로 ‘커밍아웃’하는 장이 되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서 왜 동성애는 혐오세력의 타겟이 되었을까? 일부 보수 기독교와 극우단체를 중심으로 한 동성애 혐오는 어떻게 조직화되고 있는 것일까?

한국의 동성애 혐오세력은 공포와 혐오를 통해 동성애를 사회의 절대악으로 위치시킴으로써 스스로를 정당화한다. 한국의 성소수자들은 아직 사회적으로 커밍아웃하기 어려운 조건에 놓여 있고, 조직과 자본, 사회적 발언권도 약하며, 한국 사회 내에서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에 적으로 설정해도 사회적 저항에 부딪힐 염려가 적다. 마녀사냥의 제물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동성애 혐오세력은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사회적 소수자인 동성애자들을 그들의 적, 즉 마녀로 설정한다. 동성애 혐오세력에게 중요한 점은 성소수자의 현실이나 진실 따위가 아니다, 공포를 조장하고, 강력하게 혐오할 수 있는 타자화된 대상만이 필요할 뿐이다. 마녀사냥을 하는 동안에는 자기 내부의 구조적 모순을 가릴 수도 있으며, 자신들의 존재를 사회적으로 이슈화시킬 수도 있다. 중세의 마녀사냥을 보라. 마녀사냥을 통해 누가 권력과 부를 획득했는지. ‘가정과 사회와 국가를 무너뜨리는 성소수자들’, 그러한 마녀와 같은 존재가 실존한다면 그 대상으로서 적격이지 않겠는가.

동성애 혐오세력은 스스로 정치세력화하면서 동시에 점점 기묘하게 진화하고 있다. 이들은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세월호특별법에 찬성하는 사람들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 모두 종북주의자로 몰아세우고, ‘종북게이’라는 신조어까지 발명해내면서 공격했다. 이들은 성소수자 및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사람들=진보주의자=반애국자=종북이라는 희한한 논리를 통해 ‘종북게이’라는 새로운 개념까지 창조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할 때 ‘종북’과 ‘세월호’와 ‘동성애’는 한 주제로 묶을 수 있는 개념이 아니지만, 이들에게는 마음껏 공격할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할 뿐이다. 혐오의 대상을 통해서만 스스로를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대상은 무엇이라도 상관없다. 동성애 혐오세력이 창조한 ‘종북게이’, 21세기판 ‘빨갱이’ 낙인이 이곳에서는 여전히 ‘효과적으로’, 동시에 자기파괴적으로 재현되고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은 우리 사회에서 꽤 오래 전부터 촘촘하게 존재해 왔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동성애는 비정상적이고 더럽고 위험하다고 교육해 왔다. 한국에서 성소수자들이 사회적 존재로 커밍아웃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지금에도 공공장소, 미디어, 정치인들의 말에서는 동성애 혐오 발언들이 터져나오고 있으며, 그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성소수자들은 비단 공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와 관계를 맺는 사적인 영역에서도 끊임없이 타자화되고 있으며, 무지와 혐오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 편견 속에 놓여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어떠한 성소수자도 동성애 혐오의 메커니즘 속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으며, 혐오가 낳는 폭력과 마주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의 동성애 혐오세력은 점차 세력화 하고 조직화 되고 있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조직과 자산과 매체를 이용하여 동성애 혐오를 유포함은 물론, 학생인권조례와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와 성소수자 행사 개최 등을 지속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이러한 동성애 혐오세력들이 벌이는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행동에 성소수자들의 삶은 위협받고 있다. 혐오세력들의 주장들은 대부분 무지와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거짓 정보와 공포를 통해 혐오를 조장하는, 성소수자들을 죽음으로까지 내모는 현대판 마녀사냥은 이제 즉시 멈춰야 한다.

김성진 성공회대학교 문화대학원 겸임교수.문화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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