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복지비 급증 등으로 자치단체가 써야 할 돈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반면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세수는 줄어들고 있다. 필요한 돈은 많은데 쓸 수 있는 돈은 부족한 이중고 속에서 안정적인 세원을 창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해 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지자체의 전략을 살펴본다.

(성남=뉴스1) 김평석 기자 = 불과 20년 전만 해도 경기 성남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광주대단지와 성남공단이었다.
1960년 대 후반 서울에 개발 광풍이 불면서 무허가 판잣집에 살던 도시빈민들이 쫒겨나 정착한 곳이 성남시다.
이들은 정착 초기 도로는커녕 상·하수도조차 없던 황무지에 판자를 잇고 그 위에 천막을 덮고 살았다. 광주대단지의 시작이었다.
또 이곳에 살던 이들이 섬유, 제화 등 노동집약 산업에 종사하던 곳이 성남공단이다.
그런 성남시가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거듭나면서 삶의 질 세계 100대 도시를 목표로 잰걸음을 하고 있다.
◇황무지에서 일군 한국의 실리콘밸리=판자촌에서 출발한 성남시가 판교테크노밸리(판교밸리)가 조성되고 성남공단이 하이테크밸리로 변신하는 데 성공하며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거듭났다.
판교밸리는 IT·BT·CT 분야의 대기업과 중견기업 870여 곳에서 6만여 명이 근무하는 첨단산업의 전초기지다.
한글과컴퓨터, 안랩 등 토종 정보통신기술 기업과 연구소가 밀집해 있다. 현재는 스타트 업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성남하이테크밸리에도 3100여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고 4만3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입주기업의 52%가 성남시의 전략 산업군에 속하는 IT, 메디바이오, SW 등 지식기반 업종이다.
서울 강남보다 저렴한 지가와 임대료, 편리한 교통 여건, 우수한 교육·주거환경 등이 매력 요소가 돼 기업을 끌어들였다.
관련 협회와 벤처캐피탈이 둥지를 틀고 국내 유명 대학의 전문 캠퍼스가 입주해 산·학·연·관의 협력생태계가 갖춰진 것도 중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업유치위한 정책도 성과=정부의 동향을 분석하고 이를 반영한 산업정책을 실현하고 있는 시의 의지도 기업이 믿고 투자하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성남시는 2001년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기업지원전담기관인 ‘성남산업진흥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은 자족도시로서의 기능을 담보하고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단계별 전략산업 육성계획을 시행하며 매년 3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과거 식품과 섬유, 제화 등 노동집약적 업종이 대부분이던 성남공단이 하이테크밸리로 변화한 것은 시의 정책이 거둔 성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시는 이곳을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 지정해 집중 지원했다. 현재는 전체의 절반이 넘는 기업들이 IT, 메디바이오, SW 등 첨단지식기반 업종이다.
이런 변화와 노력은 성남시에 삼성, LG 등 글로벌 기업과 한국을 대표하는 성공 벤처 1세대, 우수한 R&D 관련기관들을 불러들이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특히 국내 대표 게임 업체들의 집결은 성남을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메카로 각인시켜주고 있다.
넥슨, 엔씨소프트, NHN 엔터테인먼트(한게임), 네오위즈게임즈 등 국내 게임업계 ‘빅4’가 모두 분당과 판교로 사옥을 옮겼다.
위메이드, 스마일게이트, 웹젠, 게임하이 등 중견 게임사들도 입주를 마친 상태다.
현재까지 입주한 게임업체의 매출만 해도 연 16조원에 이른다.
판교테크노밸리의 성공은 43만㎡ 규모의 제2판교밸리인 창조경제밸리 조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제정된 이후 과밀억제권역을 대상으로 한 정부 주도의 산업단지 개발은 이곳이 처음이다.
제2판교밸리가 2019년 완공되면 기존 판교밸리와 합해 1500개 이상의 기업이 들어서게 된다.
10만명의 전문 인력이 근무하는 명실상부한 한국의 실리콘밸리로서 위상을 갖게 될 것으로 시는 예상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제2판교밸리는 성남시가 한국형 실리콘밸리란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성남시의 산업정책은 첨단지식기반산업에만 국한돼 있지는 않다. ‘첨단과 전통의 공존’을 목표로 도시 형성의 모태가 됐던 식품·섬유·제화 등의 업종을 또 하나의 특화 산업군으로 육성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유치한 ‘성남소공인(제과·제빵)특화지원센터’는 전국적으로 운영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삶의 질 세계 100대 도시 진입’을 향한 도전=성남시의 핵심 키워드는 ‘삶의 질 세계 100대 도시 진입’이다.
시는 이를 뒷받침 할 동력은 경제력이고 새로운 미래 먹거리 창출은 필수적인 과제라고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분당서울대병원, 차병원 등 대형병원과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유되는 MICE산업 육성을 위해 타당성 용역을 추진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인 G-Star와 견줄만한 전문전시회 개발 또는 유치를 위해 전문가들과 활발한 논의를 진행하는 등 게임산업 발전 방안도 모색 중이다.
'게임의 거리' 조성은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시가 우선 추진하는 시범 사업 가운데 하나다.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도 활발하다. 성남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클라우드 인프라 및 SW 무상지원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세계적인 벤처캐피탈인 이스라엘 요즈마그룹 이갈 에를리히 회장과도 지난달 21일 판교 요즈마 스타트업 캠퍼스의 운영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시의 이런 노력에 대한 성과는 수치로도 쉽게 알 수 있다.
지난해 성남지역의 신설 법인 수는 1976개로 전국 기초 도시 중 가장 많다.
벤처기업 수는 1202개로 2013년과 비교해 4.6% 증가했다. 이는 전국 평균 증가율인 2.7%를 2배 가까이 되는 성과다.
이재명 시장은 “한국 IT 벤처의 산실인 판교밸리와 성남하이테크밸리는 성남을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자리매김하게 했다”며 “삶의 질 세계 100대 도시에 진입할 수 있도록 차세대 먹거리 창출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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