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월간 전원속의 내집

검색만 열심히 하는 건축주, 그들에게 사라진 상상력

글 박성호 입력 2015. 11. 20. 15:55 수정 2015. 11. 2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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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들을 만나면서 최근 실감하는 변화들이 몇 가지 있다. 원하는 집의 스타일이나 취향의 변화는 물론이고, 집을 짓겠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나 동기가 달라진 것을 여실히 느낀다. 그리고 큰 흐름으로 봤을 때,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해 봐도 건축주들의 평균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들은 기존 세대의 건축주들만큼이나 고민하고 온라인을 통해 많은 정보와 이미지들을 탐색하고 수집한다. 이들 세대는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일 때부터 검색 환경에 익숙했기 때문에 그런 작업이나 노력은 생활의 일부처럼 당연하게 인식한다. 그런데 그런 예비 건축주들의 노력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흔히 목격된다. 그들이 이런 오류에 빠지게 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좋은 집을 짓기 위해 열심히 자료를 찾는 것이 건축주에게 '득'보다 오히려 '실'이 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건 개개인의 잘못은 아니다. 이유를 설명하자면 이렇다.

첫째,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주어지는 시각적인 이미지는 글을 읽거나 소리를 듣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내포하며 쉽게 전달된다. 둘째, 미디어의 특성을 설명할 때 사용되는 개념 중에 '쿨 미디어(Cool media)'와 '핫 미디어(Hot media)'라는 단어들이 있다. 이 둘의 속성을 구분하는 키워드는 '정보를 접하는 사람의 능동적인 태도'와 '상상력이 필요한 정도'이다.

대표적인 쿨 미디어로 꼽히는 TV는 시각과 청각을 총동원하면서 모든 정보를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속성이 있기에 보는 사람은 아주 수동적인 입장을 갖고도 충분히 그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즉, TV는 우리에게 아무런 상상력을 요구하지 않고 설명을 알아서 다 해 주는 친절한 매체라는 이야기다. 반면, 대표적인 핫미디어인 라디오 같은 경우는 우리에게 정보를 수용하려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를 요구한다.

이 두 가지 사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다. 사진과 같은 자료를 열심히 찾는 것은 좋다. 시각적인 이미지가 갖는 미디어의 특성 때문에 보이는 만큼 그 내용을 다 파악하기에도 용이하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반면 그 미디어의 특성 때문에 우리는 보다 능동적인 태도로 그 정보를 활용하지 못하고 우리의 상상력을 동원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많은 건축주들이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최대한 스크랩하고, 집을 짓기 전에 설계자나 시공업체에게 참고 자료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다. 현실적인 요건 때문에 실제로는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수없이 많고,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이미지를 얻지 못해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는 욕심을 너무 낸 나머지 이도저도 아닌 '그림의 떡 종합선물세트'를 큰 비용을 들여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런 허무한 결말을 처음부터 예상한 건축주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능동적인 태도와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무엇을 상상해야' 실패를 경험하지 않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일까?

"이유를 상상해 보자. 이유를 상상할 수 있게 눈앞에 형상을 분해하고, 다시 조립해 보자."

이것이 내가 찾아낸 방법이다. 당신 눈에 좋아 보이고 마음에 든다면 사진을 수집하는 작업은 지금까지와 똑같이 하되, 여기에 두 개의 습관만 추가하면 된다.

하나는 그 사진이 좋아 보이는 이유, 즉 당신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 이유가 색상인지 형태인지 질감인지, 혹은 그 어떤 요소들의 조합인지 말이다. '이 공간은 이것 때문에 내 마음에 들어'라고 당신 스스로에게 설명할 수 있게 사진을 스크랩하면서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란 뜻이다. 자기의 판단 기준, 선택의 이유를 분해해 보고 다시 조립해 봄으로써 본인이 원하고 있는 것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는 것, 이것이 당신에게 필요한 첫 걸음, 첫 번째 습관이다.

두 번째 습관은 그들이 그래야만 했던 이유를 상상해 보는 것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건축물은 주어진 문제에 대해서 건축주나 건축가가 만들어 낸 답안지들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답안지 자체만을 보면서 '좋다, 마음에 든다, 멋있다' 등의 평가를 하고 있다. 우리가 두 번째 습관을 가지게 되면 보이는 것은 분명히 달라진다. 그들이 그런 해결책,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긍정적인 이유가 무엇일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이유가 없었을까? 당신 눈앞에 보이는 그 답안을 분해하고 다시 조립해 가면서 그들이 그래야만 했던 이유를 찾는 것, 이것이 당신이 가져야 할 두 번째 습관이다.

여기까지 설명한 내용을 읽고서도 이 두 가지 습관을 가져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거나 그 작업을 마다할 생각이라면 그것은 당신에게 상상력과 논리적인 사고가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과 다름없다. 집짓기라는 작업을 바꿔 말하면 그것은 마치 완벽한 답도 없고, 정답도 없는 시험을 보는 것과 같다. 제한된 예산과 제한된 바닥면적, 문제가 있는 현장 요건 등 집짓기의 환경은 모두가 다르다. 늘 무엇인가 새롭고, 무엇인가 달라진 응용문제가 출제된다. 그것이 집짓기의 또 다른 모습이다.

손을 움직이고 눈으로 확인하는 물리적인 행동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새롭게 힘든 고생을 할 필요도 없다. 다만 당신의 머리와 마음속에서 새로운 습관만 더하면 된다. 그 작은 변화가 결과의 큰 차이를 가져다 줄 것이다.

박성호 aka HIRAYAMA SEIKOU

NOAH Life_scape Design 대표로 TV CF프로듀서에서 자신의 집을 짓다 설계자가 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의 단독주택과 한국의 아파트에서 인생의 반반씩을 살았다. 두 나라의 건축 환경을 안과 밖에서 보며, 설계자와 건축주의 양쪽 입장에서 집을 생각하는 문화적 하이브리드 인간이다. 구례 예술인마을 주택 7채, 광주 오포 고급주택 8채 등 현재는 주택 설계에만 전념하고 있다. http://bt6680.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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